특집-새로 봄/봄을 선물하는 사람들① - 대구 온세상교회

대구에 교회 바자회 하나로 마을에서 칭찬을 듣는 교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철마다 마을 사람들을 섬기기 위해 하나로 똘똘 뭉치는 온세상교회. 봄이면 쑥 뜯어 떡을 만들어 판다는 이야기에 특집 ‘새로 봄’에 딱 어울린다 여겨졌다. 봄을 빚어 선물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대구 칠성시장이 있는 칠성동 골목에 ‘온세상교회’(박노진 목사)가 있다. 올해 2017년 4월은 온세상교회라는 이름으로 모이기 시작한 지 꼭 10년이 된다. 얼마 전 이 교회의 오래된 교우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지난 10년의 이야기들을 펼쳐냈다.
그중에서도 ‘쑥떡 바자회’ 이야기가 와 닿은 건, 온세상교회의 생일을 축하하는 봄날의 작지만 향기로운 축제인 까닭이었다. 그러니까 이 교회 교우들은 ‘쑥떡 바자회’를 열면서 온세상교회의 시작에 대해 생각하고, 그 의미를 교우는 물론이고 이웃들과 함께 나누면서 보내는 셈이었다.

쑥 캐러 간 이야기
봄이 제법 발등까지 다가온 남도의 3월, 온세상교회 교우들은 저마다 봄나물 캐러 떠나는 시골의 아낙이 된다. 주로 팔공산 청정지역을 오르내리며 쑥을 캔다. 그들의 첫 봄이자 교회의 시작을 축하하는 잔치를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구복녀 집사님의 남편은 몸이 아픈데도 굳이 따라가서는 많이 캐겠다고 욕심까지 부리다가 넘어져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그뿐인가? 뱀을 만나서 혼비백산 하고 난리가 아니었지.”
교우들은 쑥 캐러 간 이야기들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미 지난 이야기들이면서 여전히 새 봄이 오면 또 떠나야 할 소풍 이야기인 셈이었다.
그렇게 묵은 쑥이 아닌 그해에 뜯은 햇쑥을 한 달 가까이 모아서 4월 어느 날 밤, 온 교우들이 교회에 모여서 떡을 빚는다. 떡을 빚는 날엔 교인 중에서도 ‘떡장인’이라 불리는 권사님의 지시에 따라 온 교우들이 북적북적 교회 식당을 오가고, 한쪽에서는 전을 부치며, 칼국수를 삶고, 어묵이나 다른 먹을거리들도 준비한다. 4월의 ‘쑥떡 바자회’ 아니 온세상교회의 생일잔치가 그렇게 마련된다. 수익금은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 온 필리핀의 선교사에게 보내어 그곳에서 소중한 선교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을의 소문난 행사
온세상교회 ‘쑥떡 바자회’는 10년이 지나는 사이에 칠성동 마을 사람들의 소문난 행사가 되었다. 온세상교회는 철이 바뀔 무렵이면 늘 바자회라는 이름을 붙여서 마을 사람들을 초청해 잔치를 벌였다. 봄에는 쑥떡 바자회를 열고, 여름에는 ‘고디 바자회’를 열었다. ‘고디’라는 말은 ‘고동’의 그 지역 말이다. 또한 추석과 설 명절을 앞두고는 영주 한우를 가져와서 팔고, 겨울 김장철에는 ‘김장바자회’도 연다.
어느 것 하나 ‘진짜’ 아닌 것이 없고, 맛없는 것이 없어서 온세상교회 바자회는 주민들에게 인기가 그만이다. 줄 서서 사려는 사람들 때문에 주요품목은 언제나 일찍 동 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교우들은 아예 쑥떡 맛조차 보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면서 온세상교회는 마을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고, 마을 사람들 속에서 뿌리를 내려왔다. 10년 사이에 교우들을 감동시키고 기쁨을 준 사람들은 마을에 살다가 온세상교회 교우들이 된 사람들이었다. 교회의 가치 여부를 숫자로 따지는 사람들 편에서 보면 온세상교회 교인들의 숫자야 주목할 만한 규모도 아니다. 그러나 쑥떡을 만들고, 한우를 팔고, 고동을 팔며, 김장을 담그는 온세상교회 사람들은 그 촌스럽고도 구수한 이미지로 오히려 도시 사람들 속에 깊이 스며들어 온 셈이었다. 그들의 손길은 여느 여염집 풍경과 다르지 않더라도, 그들의 역사에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만들어가는 작은 희망이 엿보인다.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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