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식탁을 나누며, 감사를 나누고

청교도들은 신대륙에서 농사를 지어 수확한 것으로 감사의 식탁을 원주민들과 나누었다. 단순히 음식만을 나눈 것이 아니라 ‘감사’를 나눈 것이다.
그런 감사의 식탁이 있는 또 다른 곳. 해외입양인들과 재외동포들의 복지와 권리를 위해 일하고 있는 사단법인 위드어스(www.withusinternational.org)의 특별한 ‘식탁’을 찾았다.
멀리 이국땅에서 부모와 가족을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후 장·단기로 거주하고 있는 해외입양인들을 위해 ‘집밥’을 마련하는 이들. 해외입양인들에게 ‘집밥’의 의미란 어떤 것일까. 어머니 손맛을 알기도 전에 이 땅을 떠난 이들에게 ‘집밥’이란 우리가 떠올리는 모습과 또다른 의미일 수 있다. 그러나 식탁을 마련하고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나눌 때 그들이 행복해 한다면 의미는 서로 통한 것이리라.

집밥을 준비한 이유
위드어스 사무실에서 만난 우수미 대표와 손태균 이사 부부(사진·위)에게 ‘위드어스 집밥’을 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2014년 기도하던 중에 주님께서 해외입양인에게 집밥을 나누라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제가 두어 사람 식사는 준비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에게 밥을 대접한다는 것은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게다가 학업과 위드어스 사역까지 병행하고 있기에 가능할까 싶었습니다.”
기도 부탁을 주위에 하고 나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교회에서 순장을 맡고 있는 남편 때문에 교회 순식구들을 대접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밥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자라난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식탁. 입양인 10여 명, 스텝과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까지 15~16명이 모여 함께 서로의 문화를 교류하고, 한국어까지 연습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해외입양인들은 다양한 이유로 한국을 방문합니다. 어머니의 태를 그리워하는 그들은 조국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싶어 하지요. 그러나 친 가족을 만나든 못 하든 쉽게 그 따뜻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화적 이질감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요. 그때 그들을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집밥’이라고 생각합니다. 식사공동체, 정서공동체가 되어주는 것이지요.”
우수미 대표는 이어 “따뜻한 밥 한 그릇을 함께 나누면서 그들의 고충도 듣고, 그들에게 그 식탁에 함께 앉을 수 있는 기회를 주어 가족으로서의 의미를 찾게 도와주는 것이 ‘위드어스 집밥’의 가장 중요한 의미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위드어스의 활동
성공한 커리어우먼으로 활동하던 우수미 대표가 해외입양인 사역을 시작하게 된 것은 뉴질랜드에서 만난 재외동포 친구의 ‘해외입양인을 돕는 꿈을 갖고 있다’는 포부를 들은 것이 그 시작이다.
“처음에는 아무 감흥이 없었어요. 그 친구가 한국에 들어온 후,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해외입양인을 돕는 단체와 연결된 친구를 돕다가 본격적으로 사역을 하게 된 것이지요.”
자신의 마음속에는 없었던 단어, 해외입양인. 그러나 우 대표는 모세, 요셉, 에스더처럼 멀리 이국땅에서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한 가운데 오히려 하나님의 일꾼으로 성장한 삶을 해외입양인과 연결시킬 수 있었다.
‘아, 이들이 하나님 나라의 일꾼이 되겠구나. 내가 도와야 겠구나.’
“반세기에 걸쳐 20만 명에 이르는 우리의 아이들이 본인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결정으로 세계에 입양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부모나 모국으로부터 버려졌다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한국과 한국문화를 가르쳐주어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여 현지 커뮤니티 발전을 도우며 함께 성장하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2010년 법인을 세워 독립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든든한 지원군인 남편과 더불어 영어가 가능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모국방문, 해외 한국문화캠프 진행 및 한글교실과 한국학교 지원, 장애 입양아 의료비 지원,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해외입양인과 재외동포들에게 책을 보내주는 ‘사랑의 책 나눔’, 한국 정착 지원 및 해외입양인 의료비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 세계 14개국에 20만 명에 달하는 해외입양인과 176개국 700만 명에 이르는 재외동포들을 우리는 ‘코리언 디아스포라’로 부릅니다. 우리는 이 코리언 디아스포라와 한국사회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할 것입니다.”
식탁 앞에서 우리 모두가 나이와 성별, 문화를 뛰어넘어 하나의 식탁 공동체가 되듯이 위드어스는 해외입양인, 재외동포, 소외계층을 비롯하여 그들을 돕고자 하는 자원봉사자 모두가 하나의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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