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 남은 이들을 위한 사랑의 편지> 펴낸 김정삼 판사

Q 법조인이 직접 유언서 작성에 대해 이처럼 구체적으로 다룬 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판사님이 이 책을 쓰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오래 전 평소 알던 분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은 적이 있어요. 목소리는 쉬어 있었고 힘이 없었는데, 내용인 즉은 명(命)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유언장을 작성하고 유언집행자를 저로 선정하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것이었어요. 당시 변호사로 활동하던 저는 유언에 관한 전문서적을 구해 보려고 했으나, 우리나라에 유언만을 전문적으로 다룬 실무적인 서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때부터 이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꽤 오래 준비하신 것 같군요.
“책을 쓰겠다고 생각하고 나서 일본에 객원연구원으로 나가 있었는데 그때부터 집필은 시작했으나 그러다가 또 멈추었어요. 하지만 언론을 통해 상속 갈등이 비일비재하게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집필에 열중하게 되었습니다.”

Q 누구나 쉽게 유언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이 책을 장점이라고 하셨는데….
“네. 최근의 판례나 사례 등 각종 자료까지 수집했고,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쉽게 썼어요. 이 책을 참고하여 유언장을 작성하면 법적인 요건을 갖춘 유언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 갖가지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유언 문구를 다양하게 수록해 놓았으므로 참고가 될 것입니다.”

Q 오랫동안 변호사나 판사로 개인의 상속 분쟁에 관여해 오신 것으로 압니다.
“상속을 둘러싼 분쟁에 대해 들으면서 많은 사람들은 ‘차라리 상속재산이 없으면 가족 간에 우애롭게 살 수 있었을지 모르는데, 많은 재산을 남겨주는 바람에 형제간에 골육상쟁이 생겼다’고 말씀하는 분들이 많지요. 그래서 누군가는 ‘재산이야말로 자식들에게는 가장 유해한 핵폭탄이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상속싸움을 하고 나면 형제간의 우의는 회복 불능 상태가 되고 말지요.”

Q 판사님은 이런 재앙을 ‘좋은 유언’으로써 막을 수 있다고 보시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이러한 분쟁은 그러한 일이 일어날 것을 예측하지 못한 망인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봅니다. 생전에 재산정리를 제대로 해 놓거나 유언을 잘 해 놓았다면 분쟁의 많은 부분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죠. 외국에서는 젊어서부터 유언서를 잘 작성해 놓는 경우가 많아요. 가령 케네디 전 미국대통령이나 영국의 다이아나 황태자비 같은 경우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모두 유언장을 작성해 뒀기 때문에 본인의 평소 뜻에 따라 유산이 분배되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유언서를 작성하면 곧 죽을 것 같아서 불쾌하다고 말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 아마 유언서 작성을 미루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니 누구나 미래를 대비해두는 것이 지혜롭겠지요. 어떤 법조인은 ‘유언해 놓지 않으면 피상속인의 채권은 다 날아간다’고까지 말하기도 해요. 이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므로 귀 기울여야 할 대목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유언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아요. 또 유언을 해 놓는 경우에도 유언서를 잘못 작성하여 법적효력이 없는 경우도 많죠.”

Q 남길 재산이 별로 없어서 유언서를 안 쓰는 경우도 많지 않을까요?
“꼭 재산이 있어야만 유언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언의 내용에는 재산문제 외에도 담아야 할 내용이 많아요. 가령 죽은 뒤를 대비하여 자기의 의사를 남겨 놓으면 본인은 물론이고 유족들에게도 의미가 크지요. 모쪼록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유언이 활성화되기를 바라고 유언장을 잘못 작성하여 상속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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