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전도행사에 음식 만드는 도우미...이것도 목적 있는 나의 '사역'

오늘도 지짐이를 부치고 있다. 지짐이 부치는 일이라고 결코 쉽지 않다. 많은 양을 만들어야 할 때는 정말이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하염없이 서서 기름이 탁탁 튀는 프라이팬을 들여다 보고 있어야 한다. 지짐이를 부치는 목적이 없다면 정말이지 너무나 고된 일로 끝나 버릴 것이다. 대신 목적이 분명하다면 고생은 고생이 아니다. 그러므로 고생조차 기쁨이게 만드는 힘은 목적이다.
일본에 온 지 어느새 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2년 전 우리 가정은 한국에서 사역을 마치고 새로운 사역지인 일본에 첫발을 디뎠다. 한국에 있을 때 일본어에 좀더 관심을 가질 걸 하는 후회가 계속해서 힘든 문제로 따라다닌다.
함께 후나도교회에서 지내던 일본인 스태프와의 의사소통이 첫날부터 문제였다. 선배들에게 말로만 듣던 언어문제가 현실로 다가왔을 때 느낌은 한마디로 나 스스로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물건을 사러 나가는 것, 아이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것 등, 내가 알아서 해야 하는 일들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을 때 드는 무력감이 힘들었다. 어떤 때는 그 동안 나를 켜온 자존감이 한순간에 무너질 때도 있었다.
그 순간에도 나를 지탱해주시는 주님의 은혜로 더 열심히 공부하였다. 밥 먹는 시간을 빼고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항상 노트와 펜을 들고 다니며 일본인 스태프와의 대화에서 모르는 단어나 문장을 적어 다음에는 꼭 알아들을 수 있도록 그날그날 외우고 연습했다. 서툴더라도 대화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좀처럼 교회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일본인들, 친하게 지내다가도 성경공부 하자면 관계를 끊어버리는 그들을 전도하기 위해 후나도교회에서는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그 중에 <Joy Joy Saturday>라는 행사를 통해 교회에 오게 된 주위 아이들, 그리고 영어와 피아노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통해 연결된 아이들을 초대하여 함께 찬양하고, 게임하고, 말씀도 전하는 행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음식을 만드는 일이었다. 음식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나는 정말 기쁘게 그 일을 감당하였다. 행사를 진행하면서 한국 음식도 조금씩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부침개였다. 일본인들은 흔히 지짐이라고들 한다. 일본인뿐만 아니라 우리 귀한 선교사님들을 위해 지짐이를 참으로 많이도 부쳤다. 우리 주님은 사랑하는 동역자를 위한 손대접을 귀하게 보시기 때문에 지짐이를 부치는 것은 나에게 주님이 주신 귀한 축복이었다. 2년이라는 세월 동안 행사와 대접이 있을 때마다 음식을 만들며 또 지짐이를 부치며 한 영혼이라도 주님을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하며 나아왔다. 아마 일본어를 아주 잘하고 나에게 더 좋은 달란트가 있었다면 때마다 음식을 만드는 일만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지짐이를 부치며 아주 귀한 것을 깨달았다.
주님이 원하시면 똑 같은 일이라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믿음을 알게 되었다. 상황은 변화가 없을지라도 믿음으로 감사와 기쁨으로 무장하고 끊임없이 하는 것, 언젠가는 주님의 때에 일본 땅이 복음으로 변화되는 환상을 보며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젠 더 열심히 공부해서 언어실력을 향상시켜서 일본인들을 더 적극적으로 사귀며 복음을 전할 목표를 바라보며 기도한다. 쉬운 일이 결코 아님을 알기에 주님이 주시는 지혜 용기 담대함이 너무나 필요하다.
주님은 나에게 목적을 주셨다. 목적을 모르는 삶은 힘들고 지치고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목적을 바라보고 나아갈 때 주위 상황들은 결코 나를 지치게 하거나 좌절시키지 못할 것이다. 나의 존재의 목적인 복음 전하는 자로 서 있는 것이다. 나는 복음을 전하려고 지금 이 땅에 서 있다. 시간이 지나도 열매가 보이지 않아도 감사와 믿음으로 나아가길 원한다. 우리 주님은 결코 서두르지 않으시기에…. 나의 일본에서의 오랜 적응시간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아 주신 주님이시기에….
지짐이가 프라이팬에서 기름을 탁탁 쏘며 지글지글거린다. 나는 오늘도 지짐이를 부친다. 복음을 위해 오늘도 지짐이를 부친다.

채희라
JDM 파송 일본 선교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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