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식탁을 나누며, 감사를 나누고

성남시 태평동 모란시장 근처에는 일용직을 연결하는 인력시장이 모여 있다. 1970년대 서울시 청계천 개발로 인해 이주한 주민들이 터전을 이룬 지역으로 어렵고 가난한 이들이 많이 사는 동네다. 그래서인지 요즘도 이른 새벽이면 많은 사람들이 이 골목으로 쏟아져 나와 일자리를 구한다. 열 명 중 절반 이상이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지만.

7년째 이어져온 따듯한 아침 식사
사랑마루 변혁석 상임이사는 말한다.
“2009년 9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일용직 근로자들을 위해 따듯한 아침 식사를 대접하자는 취지에서 ‘사랑마루’가 시작됐습니다. 샘물교회의 세 가정이 이 일을 위해 헌신했고, 성남시기독교연합회에 속한 교회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급식 사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일을 구하지 못한 일용직 근로자만 대상으로 하려 했는데, 노숙인도 많이 찾아왔다. 그런데 사실 일용직 근로자와 노숙인 사이에 경계가 분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용직 근로자가 일을 구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 노숙자로 전락하게 됩니다. 다양한 이유로 인해 실패를 겪고 마지막 끈으로 일용직을 구하러 나온 것이지만, 이마저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길바닥 외에 갈 곳이 없는 거죠.”

300여 명 위한 무료 아침급식
처음 사역을 시작할 때는 주 3일 아침 식사를 대접했다. 경기도 근교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사람들이 오는 것을 보고 6개월 만에 주 5일로 늘렸다. 매일 찾아오는 300여 명의 일용직 근로자, 노숙인, 일부 독거노인 등은 기초생활수급자에 들지는 않지만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필요한 일인데 지속하기 위해서 힘을 모으지 않으면 안 되었다. 감사하게도 15개의 교회와 기업, 단체 등이 정기 봉사와 후원을 통해 이 일을 이어가고 있다.
새벽 5시부터 식사 준비가 시작된다.
“조리장님 한 분과 노숙인이셨다가 직원이 된 세 분이 함께 식사준비를 하면, 곧 배식 봉사자들이 도착합니다. 6시가 되면 봉사자들과 일찍부터 모인 이용객들이 함께 새벽기도회를 갖고, 6시 반부터 8시까지 배식을 합니다.”
상담을 통해 급식카드를 발급받은 사람은 현재 약 천 여명에 이른다.

따가운 시선 속 따듯한 온정
봉사자들의 모토는 ‘고맙다는 말을 들을 기대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한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불쑥 튀어나오는 문제들이 수시로 일어나기에 보답을 기대하는 자세로는 결코 할 수 없는 섬김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술 먹고 행패를 부리는 분들에게 뺨을 맞기도 하고, 예산 부족으로 반찬 수를 줄였을 때 엄청난 투정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주변 지하철역에서는 찾아오는 노숙인으로 인해 역사가 더러워진다며 종종 항의 전화를 하고, 주민들은 동네가 조금이라도 더러워지면 늘 ‘사랑마루’를 탓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사역을 7년째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어려운 이웃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주는 기쁨이 크기 때문이라고.
“봉사자들이 오면 두 가지를 보고 항상 놀랍니다. 이른 새벽부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식사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오는 것과, 밥그릇 서너 공기 정도의 엄청난 양의 식사를 하는 모습에 놀랍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낙심한 이들에게 따듯한 밥 한 끼로나마 위로와 응원을 전하는 기쁨이 봉사의 수고로움을 잊게 만듭니다.”

밥 한 끼의 기적
“예수님께서 부활 후 제자들을 찾아오셨을 때, 그들은 밤새 낚시를 했지만 한 마리 물고기도 잡지 못해 마치 실업자와 같은 상태였습니다. 그 때 주님께서는 가장 먼저 아침 식사를 먹이셨습니다. 이것저것 묻기 전에 그들의 굶주림을 채우신 것이죠. 저희가 하는 급식 사역 또한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주린 배를 채우는 밥만을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낙심한 이들에게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것이 ‘사랑마루’의 무료급식 사역이다. 하루는 한 어르신께서 폐지를 팔아 모은 것이라며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을 신문지에 쌓아 전해주셨다고 한다.
“그 분들의 삶의 어려움을 전부 해결해드릴 수는 없지만, 저희가 기도하며 사랑으로 지은 밥을 드시고 하루를 살아가는 동안 기적의 열매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변 이사는 이어서 말한다. “한 영혼을 긍휼히 여기시는 예수님의 시선으로 주위 사람들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도울까 하는 고민보다 관심을 갖는 것이 먼저입니다. 길거리에 누워있는 노숙인을 도와야 할 대상이 아닌 사람 자체에 관심을 갖고 바라보다 보면 도움의 방식이 떠오를 것입니다.”

우리가 나눌 감사의 식탁
한 해 동안 추수한 것을 감사한다는 것은, 단지 내가 얻은 것을 감사한다는 의미를 넘어 다른 이들과 나눈다는 것에 의미가 있을 것이다. ‘모태에서 적신으로 나왔다’는 욥의 고백처럼, 맨 몸이었던 우리에게 풍성한 열매를 주신 주님의 은혜를 기억할 때, 우리 또한 먹을 것 없이 헐벗고 굶주린 이들에게 감사의 식탁을 나눠야 하지 않을까.

사랑마루 노숙인급식소 :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모란로 91, 2층
www.sarangmaru.org
전화: 031)7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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