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좋아하는 아빠가 가족 위해 ‘디자인’

여행 열풍이 불어 여행 전문 도서관도 생기고, 모임이나 서적도 많이 늘어났다. 그런데 아무래도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은 비용이나 들어갈 에너지 등을 생각하면 나서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여행 좋아하는 아빠가 가족을 생각하며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갈 수 있는 ‘시베리아 기차 여행’을 기획했다. 가족 모두 시간을 내어 함께 여행가기가 더 어려워지기 전 떠난 특별한 여행. 대학생 아들, 딸과 엄마, 아빠가 배낭을 메고 지난해 여름, 기차를 타고 시베리아 곳곳을 돌아다녔다.

세계 여행 전문 블로거이자 아빠인 태원용 씨(대구삼성교회)는 이렇게 설명한다.
“어릴 때부터 여행을 좋아해서 여러 나라를 다녔습니다. 1985년에는 혼자 자전거 타고 전국일주를, 1989년에는 친구와 자전거 타고 제주도와 남해안 일주를, 1992년에는 혼자 38개국 배낭여행을 떠나기도 했지요. 이후 가정을 꾸리고 틈틈이 가족들과 여행을 떠났습니다. 제가 느꼈던 그 기쁨을 공유하고 싶어서요. 또한 우리 삶에 그렇게 필요한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고 싶었어요.”
평생에 꼭 한 번은 가 봐야 한다는 시베리아 여행. 망망대해 같은 바이칼 호수의 정경을 함께 바라보고, 전력 질주하는 차를 타고 육로로 몽골의 국경을 넘어갔다. 러시아, 몽골, 카타르에 이르기까지 24박 25일 동안 가족이 함께 움직였다.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기도 하고, 밥을 지어 먹기도 하고, 미리 예매를 하는 등 비용을 적절히 쓰려고 했어요. 풍성히 누렸는데도, 4인이 총 900만 원 들었더라고요.”
하지만 인생이 그렇듯이 예상을 빗나가는 일들이 생겼다고. 예를 들어 몽골 들어갈 때 버스표가 매진되어 발을 동동 구르는데 한 고려인을 만났고, 그의 도움으로 멋진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저희가 준비한 것보다 더 좋은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여행은 그런 것 같아요.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것들을 오롯이 경험하게 되지요. 가족이 한 입술로 계속 고백했어요. ‘우리 잘 하고 있지. 좋다. 하나님께 진짜 감사하다’ 하고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어 이동 중에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블로그에 여행일지를 계속 올렸다. 많은 사람들이 시베리아 횡단 기차여행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예 최근에는 책 <시베리아 횡단 기차여행>도 냈다. 매일의 여행일지뿐 아니라 가계부까지 꼼꼼히 올려 그대로 따라가도록 도왔다.
“전 우리의 삶은 긴 여행이고 짧은 소풍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가족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고자 꼼꼼히 준비하여 부지런히 다녔습니다. 가족들 기억의 곳간 속에도 추억들이 가득 채워졌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것 같다. 딸 효은양의 여행후기를 보니.
“이번 여행을 하면서 무엇보다도 우리 아빠에게 제일 감사하다. 여느 일반적인 경상도 아저씨가 우리 아빠였다면 이런 여행은 꿈도 꿔 보지 못했을지 모른다. 실제로 내 친구들이 그랬다.”

가족이 함께 한 여행. 너무 늦지 않게 다녀올 수 있기를. 인생의 앨범 속에 그 추억 하나 제대로 간직할 수 있길 바란다는 그의 말이 진심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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