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리본도서관 김지선 공동관장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들어보았는지. 육아를 위해 주변 이웃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온 마을이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준다는 뜻도 된다. 그만큼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주변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3남 1녀의 네 자녀를 낳아 ‘다산의 여왕’이라 불리는 개그우먼 김지선 씨. 저출산으로 고민이 많은 시대에 ‘주님이 주시는 대로 많이 낳자’고 외치는 대표 다둥이 엄마다. 방송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으로 자신의 아이들을 키우기만도 벅찰 텐데, 내 아이만큼이나 우리 사회의 모든 아이들을 잘 키우는 일에 열심을 내고 있다.

청소년 돕는 일에 앞장서
“도움이 필요한 아동·청소년이 자립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돕는 사회복지 NGO ‘러빙핸즈’의 홍보대사로 7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름만 빌려주고 대충하고 싶지 않아서 성의껏 활동했더니, 3년 전부터 공동관장까지 맡게 되었네요.”
‘러빙핸즈(대표 박현홍)’는 주로 한 부모, 조부모 밑에서 자라는 1018(만 10세에서 18세) 아이들에게 멘토를 연결해주어 정서적, 사회적, 영적인 도움을 주는 멘토링 사업을 해오고 있다. 그러던 중 노래방이나 PC방을 주로 찾는 아이들이 대신 갈 만한 안전한 대안 공간을 생각하다가, ‘초록리본도서관’이 생겨났고, 관여하게 된 것이다.
김지선 관장은 말한다.
“초록리본도서관은 한마디로 1018 친구들에게 ‘놀이터’ 같은 곳이에요. 차도 마시고, 책도 읽고, 보드게임도 하고, 각종 동아리 활동도 할 수 있습니다. 내부 공간 또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숨겨진 공간에 대한 로망이 있는 아이들을 위해 다락방 느낌의 오두막과 경사로도 만들었는데 인기가 좋습니다.”

김지선 아줌마가 읽어주는 그림책
도서관을 시작하며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일명 ‘김지선 아줌마와 함께 책 읽기’. 개관 이후 지금까지 매월 둘째 토요일마다 이어져오고 있다고. 추석을 앞둔 지난 9월 둘째 토요일, 마포구 서교동의 한 건물 2층에 자리한 초록리본도서관을 가보니, 엄마를 따라 온 유치원생부터 중고생, 대학생, 사회인까지 40여 명이 자리를 빼곡히 채웠다.
“자, 시간이 되었으니 시작할게요. 오늘은 ‘부끄럼쟁이 아냐, 생각 쟁이야’로 정합니다.”
김 관장은 어른 목소리와 아이 목소리를 바꿔가며 실감나게 그림책을 읽어주었다.
‘내가 잘하는 걸 먼저 봐주세요. 그럼 난 부끄럼쟁이가 아니에요.’
자칫 단점처럼 보일 수 있는 부분도 다르게 보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담은 그림책이었다. 책 읽기가 끝난 후 잠시 내용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며, 다른 사람들은 부족한 점이라고 보지만 장점도 될 수 있는 내 모습에 대해 적었다.

쉽고 단순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었지만, 어른부터 아이까지 자신과 남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김 관장은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그림책은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받는 느낌이 달라요. 각자 자신에 맞게 이야기를 받아들이며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도구이지요. 책을 듣고 느낀 아이들의 나눔 내용이 얼마나 대단한지 입이 벌어질 정도로 감동이 될 때가 많습니다.”
그림책도 좋은 배움과 소통의 통로이지만, 아이들에게 실제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매번 책 읽기 시간이 끝나면 특별 손님과 함께 하는 토크 콘서트 시간이 이어진다. 벌써 개그맨 정종철, 가수 강균성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성악가, 작가, 성우 등 많은 이들이 다녀갔다. 어려웠던 시절을 딛고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
“방송 생활을 통해 알게 된 선후배들에게 부탁하면 흔쾌히 와주었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올 때면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꽉 찬답니다. 방송인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만나고 싶은 롤모델이 있다면 누구라도 모셔서 만나게 해주고 싶어요.”

남의 아이도 내 아이처럼
김 관장은 도서관이 지어질 때 모아놓은 종자돈을 선뜻 내놓았다. 그리고 주중에도 시간이 날 때면 도서관에 들러 아이들을 반겨준다. 자연스레 질문 하나가 생겨났다. 본인의 자녀들을 키우는 것만 해도 바쁠 텐데 이 일이 힘겹지 않을까? 김 관장은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 듯 웃으며 말한다.
“내 아이도 중요하지만, 다른 아이들도 잘 돌봐야 모든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잖아요. 다른 아이를 잘 키우는 일이 곧 내 아이에게도 좋은 거니까요. 뉴스를 장식하는 흉악한 범죄자들도 어릴 적엔 그저 말이 없고 외로워 보이는 소심한 아이들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요?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관심을 가져주고 이야기를 들어줬더라면, 적어도 그 아이가 범죄자는 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때로 막내딸이 엄마는 왜 매일 나가냐고 묻거나, 나가지 말라고 떼를 쓸 때면 과연 잘하고 있는 건지 고민이 들 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아이를 내 아이로 여기면 답은 쉽게 나온다고.
“세상이 점점 자기중심적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하지만 사회는 혼자 살 수 없는 곳이잖아요.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모두가 배우면 좋겠어요. 제 아이들도 저를 보며 나누며 사는 것을 배우고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하고 닮아갈 거라 생각해요.”

이 땅의 아이들 함께 키워요
“이전에는 저도 냉정한 성격에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었어요. 결혼 생활을 통해 이기적인 면을 보게 되었고, 하나님을 깊이 알게 되며 그 사랑에 힘입어 저도 사랑을 흘려보내게 됩니다.”
변화된 모습으로 세상을 섬기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자, 전도라고 생각하는 김 관장은 우리에게 따뜻한 이야기를 건넨다. 손을 내밀어 함께 ‘우리의 아이들’을 키우자고.

초록리본도서관을 소개합니다!

1018 아동·청소년이 ‘놀며’,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마음에 좋은 책을 읽고’ 싶다면 초록리본도서관으로 오면 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14:00~19:00까지 하교 시간에 맞춰 문을 여는 이곳은 아이들에게 독서는 물론 보드게임도 하고 숙제도 하도록 열려있는 공간이다.
유자, 복분자 등 유기농 재료로 만든 음료가 아이들에겐 1,000원, 어른에겐 5,000원. 음료를 마시는 것만으로 기부가 된다. 저녁에는 성인을 위한 다양한 강의와 모임이 진행되기도 한다.
청소년을 위한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함께 책 읽기 및 희망토크콘서트, 보드게임대회, 1018 벼룩시장 등이 매주 토요일마다 꾸며진다. 또한 초록리본밴드, 영상제작동아리, 팟캐스트동아리 등 다양한 모임에 참여할 수도 있다.
문의: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9길 4 2층
초록리본도서관 070-4676-5600
http://cafe.naver.com/greenlib1018

우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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