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나이 뛰어넘어 ‘소통’

인간 연륜학에서는 사람의 나이를 네 가지로 나눕니다.
첫째는 역연령(歷年齡), 시간의 흐름이 기준입니다. 둘째는 생리적 연령, 몸의 상처가 치유되는 속도가 기준입니다. 셋째는 심리적 연령, 두뇌의 기능과 감정의 차이, 감수성 등이 기준입니다. 넷째는 사회적 연령, 일을 처리하는 능력과 판단력 등이 기준입니다.
사람의 나이를 단순히 주민등록증 번호로 따져서는 안 됩니다. “나이 40이 된 늙은이가 있는가 하면, 나이 70인 젊은이가 있습니다”라는 광고카피가 그 이유를 잘 말해줍니다. 시간의 나이인 역연령은 많은데 몸은 청춘인 사람, 역연령은 많은데 마음은 젊고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으며, 반대의 경우도 많습니다.

역연령이 많아지면 몇 가지 공통적인 특정이 생깁니다. 경험과 고집 내세우기, 말 많아지기, 뻔뻔해지기, 쉽게 삐치기 등 이러한 증상 때문에 젊은이들로부터 ‘꼰대’ 소리 들으며 밀려나는 수가 많습니다. 정작 이러한 증상을 본인은 깨닫지 못하는 게 또 문제이고요.
얼마 전 대학을 정년퇴임한 교수가 10년 전 은퇴한 선배교수를 길에서 만났답니다. 선배교수가 후배교수를 반갑게 맞으며 얘기를 시작합니다.
“자네도 이제 나이가 들었군. 내가 충고 하나 해줄게. 나이가 들면 조심해야 할 게 있어. 말이 많으면 안 돼!” 그 얘기를 한 시간 동안이나 하더라는 겁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저는 소통이 잘 되는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다짐을 나누어 봅니다.

첫째, 감수성이 녹슬지 않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한 번은 횡단보도에 정차 중인데 옆 차로의 승용차 운전자가 차 유리를 내리며 말을 걸어왔습니다.
“요즘엔 해가 일찍 넘어가서 차의 전조등을 다른 때보다 미리 켜야 하더군요.”
전 그제야 제가 전조등을 켜지 않은 걸 알았습니다. 머리가 하얀 어르신이었는데, 그 말을 저렇게 멋지게 표현하다니….
멋진 미소와 표정도 지키고 싶습니다. 그리고 신사의 언어를 사용하고 싶습니다. 그 노인처럼 친절하게 사람을 대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제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려 합니다. 몸을 자주 씻고 옷을 자주 갈아입되, 집에 있더라도 얼굴을 가꾸고 가급적 외출복으로 갖춰 입으려 합니다.

둘째, 평생 말하는 직업으로 살아왔으니 귀는 열 되, 입은 닫고 살려고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이 생기면 할 말을 정리해서 짧고 깊이 있게 말하려 합니다. 특히 옛날 얘기는 안 하려고 합니다.
나아가 입은 닫되 지갑은 열려고 합니다. 신세를 지는 어른이 아니라, 베푸는 어른이 되려고 합니다. 젊은이들과 경쟁하지 않을 겁니다. 노욕을 버리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물러나 뒤에서 그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셋째, 손주들에게 좋은 스토리 텔러가 되고 싶습니다. 산책도 하고 놀이도 하면서 아름답고 긍정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고 싶습니다. 특히 “괜찮아, 잘 될 거야!” 같은 말을 많이 들려주고 싶습니다. 이걸 격대(隔代)교육이라 하지요. 좋은 할아버지가 돼 보렵니다.

끝으로, 아내와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의미 있는 일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야 후회 없이 이 세상을 떠날 수 있겠지요. 우선 제 키보다 두꺼운 가족 앨범들을 해체하려고요. 의미 있는 사진들만 찾아 컴퓨터에 파일로 정리하며 아내와 저의 일대기를 정리하려고 합니다.

사람들과 말이 잘 통하는 사람으로 기억되도록 살아가고, 나이 들어가는 삶 어떠십니까?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지 않습니까. 여러분도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이의용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교수이자 감사일기의 놀라운 효과를 열심히 전하고 있는 ‘감사일기 전도사’. 현재 커뮤니케이션, 교수법, 인생설계 등을 기업과 대학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내 인생을 바꾸는 감사일기>를 포함 39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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