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여행, 의의성으로 찾는 특별함

한여름, 더위와 습도 속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을 이어가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달력을 보며 날짜가 지나가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이런 때조차 삶을 스스로 리드해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지.
이에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대응해 긍정적 작용을 하게 하는 유스트레스(eustress)를 소개한다. 유스트레스란 같은 자극에 ‘좋은’ 영향을 입는 것으로, 적절한 긴장 속에서 생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만병의 근원이라 하는 스트레스가 정말 유익하게 이용될 수 있을까? 그렇다. 주어지는 자극을 만성적으로 방치하거나 두려움, 공포로 대하면 건강의 적이 되지만, 잘 조절하면 오히려 기억력을 높여주고 면역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와 있다.

가치 있는 일을 찾아서
심리학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박사는 “외부 여건이 나빠도 가치 있는 일을 이루기 위해 몸과 마음을 몰아가면 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최적 경험’이 밀려온다”고 말한다. 이 최적 경험을 ‘몰입’(flow)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을 경험하고 나면 자신감이 생기고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볕에서 텃밭을 가꾸며, 또 어떤 이는 매일 글을 잘 쓰려 노력하며 만족을 느끼는 것이 그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생활이 늘어지지 않도록 스스로 긴장하며 생활한 명사들의 이야기가 있다. 에릭 프롬이나 칸트가 규칙적인 일과를 정해 저술과 산책, 환자 돌보기, 친구들과의 토론 시간을 가졌다는 일화는 유스트레스를 자신에게 부과해 지속적으로 성장케 한 모습이라 여겨진다. 자유로운 시간을 이러한 틀로 넣는 것은 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일이고 무의미해 보이는 매일의 사소한 반복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리추얼>의 작가 메이슨 커리는 말한다.

적당한 스트레스를 감당하며
활어를 수송할 때 상당수의 물고기가 죽게 된다고 한다. 작은 수조 안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그렇다고 해 수조를 키워보기도 했지만 별 차이가 없더란다. 그런데 누구의 말을 듣고 활어의 천적이 되는 새끼 상어를 넣었더니 긴장감으로 활어들이 더 싱싱하더라는 것은, 토인비가 사용했다는 예화인 북해 청어를 런던까지 이송하기 위해 메기를 넣었다는 것에서 온 듯하다.
이런 연구도 있다. 학생들에게 같은 리포트를 두 그룹에게 내주며 기간을 달리했다. 그런데 기간을 일주일 준 그룹과 한 달 준 그룹을 비교한 결과 기간 내에 제출하지 못한 비율이 비슷했다는 것이다. 시간을 길게 잡으면 그만큼 게으름이 늘어난다는 현상으로, 일상에도 데드라인을 정해 스스로 과제를 이행하며 사는 것이 삶에 활력을 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지루한 시간의 의미
대학생들에게 일상 속 스트레스가 무언지 질문을 던지자 많은 학생들이 ‘수업의 지루함’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단조로운 강의는 도전의식이 느껴지지 않아서라고 말했다는데, 이러한 지루함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말한다. 시간 낭비인 것 같고 불쾌한 감정이 들지만 그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도록 만드는 동기가 된다는 것이다. 지루하다는 느낌은 문제를 부각하며 무언가를 찾으려는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이 지루함이 도전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도 불러일으켜 어떤 특정 활동을 빨리 숙달케 하기도 한다.
또한 지루함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낙서를 하며 집중력을 높이게 되고, 공상을 통해 직관적 깨달음이 생기며, 지루한 가운데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여 관심을 갖게 되고 새로운 발견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긴장된 자신 돌보기
다른 사람이 내게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를 줄 때 우리의 뇌는 자동으로 긴장된다. 그래서 화낸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려 하지 않고 자기중심적 태도로 웅크리기 쉬운데, 그런 자세로는 고통이 지속될 뿐이다.
그러므로 외부의 영향으로 두려움이나 불안을 느낄 때 우리는 이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소리 지르는 아이는 우선 달래줄 수 있어야 하며, 굳은 표정의 사람에게 미소를 띨 수 있어야 하고, 격앙된 분위기에서도 안심시키는 손길이나 목소리로 두려움을 떨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은 절반 이상이 이유 없이 피곤하고 불안하며 과민하므로 스포츠나 합창, 춤 등을 통해서 긴장을 풀어가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생물학적 영역과 감정 영역은 얽혀 있어 스트레스 감정을 느낄 때는 가장 먼저 수면과 영양 상태, 피곤함을 점검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활동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안정적인 감정 수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자신에게 반복되는 긴장 패턴을 찾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패턴을 알고 나면 미리 준비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이전보다 긴장의 강도가 약해짐도 서서히 느낄 수 있게 된다. 그 부담되는 일에 대안을 찾거나 좋아하는 일과 함께 버무릴 아이디어까지 생기게 되면, 지금껏 그 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던 위치에서 거꾸로 주도권을 잡고 긴장 상태를 관리하게 되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일을 미루며 스트레스 받는 경우
어차피 해야 할 일인데 미루고 있으니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간다. 그런 때는 아침 일찍 그 일을 벌여 놓아야 한다.
완성된 일보다 마치지 못한 일은 마음에 계속 남게 된다는 ‘자이가르닉 효과’를 인용해, 적어도 오전에 일을 시작하면 해내기 위해 애쓸 확률이 높다. 중요한 일, 꼭 해야 할 일일수록 아침에 펼쳐놓는 것이 도움이 된다. 리포트 등의 글쓰기 과제나 책읽기, 옷장 정리, 대청소 등.

