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 리모델링

리모델링은 집의 틀만 두고 다 바꾸기도 하지만 벽지, 조명 등을 새로 하며 기분을 돋우기도 한다. 부부 관계도 이처럼 삶의 단계에 따라 적절히 짚어 변화를 갖는 것이 필요한데, 이것을 ‘부부 사이 리모델링’이라 이름 붙여본다. 삶의 단계란, 어린 아이를 키울 때, 사춘기 자녀가 있을 때, 자녀가 독립해 둘만 남을 때 등 몇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시기에 맞게 부부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
“가정은 실내악을 연주하는 앙상블과 같다”고 가족치료전문가 사티어는 말한다. 그래서 구성원들은 자신의 파트를 제대로 연주하면서 서로 바라보며 호흡을 맞춰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 어느 한 악기가 너무 강하면 조화를 망치게 됨을 알아야 하고 그에 눌려 누군가 소리를 내지 않는지도 귀 기울여야 한다.

불협화음의 미를 찾아
‘요구 사항이 많고 불평하는 아내’와 ‘사람 좋아 보이는 남편’의 모습은, 실은 소통의 욕구가 큰 아내와 대화를 회피하는 남편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내는 부족한 소통을 채우기 위해 잔소리를 하게 되고 남편은 대충 듣는 데 익숙하게 된다. 또 ‘자기애성이 강한 이상주의자 아내’와 ‘강박적인 현실파 남편’, ‘변화를 추구하는 아내’와 ‘냉랭한 얼굴로 반응 안하는 남편’, 모두가 대치되는 모습의 부부들로 남녀의 차이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차이의 정도가 뚜렷하지 않고 부부간의 성향이 반대로 나타나기도 함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다름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매력으로 느껴져 서로에게 끌려 결혼하지만, 실생활에서는 이 차이로 인해 이해할 수 없는 갈등의 요인이 된다. 이런 시가 있다.

한 남자가 주는 정보~ 여성들에게
그대들은 참 좋겠구려.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으니
그대들이 슬퍼할 때도
우린 그저 신발이 답답할 뿐이니
아, 우리 영혼은 의자 위에 놓인 듯
그저 사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네.
- 케스트너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의미’를 공유하는가에 달려있다. 그것은 신앙 안에서 성장이나 자족하는 마음, 가정의 행복을 귀히 여기는 마음을 갖는 것 등이 될 수 있다. 이런 부부는 다음에 제시되는 방법으로 관계가 한 계단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평등을 향한 노력
부부관계가 성장하는데 있어 방해되는 것은 한 사람이 ‘주도권’을 갖는 것인데, 가정의 경제적인 면과 의견 관철에 있어 한쪽이 주장을 하게 되면 다른 한 사람은(순한 얼굴 아래) 절망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은 몸의 이상으로 나타나거나 투박한 언어로 표현되다가 그 강도가 점점 세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부부가 사랑을 지키고 건강한 정신력을 갖기 위해서는 놀이기구 시소를 타는 것처럼 둘이 힘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가족 상담사 한스 옐루셰크는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분명하게 표현하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하는 한편 ‘상대를 수긍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것. 이러한 것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답답함을 느끼는 배우자가 자녀나 부모, 혹은 다른 사람과 긴밀한 유대를 형성하며 숨통을 트게 된다.
처음에는 마음을 털어놓으며 혹은 내편을 만들며 작은 위로로 시작하지만, 이것은 후에 매우 힘든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혹시 지금 부부 사이보다 더 가까이 느껴지는 자녀 혹은 누군가가 있는가. 그렇다면 기도하며 제 자리를 찾도록 해야 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영화가 있어 소개한다.

워 룸(war room)
워 룸(war room)은 전쟁터에서 작전을 협의하는 방으로 상황을 파악해 지시하는 수뇌부를 말한다. 기독교 가정이지만 불화를 겪고 있는 16년차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이러한 삶이 ‘전쟁’임을 생각하게 한다. 겉으론 좋은 집에서 귀여운 딸과 함께 부부가 열심히 사는 것 같지만 아내 엘리자베스는, 도덕적 일탈을 시도하려는 남편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으며 고민 속에 지내고 있었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아내는 우연히(?) 신실한 할머니를 고객으로 만나게 되며 ‘기도 방’을 안내받게 된다. 사적인 얘기에 접근하는 할머니 고객 앞에 고민을 내놓기 힘든 엘리자베스, 그녀는 방어하는 자세로 대하다가 부부관계에 위기가 깊어지며 마음이 움직인다. 나름 노력하지만 냉정하기만 한 남편, 그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런 기도의 ‘워 룸’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간다.
그 가운데 부부가 싸울 대상은 남편과 아내가 아니라 그 속에 자리 잡은 미운 마음, 차가운 마음, 멀어지려는 마음이라는 것. 이 지루하고 답답함, 일탈을 꿈꾸는 틈은 오직 기도로 메울 수 있음을 배우게 된 것이다.
우리의 노력도 그렇다. 아무리 좋은 뜻으로 말을 해도 부부 간에 선뜻 받아들여지는가는, 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 않는가. 그것이 바로 기도의 힘이라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내 말버릇과 화내는 것을 바라보자
쉽게 하는 말 중에 ‘내가 하는 일이 이렇지 뭐’, ‘결혼을 왜 해서 이 고생이야’ 등 단정적이고 비관적인 말이 얼마나 있는지 느껴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 단어 사용에 있어서도 ‘거짓말쟁이’ ‘창피해 죽겠어’ ‘정신머리가 없어’ 등의 표현은 욕을 들었을 때처럼 상대방의 자존감을 떨어뜨림을 알아야 한다. 외로움이나 두려움의 상처는 상대에게 화살을 향하게 되므로 자신이 화내는 모습과 말소리를 스스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표현들로 상처를 입히면 반드시 더 큰 상처의 말로 돌아와 부부관계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한동안 담쌓기를 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인격적인 손상을 입히는 것이므로 이런 습성은 그만두기로 마음먹어야 한다. 또 ‘절대 용서 못해’ 라는 마음으로 사는 것은 흉한 무기가 되어 자신의 삶을 위협하게 된다. 그래서 차라리 용서와 화해의 자리로 나가는 게 쉽고 유익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욕구와 긴장이 살아있어야
치열한 시기가 지나 편안한 시절을 보내는 부부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적절한 자극을 위해 한 번씩 환기 하는 일이다. 생동감 있는 삶을 원하는 부부의 경우 지나친 ‘원만 모드’일 때를 주의해야 하는데, 늘어져 있다가 작은 일로 부딪치게 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때 부부는 그동안 안 해본 일들을 계획하고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며, 자율과 구속 사이에서 각각 개성을 잃지 말고 사랑의 긴장을 놓치지 않아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객원기자 전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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