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의 절반을 기록한 바울을 평생 동안 괴롭혔던 육체의 가시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이 흥미로운 질문에 많은 신학자, 의학자들이 관심을 가져왔다.
‘여러 계시를 받은 것이 지극히 크므로 너무 자만하지 않게 하시려고 내 육체에 가시 곧 사탄의 사자를 주셨으니 이는 나를 쳐서 너무 자만하지 않게 하려 하심이라 (고린도후서 12:7)’
심한 두통, 간질, 심한 안질, 유대인들의 조직적인 핍박이라는 설도 있고, 질병이 아니라 아담의 죄 이후 인간에게 내재된 보편적인 무능력이란 주장까지 있다. 하지만 그래도 바울의 가시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심한 안질이다.
사실상 바울의 이야기인 사도행전을 기록한 의사 누가가 곁에서 바울을 지켰다는 전승도 바울의 육체의 연약함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육체의 가시라고 표현할만한 눈의 질환이라면 ‘반복각막진무름’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안과의사들이 많다.
안구의 검은자에 해당하는 각막은 양파껍질처럼 여러 껍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일 바깥껍질인 상피는 외상에 의해 손상이 되면 엄청난 고통이 따르지만 다시 재생이 되는데, 이 병은 주로 외상에 의해 재생된 상피가 다시 짓물러져서 벗겨지고, 재생되는 과정이 반복되는 병을 말한다. 보통 스트레스나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쉽게 다시 벗겨지고 그럴 경우는 눈을 칼로 베는 듯한 심한 고통이 와 잠을 못 이루는 엄청난 통증을 동반하는 병이다. 사실 지금도 이 병 때문에 고통 받는 많은 환자들이 있고 아직도 이 병은 깔끔한 치료가 힘들다. 만약 바울이 그 병을 앓고 있었다면 선교여행으로 피로한 몸과 많은 스트레스로 그럴 때마다 병이 재발했을 것이다. 그는 이것을 ‘가시’라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이것이 내게서 떠나가게 하기 위하여 내가 세 번 주께 간구하였더니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고린도후서 12:8~9)’
일반적으로 성경학자들은 바울의 시력이 나빴기 때문에 바울서신 중에 바울이 직접 쓴 것은 갈라디아서뿐이고(갈라디아서 6:11을 근거로), 나머지 서신들은 바울의 구술을 대필자가 받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로마서는 아예 대필자를 밝히고 있다.
‘이 편지를 기록하는 나 더디오도 주 안에서 너희에게 문안하노라’(로마서 16:22)
그리고 바울은 편지의 마지막 부분에 '친필로 문안하다'라는 말을 많이 남겼는데, 이것은 대필자가 쓴 편지 마지막 부분에 발신자가 직접 자기 이름이나 혹은 한 문장 정도를 ‘친필로’ 직접 끝맺음했던 것을 가리킨다.
바울의 시력이 나빴던 것과 ‘반복각막진무름’을 앓았다면, 그 원인이 강한 빛을 보고 3일간 실명했던 다메섹 사건의 후유증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관련이 있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이종훈
닥터홀 기념 성모안과 원장이자 새로남교회 월간지 편집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대학시절부터 성경 속 의학적 이야기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저서로는 <의대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천재들>과 <성경 속 의학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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