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새로 봄 /봄을 선물하는 사람들 ② 국수교회

봄을 선물하는 사람들로 ‘국수교회 빨래터’를 소개한다. 빨래가 가져다준 새로운 삶의 방식. 봄 같은 희망을 충분히 전해준다. 무엇보다도 교회가 지역사회를 품는 것이 어떠해야 함을 새롭게 생각해보게 한다.

어두운 방안, 들어서면 온갖 물건과 때 묻은 이불이 눈에 들어온다. 혼자 사는 노인이 덮는 이불이다. 장롱 속엔 좋은 이불 한 채가 있지만 그건 언제 올지도 모르는 귀한 손님을 위해 양보하고 솜이 눌려 얇아진 낡은 이불을 덮고 오늘도 잠이 든다. 노인 혼자서 이불을 자주 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노인들을 위해 빨래를 누가 대신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깔끔하게 빨아 보송보송하게 말린 이불을 덮고 잠이 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질병예방 뿐 아니라 삶의 질이 변화되지 않을까.

노인들이 노인들을 돕다
경기도 양평군에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교회가 있다. 국수교회(김일현 목사) ‘한사랑 빨래터’가 바로 그것.
양평군에서 추진하고 있는 노인일자리사업인 ‘사랑나눔 빨래방’ 서비스를 위탁받아 하는 것으로 국수교회가 그간의 지역사회봉사에 활발히 참여해왔기에 수행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지역사회를 섬기기 위해 국수교회는 아예 비영리봉사단체 ‘양평 행복만들기 사회봉사단’을 세우고, 공부방 사역, 반찬 배달 및 전철역 및 거리 청소, 학교 급식 지원 등 지역사회를 위한 사역을 꾸준히 해왔던 것.
빨래방 서비스는 이렇게 이루어진다. 봉사단 소속 자원봉사자 및 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이 빨래방 차량을 이용해 저소득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의 이불과 의류를 수거한 후 세탁, 건조를 시킨다. 수선 및 교체가 필요한 경우에는 아예 새로운 이불을 드리기도 하는데 그렇게 다시 배달하기까지 하루에 이루어지는 무료 세탁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한 노인 일자리사업이기 때문에 세탁 관련 봉사가 가능한 노인들은 참여를 통해 급여를 받고 있어, 더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지역사회 주민 대부분이 노인이신데 그분들이 거의삶을 체념하고 사시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살아있으나 죽어있는 것 같이 느껴져 너무 안타까웠지요.”
그랬던 노인들이 빨래터에 나와 일을 하면서, 게다가 다른 이들을 돕는 봉사를 하면서 보람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도 이 지역을 위해서 기여할 수 있구나’ 삶의 의미를 찾게 되었다. 또한 깨끗한 이불과 옷을 제공받게 된 노인들의 삶도 변했다.
“너무들 좋아하세요. 일하러 오시는 분 중 최고령 어르신은 91세나 되시는데도 모두들 소풍 오시는 것처럼 좋아하십니다. 9개월 사업이라 3월부터 11월까지만 급여를 드릴 수 있는데도 봉사자들과 어르신들은 계속 어려운 노인들을 돌보고 계시더라고요. 감동이지요.”
빨래 하나가 이렇게 새로운 삶을 선사하다니.

교회의 존재 목적
김일현 목사는 말한다.
“가끔 빨래방 사역이 전도에 얼마나 효과적이냐를 묻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그런 사고방식은 교회와 지역사회를 이분법적으로 구분 짓는 사고방식이라 생각합니다. 지역사회 속에서 자신을 희생시켜 그 안에서 변화시키는 것이 교회의 할 일입니다. 교회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워 역할을 하는 것이 교회의 존재 목적이 아닐까요.”
“교회가 이런 일을 통해서 갇혀진 공간, 폐쇄적인 공동체가 아니라 사람들 안에서 주님을 보이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나라가 되어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일들을 하는 것을 우리 교인들이 너무나 기뻐합니다. ”

국수교회 빨래터 이야기에서 봄내음을 맡게 된다. 겨울을 이겨내고 봄을 맞으려면 익숙함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창문을 열고, 방바닥을 닦고, 빨래를 하며, 버릴 것을 버려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할 일을 할 때 ‘새로 봄’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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