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딸 결혼식을 앞두고 오빠는 잠을 제대로 못 자는지 푸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보드라운 성품으로 악기를 연주하며 기쁨을 주던 딸, 귀엽고 사랑스럽게 얘기하던 딸을 출가시키는 아버지의 마음을 옆에서 짐작해볼 뿐이었다.

결혼식을 앞둔 기간 동안 서로 눈을 마주치지 못 하겠더라는 친구 모녀도 보았고, 일부러 인지 톡톡거리는 딸이 오히려 고맙더라는 얘기도 들었다. ‘떠남’에 의미를 크게 두면 서운함이 솟구쳐 예식을 망칠까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했다는 신부도 있었다. 결혼식 치르는 게 정말 큰일이다 싶었다.
사위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게 딸에게 도움이 될지, 오빠는 곰곰이 생각하다 몇 자 적었다고 했다. 그리고 피로연에서 읽어 내려갔다.

‘사위에게’
요즘 시간이 여유로워지며 우리 집 정원을 가꾸고 있다네. 그전엔 스프링클러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보니 나무들마다 좋아하는 환경이 조금씩 달라서 언제 어떻게 심고 물을 주어야 하는지, 햇빛을 보게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겠더라.
서로 어울림이 좋은 종류가 있어 함께 심으면 좋은 나무가 있는가 하면 전체 균형을 맞추기에 유익하지 않은 꽃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됐지. 게다가 이런 정원을 가꾸려면 여러 종류의 도구들이 있어 적절히 사용해 도움을 얻어야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꼭 먼저 안내 책자를 잘 읽어봐야 한다는 것이야.

그러면서 우리들 각 가정의 삶이 정원을 가꾸는 것과 비슷하다는 깨달음이 오더라고. 잡초를 뽑고 긴 가지를 자르며 잔디를 깎지 않으면 얼마 안 가서 엉킨 수풀처럼 될 수 있는 것, 애정을 가지고 돌보지 않으면 정원은 곧 표정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 비슷하더군.
사람 마음 안에는 그냥 두면 계속 자라는 이상한 고집도 있고, 교만함과 게으름이 있어서 매일 면도하듯 스스로 살피고 또 서로 봐주지 않으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거야.

크지 않은 정원을 돌보며 이렇게 애정과 수고가 필요한 것을 느끼며, 나도 젊은 날 가정을 이루던 초반에 이런 것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보았네.
그래서 딸 혜은이의 손을 넘겨주며 자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정원가꾸기 안내서, 가정 지침서를 소개하려 해. 그것은 바로 ‘성경’이야. 살아가며 답답할 때마다 인생의 선배를 찾아가 물으려 하지 말고 우리를 만드신 하나님, 그래서 우리를 잘 아시는 하나님의 지침서를 읽는 게 최선이 아니겠나. 말씀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워 가면 가정이라는 정원은 둘만의 아름답고도 특별한 모양과 향기를 가지게 될 거야.
우리 혜은이와 멋진 시작을 해보라고.


생활 속 사색의 남자
오빠의 말소리는 한두 번 끊기며 가늘게 이어졌지만 이날 스피치가 끝나자 하객들은 열렬하게 박수를 치며 감격스러워 했다.
‘저런 인사말을 하다니!’
어디선가 들어본 듯도 했지만 정원을 가꾸며, 분명 혼자 사색한 오빠의 글일 것이다.
정원~ 가정~ 우릴 지으신 하나님~ 성경
오빠는 멋있게 나이 들고 있었다.

객원기자 전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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