유스트레스로 활력 가지려면
자신이 어떤 것에 취약한지를 알아야 한다. 자신이 스트레스 받는 대상이나 상황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한 예로 비좁은 공간이나 큰 소리, 탁한 공기나 냄새, 쪼그리거나 서있는 자세, 촉감, 밝은 빛, 복잡함 등이다. 보통 자신의 기력이 떨어지고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태를 잘 자각하지 못하다가 나중에 몸살이 나기도 하므로 스스로 인식하고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오기 위해 어떤 사람은 가벼운 마사지를 우선으로 꼽는다. 아이들의 경우 몸이 마치 안 익은 스파게티 면 같다가 차츰 풀어진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불안도가 높은 사람은 이런 저런 걱정이 늘 많은데 평소에 스트레칭 등으로 내면의 안정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클래식 음악, 걷기, 기도와 말씀 묵상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예민한 감각으로 밀려드는 소리들에 대해 ‘그들이 괴로움을 알리는 것뿐’이라고 단순화하는 것도 좋다. 또 악기를 연주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요리나 무언가를 만드는 일로 몰입하며 이렇게 자신의 불안 정도를 느끼고 그 푸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된다.

예술가들처럼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장수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그것은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손을 많이 사용하고 시각, 청각, 촉각을 자극해 뇌기능을 젊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생업으로 갖고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러나 그들에게도 스트레스가 죄어올 때가 있어 이런 때는 각자 자신에게 맞는 신체 활동, 집안 청소나 걷기, 운동과 맛있는 음식으로 기분을 조절해 간다고 말한다. 조절된 긴장은 다시 창작력을 불러 일으켜 일하게 하는 것이리라.
예술가들은 그 외에 여행을 통해 에너지를 회복하고 창의성을 키우는 시간을 많이 갖는데 이 점에 대해선 우리가 생각할 여지가 많이 있다. 자연 속에서 안정을 취하는 것도 어려서부터 배우지 않으면 풀벌레 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가 낯설기만 하다는 것이다. 일상 속 복잡한 상황에 갇혔을 때 문제에서 떨어져 바라보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바로 여행을 통해서일 것이다.

객원기자 전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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