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나와 우리 사이 2

“사람들의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저 자신이 힘들어 책들을 들춰보니 ‘자존감이 낮아서’라는 답이 나오더군요.” (40대, 여)
“두세 번 연애 후 왠지 작아지는 모습에 견디기 힘든 시간을 지내고 있습니다. 툭 털고 일어나고 싶은데 왜 안 되는지 답답합니다.” (20대, 남)
“보통 때는 잘 지내는데 남편과 다투거나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는 아무 쓸모없는 존재로 느껴져요.” (50대, 여)


지난 호에서 다룬 ‘의사소통’이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였다면, ‘자존감’은 그 표현을 하게 하는 마음의 든든함이라고 할 수 있다. 삶에 찾아오는 추위와 더위, 바람과 끈적임을 어떻게 겪어내느냐 하는 마음의 든든한 정도를 말하는 것이 된다. 이때 적절한 자기 보호와 표현으로 도움을 받으며 견디기 위한 시도를 할 수 있는가, 아니면 자극(스트레스)에 묻혀 어두운 곳으로 들어갈 것인가를 자존감의 높낮이로 말할 수 있다.

자존감 높이기
그러면 낮은 자존감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심리학자 선안남은 ‘자신을 잘 보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갈등 후에 더 단단해지기 위해 스스로를 위로하며 ‘공사 중’이라는 삶의 과정을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중국의 류상핑 교수는 “일상을 성실하게 살며 다가오는 작은 어려움들을 잘 넘어가는 가운데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어릴 적 부모에게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지금까지 많은 결핍 속에 살아왔더라도 ‘작은 데서 행복을 찾고 웃을 수 있다면’ 자존감은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잘 아는 스스로의 노력이 트라우마(상처)를 오히려 ‘창작’이나 ‘연구’로 승화시킬 수 있고, 질투를 심하게 가진 마음을 ‘자기 계발’이나 공부로 연결시킬 수 있다고 아들러도 이미 말했다.
미국 드라마 ‘초원의 집(Little House On The Prairie)’에 나오는 한 장면이 생각난다. 교사가 된 둘째 딸 로라 잉글스가 알만조와 결혼해 드디어 보금자리를 꾸몄을 때, 갑자기 토네이도가 들이닥친다. 목조 가옥은 다 뜯겨지고 가재도구가 나뒹구는 극한 상황에서 로라는 울며 안타까워하다가 화분 속에 남아있는 꽃을 발견하고는, “너도 살았구나. 그래, 다시 시작하자”라고 말했다.
우리도 자연 재해와 맞먹는, 전쟁으로 예측 불가능한 날들을 보낸 부모님들의 의식주 욕심과 이기심 속에 성장했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넘어서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성실함으로 채워갈 때 ‘자기가치감’은 높아질 수 있다.

함께 생각할 단어들
✽안정감 안정감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를 ‘가치 있다’고 여기며 실패를 경험할 때도 무너지지 않는다. 이것은 자존감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출생 후 1년간의 보살핌이 매우 중요하다.
✽조건부 자존감(불안정) 특히 외모나 남들의 인정, 가진 것을 중시하는 사람이 자기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 크게 흔들리는 것으로 강렬한 자의식과 연관된다.

✽자의식 자신을 관찰하거나 반성하는 버릇으로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나타나는데, 이들은 공포심과 질투가 많고 인색하며 이기심이 있어 심리학을 공부하여 스스로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이기적 자존감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데에만 관심이 있어 타인의 마음을 고려하지 못한다. 명예와 이익에 매달리는 유형이다(참고 : <자존감이라는 독> 류샹핑 저). 이와 같이 자존감은 높낮이 뿐 아니라 바르고 안정적인가도 중요하다.

어떻게 안정적인 자존감을 가질까
자신을 객관적으로 아는 것은 여러모로 유익하다. 단점도 인정하며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안정적인 자존감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므로 자신을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난처하고 부끄러운 상황에 접할 때는 너무 몰입하지 말고 한 발 물러서서 보기를 권한다. 또한 잘못한 일은 사과함으로 죄책감을 쌓아두지 않게 해야 한다. 이외에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허풍’은 정상적인 심리 욕구로서 적당한 허풍은 마음의 불안을 줄여주어 이롭다고 말한다.
그러나 불안에 빠지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활동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남을 돕는 일’이라고 한다. 자발적인 봉사는 마음에 평화를 주고 삶의 폭넓은 경험과 함께 보람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남과 다른 특별한 사람으로 사는 일
살다보면 남들과 같아질 수 없어서 힘든 상황에 놓일 때가 있다. 그럴 때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 새끼’를 떠올리게 된다. 그들과 다른 자신을 보통 오리들과 다른 ‘미운 오리’로 동일시하며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 그러나 이 특별함을 자각하는 과정은 외롭고 힘든 길이다. 이때 내‧외부로부터 마음을 흔드는 많은 말들을 듣게 되는데 양창순 정신건강 전문의는 “괴로운 생각을 멈추고 그 불안을 주는 상황에 대해 객관적인 모니터링을 하라”고 권한다. 이렇게 갈등할만한 일인지 판단해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꾸준히 해가며 날아오를 날을 기다리는 것이다.
남의 인정을 추구하는 일은 스트레스를 키우므로, 삶 속에서 스스로 즐거움을 찾는 것이 훨씬 낫다.

어느 엄마의 고민, 문제는 자존감
얼마 전, 한국일보에 오은영 정신과 전문의가 쓴 상담 내용의 한부분이다.
“대학을 다니지 않은 엄마가 딸에게 대학을 나왔다고 말하고 살다가, 사실이 아님이 드러나며 딸에게 무시를 당한다”는 고민이었다.
이에 대해 오 원장은 우선 실망한 아이의 감정을 수긍해주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기를 죽이지 않으려 한 거짓말이지만 사과하고 평화롭게 사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상 속 자연스런 평화의 분위기를 갖는 것이 중요함을 말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이 엄마는 ‘대학을 안 다닌 것’을 문제로 가져와 무시당한다는 것에 초점을 두었으나 실은 엄마자신이 자신의 약점을 받아들이지 못한 자존감의 문제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 오 원장은 약점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하며 ‘키가 작아서, 뚱뚱해서, 돈이 없어서, 눈이 나빠서’ 등의 각자에게 있는 약점 중 하나로 인정하라고 말한다.
또한 자녀와의 갈등을 살면서 겪는 ‘성장통’ 쯤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하며 이것은 엄마의 탓이 아닌 삶의 과정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엄마 자신의 부정적 감정도 드러내라는 것이다.
“네가 그렇게 대하니 섭섭하고 화가 난다.”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조언하는 각 문장이 자존감을 건강하게 세우기 위한 말들이다.

전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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