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마음이 함께 가는 대화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새해를 맞이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각 분야의 문제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지만, 우리는 큰 그림을 언급할 수 없기에 좀 더 나아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주변 상황이나 조건을 넘는 ‘여기, 이 자리’의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겁니다.
언제부터인지 ‘의사소통’이란 단어가 입에 많이 올랐습니다. 서로 통하고 싶은 소망이 드러나는 모습일 겁니다. 말이 되고 마음이 연결되는 의사소통, 그 일치적이고 적절한 표현은 자존감을 높여주고, 의사소통 방식을 제대로 익히면 좋은 인간관계로 발전됩니다.
이번호에서 일치적 의사소통을 소개하며 계속해서 전반기에는 자존감, 인간관계를 차례로 다루려고 합니다. 독자들과 의사소통이 되는 ‘아름다운동행’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주고받는 대화가 어려울 때가 있다. 한 사람은 ‘본을 보이면 좋아지겠지’ 하는 기대로 지적할 말을 참고 있는데, 상대방은 ‘별 말이 없는 걸 보니 괜찮은가 보다’ 여기고 같은 모습으로 사는 경우다. 이런 일은 사회에서나 가정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특히 자녀를 키우는 엄마가 갖는 가장 큰 딜레마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심각해지기 전에 담백하게 대화를 시도하면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정신과 전문의 김진 씨는 말한다. 그런데 이것이 왜 어려운가.

투명한 삶의 자세에서 시작
흔히 의사소통은 ‘말’을 잘하고 못하는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건강한 의사소통은 투명한 사람이 되려고 할 때 가능하다. 마음과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려면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부모나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사랑과 함께 살아오며 쌓인 부정적인 감정들~ 그것들을 그대로 내보이게 되니 말이다.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지 않는 사람은 자신도 알 수 없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해 어떤 상황 앞에서 예상치 못한 분노, 두려움, 낙담의 말을 하게 된다. 그런 일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주고 곧 자신도 후회를 하는데, 이는 의사소통이 대인관계와 자존감을 서로 연결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심리학자 버지니아 사티어).
그러므로 자신을 성찰하는 자세, 곧 자신의 부족함을 직시하고 인정하려는 정직함을 가질 때 삶은 투명해지고 표현되는 말은 ‘일치’에 가까워진다.
의사소통을 돕는 johari의 창(그림 1)이 있다. 여기에 ‘남들은 알지만 나에게 보이지 않는 창’과, ‘나 자신은 알지만 남에게 숨겨진 창’이 있는데 이러한 창을 열기 위한 노력이 ‘자기표현’과 ‘경청’의 의사소통이라고 말한다. 이런 노력으로 마음의 가려진 영역이 좁아지면 ‘모두에게 열린 창’(의식세계)이 커져서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닫힌 창(무의식세계)’이 줄어든다. 곧 알 수 없는 감정에 덜 휘둘리게 된다는 것이다.

지지(support)와 통제(control) 사이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만큼 상황에 따라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필요할 때마다 가르쳐야 하기도 하고 보듬어줘야 하기도 하니까. 사랑의 마음으로 지지만 받고 통제를 제대로 받지 않은 아이는 이기적으로 자라고, 훈계와 통제적 가르침만 많이 받은 아이는 경직되어 권위적인 사람이 되기 쉽다. 그러나 이 둘을 적절히 받으며 자란 아이는 자신감 있고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둘 다 부족하게 자라면 나태하고 무관심한 사람이 된다.
(그림2 참조)
아이를 긴장된 얼굴로 통제하는 엄마, 빨리 따라오지 않는다며 화내는 엄마, 세돌 아이가 형 노릇하길 기대하며 재촉하는 엄마의 모습은 자신 안에 내재된 감정이 이 상황과 섞여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의 적절치 못한 통제로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엄마는 더 큰 반응을 보이는 왜곡된 의사소통으로 갈 것이다. 이러한 굴레를 벗으려면 엄마는 자신을 살펴보아야 한다. 남편과의 관계로부터 자기 삶의 미해결과제 등을 돌아보며 하나씩 지속적으로 풀어가야 편안한 감정과 표현이 일치하는 말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많은 경우, 자신으로 인해 기뻐하고, 자신으로 인해 기분이 나쁘다. 그것은 우리가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고, 자신에게 매여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양치기 목동의 거짓 고함
양을 치던 목동이 소리를 질렀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우리는 그 이야기에서 거짓말을 계속하니 정작 늑대가 나타났을 때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데에 중점을 두었지만, 여기서는 양치기 목동이 왜 거짓말로 사람들을 자꾸 불렀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쓸쓸한 언덕에서 혼자 양을 돌보며 어제도 오늘도 아이는 사람이 그리웠을 것이다. 어쩜 사랑과 관심, 말할 대상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늑대가 나타났다고 한 번 소리 질러 봤더니 모두들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이에 대해 심리학자 김도애 박사는 사랑과 관심이 부족하면 그것을 대체해서 채울 무언가를 찾게 된다고 강조해서 말한다. 그것이 거짓말이든 무엇이든. 아이의 거짓말도 이러한 사랑의 허기짐에서 오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건강한 의사소통 위해 바꿔야 할 지침들
건강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이제 가정 안에 규칙처럼 내재되어 있던 말들에 융통성을 주어야 한다.
“절대로 화를 내서는 안 돼.” “강하게 행동해야 해.” “남자가 눈물보이면 못 써,”
“원한다고 달라고 하면 안 돼. 기다려야지.” “사랑한다면 내 말대로 해야지”라는 말들이 과거엔 생존을 위해 필요했다면 이젠 그 규칙을 벗고 자유로운 편안한 말로 바꾸어야 한다. ‘절대’나 ‘해야 한다’는 말을 ‘되도록’ ‘하면 좋다’로 넣고 ‘언제나, 끔찍한, 불평꾼’ 등의 단어 사용은 피해야 한다.

아름다운 의사소통을 바라며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사진촬영과 녹음을 동시에 하는 비디오카메라가 돌아가는 것과 같다. 그래서 언어의 표현 뿐 아니라 표정, 자세까지 다 전달이 된다.
정직하게 표현하고 적절하게 수용하는 바람직한 의사소통은 자신의 내면을 존중히 여기고 자신이 바라는 것들을 충족하려는 자세에서 나온다.
이러한 의사소통을 위해 정신과 전문의 김진은 몇 가지 팁을 주고 있다.
평소에 남의 말을 경청하며, 전체를 보려는 자세를 가지라고 권한다. 경청은 습관이 되어 의사소통에 직결될 것이고, 전체를 보는 눈이 생기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성급한 일반화를 조심하고 자기를 객관화하라고 말하는데, 대화에서 앞서가는 일반화는 말할 맛을 떨어뜨리고 나를 객관화하는 자세는 자기중심에서 벗어나는 길이 되기 때문이리라. 마지막으로 오류에 대한 여지를 남기라고 하는 것은 겸손을 강조한 말이 아닐지.
의사소통은 살아있는 건강한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받아주고 키워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실제적인 지향점을 가지고 상대를 구체적으로 알아가며 수준에 적절하게 듣고 말하는 것이 바람직한 의사소통이 될 것이다.

객원기자 전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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