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세 아이의 어엿한 엄마가 된 딸과 내년 3월이면 아빠가 될 미국에 있는 아들은 지금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가슴이 설렌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작은 거실 벽에 부직포로 만든 게시판에 절기가 바뀔 때마다 예쁜 그림을 그려서 오려 만들어 붙였던 일이나, 매년 12월이 다가오면 엄마 아빠와 함께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던 일이 새록새록 떠오른다고 합니다.
올해 크리스마스트리는 예쁜 세 외손자들과 함께 만들어서 더욱 행복합니다. 늘 그래왔듯이 이제부터 트리 밑에는 알록달록 포장된 선물들이 풍성하게 쌓이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왕할머니’라고 부르는 장모님부터 곧 태어날 친손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족들이 서로를 위해 준비한 선물들로 말입니다.

며칠 전 첫째 손주가 “할머니,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밤에 선물을 들고 어디로 들어오세요?”라고 심각하게 물어왔습니다. 아내가 “벽난로 굴뚝을 통해서 들어오실 걸. 왜?”라고 하자, “할머니 난로 때지 마세요. 때면 할아버지가 뜨거워서 들어오지 못하시잖아요”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손자의 말이 하도 진지해서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고는 “그래! 그렇구나, 그 날은 난롯불을 때지 말도록 하자”고 대답했답니다.
어린 시절 우리도 손자와 똑같은 생각들을 했었지요. ‘어떻게 저렇게 좁은 굴뚝으로 들어오실 수 있을까?’하며 신기해했으며, 산타 할아버지께서 문고리에 걸어놓은 양말에 선물을 가득 넣고 가셨으면 하다가 잠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딸이 네 살 쯤 되었을 때 일입니다. 나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차림을 하고 유치원을 방문했었지요. 그 때 나를 본 딸이 내 코앞까지 다가와서는 신기해하는 눈으로 빤히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그런 딸의 모습이 얼마나 예뻤는지 아무 말 않고 꼭 안아주었습니다. 그날 집에 돌아와서 “엄마, 오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아빠와 똑같아. 근데 미국 사람이야. 영어를 하는 거 있지?”라고 하더랍니다. 이 말을 듣고 아내는 “그래?”라는 대답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행복한 추억들이 오늘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요. 나이가 들어 산타 할아버지가 실제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도 그 행복은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딸은 벌써 한 달여 전부터 교회 어린이들과 함께 성탄절 축하 공연을 신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온 가족이 모여 생일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하고 감사 찬송을 드릴 겁니다.
“우리 곁에 와 주신 예수님, 진심으로 깊이 감사드립니다. 생일 축하해요!”

전국재
평생의 관심사는 초지일관 ‘놀이’다. 현재 청소년과 놀이문화연구소(www.ilf.or.kr) 소장과 장신대 초빙교수로 일하면서 지도자 양성과 저술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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