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함께 울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재산이나 건강을 잃어 상실과 고통의 시간을 지나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슬픔 때문에 생긴 마음의 상처는 스치기만 해도 눈물이 납니다. 그럴 때 함께 울어주는 이가 있다면 어떨까요? 여기 함께 울어주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싣습니다.
그들로 인해 다시 무릎을 일으켜 앞으로 나아가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눈물의 목회
구로구에 있는 한 교회 목사님의 이야기이다. 목사님의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 때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교우가 아들을 잃어버리는 일이 생겼다. 아들을 떠나보낸 가족들은 슬픔에 겨워 고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가족을 찾아간 목사님은 아들을 잃어버린 그이의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했다. “나도 그 마음을 알지요.”
그렇게 말하면서 목사님도 울었고, 가족들도 울었고, 함께 간 교우들도 울었다. 그 울음이 얼마나 따뜻했던지, 그 다음 주일에 그 집의 식구들 모두가 심지어 교회에 나오지 않던 가족들까지 함께 교회에 나왔다.
자식을 잃은 사람이 생기면 목사님은 언제나 그 집을 찾아갔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함께 울고, 그렇게 슬픔을 함께 나누고 나면 사람들은 마음이 녹고, 위로를 얻어, 예배의 자리로 나왔다.

5년간의 설교노트
“갑자기 귀에서 폭탄 터지듯 소리가 났고, 그때부터 아무 것도 안 들렸어요.”
나영심 전도사(인천풍성한교회)가 과거를 회상하며 말했다. 병원에 가보니 신경성 난청이 왔다며 고칠 방법이 없다고 했다. 매일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해도 차도가 없어 밤새 울며 ‘내 인생은 왜 이럴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요. 그 말씀을 들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더군요. 고쳐달라는 기도를 그때부터 안 했어요. 입모양만 보고 대화를 했지요.”
그런데 하나 힘든 것이 있었다. 아무리 집중해도 설교는 알아듣기 어려웠다. 그런 어려움을 토로하자 전도사님과 성도들이 그녀를 돕기 위해 나섰다. 설교를 노트에 써주기 시작한 것. 답답해하는 그녀를 위해 설교를 바로 바로 써주었다.
그렇게 한 지 5년. 설교노트만 몇 상자가 나왔다. 그 시간이 흐른 후 기적적으로 인공와우수술을 한 나 전도사는 듣게 되었고, 신학을 전공해 사역자가 되었다. 지금은 중도장애를 겪게 된 이들을 돕는 사역인 스탠드업 커뮤니티(http://standup.ijesus.net) 사역 중 스탠드업 마미 대표로도 뛰고 있다.
“그때 저를 위해 함께 울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힘이 들어도 그 자리를 지키며 제 귀가 되어주셨던 분들,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켜봐주고 함께 해준 분들이 너무 고맙습니다. 저도 그래서 힘들어하는 이들을 만나면 함께 울어줍니다.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어주는 일을 제일 잘 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시간 동안 마음으로 듣는 것이 어떤 것인지 훈련시키셨습니다.”
“그 전에는 뭔가 돕고 나눠주는 것이 사역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깨달았습니다. 돕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 예수님이 원하시는 삶입니다. 낮은 곳에서 낮은 마음으로 함께 하는 것이 가장 큰 일 아닐까요.”

치유공간 ‘이웃’
2014년 팽목항에서 만난 세월호 탑승 학생들의 엄마들은 저녁이 되어도 곡끼를 끊고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울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연신 식사를 하셔야 한다고 권유해도 엄마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고 먹지 않았던 기억이 마치 사진처럼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찾은 안산의 치유공간 ‘이웃’(대표 이영하)은 그런 엄마들에게 밥 한상을 차려내어 위로를 전하고, 다시 살 수 있도록 힘을 북돋은 공간이자 사람들의 모임이다.
“2014년 9월 9일에 조용히 문을 열었어요. 진정성을 의심 받을까봐 일부러 소문도 안 냈는데 이후 세월호 가족 엄마들이 오기 시작했고, 자원활동가들이 모여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였지요.”
마루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밥을 먹는 ‘치유밥상’의 시간. 아이를 잃은 엄마들을 위해 1인 밥상을 소반에 차렸다. 맛있는 것을 먹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을 느끼는 이들이기에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딱 친정엄마가 차려줄 법한 밥상으로 차렸다. 그렇게 한 끼 한 끼 밥을 먹고 엄마들은 하루를 버티고 또 하루를 살아냈다.
또한 전국에서 한의사들이 와서 자비량으로 한방진료를 하였다. 불면증과 두통, 가슴의 통증을 호소하는 엄마들을 위해서였다.
“한의사분들이 오셔서 함께 손잡고 울어주셨어요. 그렇게 울고 진료 받고 나면 몸이 많이 호전되셨고요. 무엇보다도 같이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도닥여주는 것이 가장 강력한 치유라고 봅니다.”
치유공간 ‘이웃’ 마루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손뜨개로 완성해가고 있는 원형의 마루 깔개.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하게 되면 그게 진통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뜨개질이에요. 지금 이 작품 이름은 ‘기도하는 마루’이고요. 엄마들이 와서 뜨고 가면 또 다른 엄마가 와서 뜨고 가지요. 그렇게 함께 완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마련된 작품들은 2월 11일부터 19일까지 서울시청 갤러리에서 ‘그리움을 만지다’란 주제로 전시된다.
“그리고 엄마들이 가장 감사한 분들께 뜨개 작품을 선물하게 되는데요. 그 중에는 잠수사분들이 계셔요. 자신의 아이를 데려다주셔서 감사하다고요.”
함께 떠가는 뜨개처럼 다양한 이들이 모여 서로에게 건네는 격려와 위로는 안을 치유할 뿐 아니라 ‘밖으로 밖으로’ 확장되고 있다.

“힘내요” 한마디에 울컥
강남역 10번 출구 뒤, 술집과 모텔이 즐비한 곳에서 마이크를 잡고 복음을 전하는 거리의 전도자 변정미 목사(강남은혜교회). 추운 겨울에도, 더운 여름에도 변 목사는 ‘이야기’를 전한다. 특별히 거리에서 만나는 청춘들에게.
“여러분,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그걸 잊지 마세요. 많이 힘들지요. 그래도 힘내세요. 하나님이 여러분을 위해 갖고 계신 계획이 있습니다. 용기를 잃지 마세요.”
때로는 야유를 하며 돌아서는 이들도 있지만 그 가운데 걸음을 멈추고 듣는 청년들도 있다. 그리고 가만히 듣다가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는 이들도 있다.
“얼마나 힘들어요. 그러나 걱정하지 말고 하나님께 기도하세요. 하나님은 다 아셔요 하고 말하는 순간 우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요.”
일부러 와서 기도해달라는 청년들,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청년들. 그 가운데는 아예 변 목사의 교회에 출석하는 청년들도 있다.
변 목사는 아름다운동행의 자원봉사자이기에 몇 년 동안 들어온 이야기다.
“노방전도를 해왔지만 본격적으로 청년들에게 하기 시작한 것은 언론을 통해서 가족 간의 끔찍한 사건들을 접하면서였습니다. 그렇게 비뚤어지기 전에 다가가야 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청년들은 아직 ‘진행형’의 존재이니까요.”
함께 울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들의 눈물에는 ‘시간’이 담겨 있었다. 한 번 울어주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에너지를 들여서 함께 해주는 것. 그렇게 함께 울어줄 때, 사람들은 치유되고 해방되고 또 다른 사람을 위해 울어주는 ‘품’을 갖게 된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