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시작해 보세요!

자서전이나 회고록이 무겁고 부담스러운 과제로 여겨지세요?
그건 아마 삶의 밑바닥을 다 드러내야 하고, 그러다가 미화하거나 과장하게 될까 염려해서 일겁니다. 태어나던 이야기부터 일평생을 다 기록하는 게 장황하게 느껴지는 건 필자나 독자나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애 가운데 넣고 싶지 않은 이야기는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글쓰기를 ‘마이 스토리-나의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려 합니다.
이것은 우선 생각나는 사건을 기억나는 대로 풀어 쓰며 그때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머릿속에 섞인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해보면 천천히 생각이 정리되며 사건과 감정이 분명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소설가 팸 휴스턴은 자신의 글 80% 정도가 사실이라고 하며, 우리의 기억은 생생한 과거로 데려가기도 하지만 왜곡될 때도 있음을 알려 줍니다. 그러기에 소신껏 글을 쓰고 나름대로 해석하는 가운데 외로움이나 혼란에서 보호하라는 것입니다. 더욱이 손으로 글씨를 쓸 때 ‘자신’과 ‘사건’을 더 새롭게 알게 된다고 합니다.

과거 얘기는 왜 해야 할까
지난날을 들여다보는 것이 힘들어 과거를 외면하게 되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섞여진 감정들이 우리를 끈질기게 끌어당깁니다. 자유롭고 건강한 삶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기억 속의 일들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들여다보며 괴로워하는 것을 옆에서 볼 때 안타까울 때가 있지만, 그 과정을 잘 겪고 나서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보람된 노력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자기 돌아봄, ‘마이 스토리’는 아픔 사이에서 희망이나 행복의 순간을 찾아낼 수 있어야 참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내면으로 파고들어 깨달은 바를 보여주기로 마음먹어야 합니다. 즉,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독특한 깨달음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매체에 칼럼을 통해 마이 스토리를 드러낸 과정을 한 예로 들어봅니다.

‘작은 천국 패밀리’의 제목으로
왠지 기억에 남아 마음을 누르는 얘기들을 한 사건씩 풀어가며 그 속에서 생긴 크고 작은 상처 난 감정들을 짚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혼란스런 마음을 추스르는 역할을 했지만 한편 가정 안에 묻힌 얘기들을 한 겹씩 벗기는 일이기에 조심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글쓰기가 계속되며 하나의 제목이 지나고 나면 엉클어진 실타래가 하나씩 풀리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어깨가 가벼워지고 눈이 크게 떠졌다. 뿐만 아니라 그 부정적 감정의 찌꺼기로 인해 못 느끼고 있었던 넓은 범위의 행복한 분위기도 보게 된 것이다.
기억 속 사건을 이야기하다가 혼돈되었던 감정이 명료해지자 ‘그건 내 잘못이었어.’ ‘그건 나랑 상관없이 일어난 이상한 일이야.’ 엄마의 잘못, 아버지의 실수 등으로 정리가 되었다.
그러면서 놀랍게도 삶 속에 그림자가 덜 생기도록 안팎이 같은 솔직한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글쓰기를 통해 뒤섞인 감정이 좀 시원해질 거라고는 기대했지만 이런 유익까지 얻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었다.

남겨주세요. 우리가 못 겪은 일들을
자신을 건강하게 세워주고 주변 분위기를 너그럽게 하며, 어떤 이에게 공감과 교훈을 줄 ‘마이 스토리’를 구상해 보세요.
전쟁 이야기, 그 후 생존을 향해 몸부림쳤던 과정과 도전의 삶, 앞만 보고 달려오다 균형이 깨져 애쓴 이야기들. 급변한 우리 사회에 두고두고 약이 될 보물들을 나눠주시기를 바랍니다.

전영혜
객원기자. 상담학을 공부하고 결혼예비교육과 ‘좋은 엄마 코칭’을 하며 본지에 칼럼 ‘작은 천국 패밀리’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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