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식탁을 나누며, 감사를 나누고

추수감사절을 맞아 특집 ‘식탁을 나누며, 감사를 나누고’를 마련했다. 미대륙 황무지에 도착해 추위와 배고픔 가운데 첫 수확을 한 청교도들은 그 속에서 인디언들을 식탁에 초대해 감사를 나누었다. 그 삶의 여정을 그려볼 수 있는 ‘플리머스 플랜테이션’을 소개하며 우리 주변 삶의 자리에서 밥과 함께 사랑을 나누는 이들을 만나본다. <편집자 주>

한낮 햇살이 따사로워도 이맘때면 바람이 차고 매서운 뉴잉글랜드(미 동북부) 바닷가 마을에, 크리스천들이 미국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플리머스 플랜테이션’(Plimoth Plantation)이 있다. 보스턴에서 3번 도로 남쪽으로 한 시간을 내려가면 아메리카 신대륙에 상륙한 첫 이민자들이 정박해 짐을 푼 곳, 그들이 출발했던 영국의 항구 플리머스를 기억하려 그대로 이름 지은 바닷가 마을에 다다른다.

플리머스 플랜테이션
플리머스 플랜테이션은 이들 ‘필그림 파더스’가 미 대륙에 처음 만든 마을로, 예배를 드리는 2층 목조 건물을 중심으로 외양간과 텃밭을 갖춘 오두막이 양쪽으로 줄지어 서있다. 중앙건물 안에는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적들의 침입을 살피며 총도 쏠 수 있도록 사방에 구멍이 나 있다. 위험으로부터 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져야 했기에 예배 중에도 보초를 섰던 모양이다. 거의 4백 년 전의 모습을 간직한 이 마을은 바닷가의 습한 날씨로 질펀한 흙바닥을 하고 있어 비 오는 날은 둘러보기가 곤란할 듯싶다.
자그마한 오두막집 안으로 들어가자 역시 흙 바닥에 나무 침대, 테이블, 의자가 놓여 있다. 장작불에는 천정에 매달린 냄비에 물이 끓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 시절 복장을 한 사람들(연극배우들로 보인다)이 여기서 생활을 하는 듯 천연덕스럽게 움직이며 묻는 말에 응수하는 것이다.

말 붙여보기
집 안에서 옥수수 가루로 반죽하는 사람, 해진 옷을 바느질하는 여인들에게 “매일 여기서 이렇게 지내요?”하고 묻자, “그럼요. 자유를 찾아 대서양을 건너 왔는데요. 고향보다 추워서 좀 힘들지만 물고기도 많고 옥수수 농사도 잘돼서 점점 나아지고 있어요”라고 당시 그 곳 사람처럼 대답한다.
짓궂은 마음에 “어디 연극 팀이에요?”하고 물으니 “여기까지 온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지금은 한 가족처럼 지낸다”고 여전히 센 영국 악센트로 말한다. 마을 한 쪽엔 큰 화덕이 있어서 빵을 굽고 있었다. 온 마을 사람들이 먹을 빵이란다.

집을 새로 짓는지 남자 여럿이 나무 기둥을 세우고 있어 “이런 나무는 어디서 가져오나요?” 하고 물었더니 인디언들이 가르쳐 준 곳에서 잘라왔다며 그들이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인디언들과 싸우지 않았어요?”라는 말에 지금까지는 잘 지내고 있으며 바로 옆쪽에 인디언 마을이 있어 그들에게 농사를 배우기도 하고 필요한 물건을 바꿔 쓰기도 한다고 말한다. 가르쳐 준 길을 따라 계단을 지나가니 작은 인디언 마을이 나왔다.
집 모양과 구조가 완전히 다르고 그 안에 살고 있는(연기하는) 사람이 다른 옆 동네 인디언 마을. 이들은 자신들이 이 지역 전부를 돌보는 일을 맡고 있다고 하며 그 대신 큰 배가 들어올 때마다 새로운 물건을 얻는다고 역시 4백 년 전 스토리를 말해 준다.

필그림들의 첫 겨울, 첫 잔치
영국을 떠나 대서양 가운데서 심한 폭풍에 휩싸였다가 66일 만에 육지에 다다른 이들, 새 땅에서 그들은 인디언 집 두 채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옥수수와 다양한 색깔의 콩을 찾아냈다. “이것이 아니었다면 그 겨울 우린 다 굶어죽었을 것이다”라고 탐사대장 윌리엄 브래드퍼드가 기록해 놓은 것을 보면, 그 콩은 아마도 겨울을 지낼 인디언들의 양식이었나 보다. 이후에 그것을 갚아야 했다는 기록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첫 겨울을 지내며 얼음과 눈 속에서 이주자의 절반 정도를 잃게 되는 상황에서 남은 사람들은 얼마나 삶에 대한 두려움을 가졌을지.
봄이 되어 인디언들과 평화협정을 맺고 필지를 배당받아 농사를 시작하게 된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다. 그 해 첫 수확을 받아들자 지난겨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빈자리를 보며 또 다시 찾아올 겨울을 느끼며 이들은 하나님만 의지하는 기도와 예배를 온종일 드렸다고 한다. 서로의 건강과 안위를 기원하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으랴. 이후 가을 추수를 마치고 나면 인디언들을 초대해 야생 칠면조, 생선, 옥수수를 차려 감사의 식탁을 함께 나누는 잔치를 한 것이 추수감사절의 한 모델이 된 것으로 알려진다.

필그림 행진과 나눔도 가능
지금도 11월 넷째 목요일에는 그때를 기념하는 행사가 당시의 복장을 한 51명의 순례 행진으로 시작된다. 그들이 타고 온 배 ‘메이플라워’2호를 전시한 바다에서부터 버리얼 언덕까지 찬송을 부르며 감사 예배 행렬을 한다. 이어 1620년 메이플라워호 승객으로 분장한 이들과 식사를 나누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그들의 희망과 두려움, 여기까지 오게 된 삶의 스토리도 들을 수 있다. 단, 미리 예약자에 한해서 가능하다. 근처에 플리머스 필그림 박물관도 있다.
www.plimoth.org

객원기자 전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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