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어쩌다 부부가 됐을까 / 최관하·오은영 지음, 가이드포스트 펴냄

‘부부’라는 주제는 참 어렵고 힘든 주제다. 물론 아무런 문제없이 행복한 부부라면 더 이상 이런 책은 필요가 없겠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OECD 국가 중 최고의 이혼율이라는 통계적 지표는 오늘날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결혼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우린 어쩌다 부부가 됐을까>의 저자 최관하·오은영 역시 이런 부부들 가운데 한 쌍이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최 씨와 영어 교사였던 오 씨는 사실 겉으로 보기엔 지극히 평범한 부부 가운데 한 쌍이다. ‘너 없으면 못 살 것 같아서’ 결혼했지만 치열한 부부싸움 끝에 결국 ‘너 때문에 못 살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대부분의 부부들이 그러하듯, 이 부부의 이런 과정에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다양한 갈등의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다. 대단히 이질적인 서로의 집안 환경이 그렇고, 사물을 인지하고 표현하는 남녀의 차이가 개입되어 있다. 또 서로 다른 신체구조를 지닌 남녀로서 상대방에 대한 환상이 숨어 있고 어머니 같은 아내를 바라는 남편의 어린애 같은 희망사항과 아버지에 대한 ‘쓴 뿌리’를 남편에게 투사하는 아내의 상처가 감춰져 있다. 단순히 두 사람이 만든 결혼이지만 그 안으로 파고 들어가면 그 속에는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개인적·사회적·문화적·생태적·생리적 요소들이 복잡하고 어지럽게 얽혀져 있다.
그러니, 이런 복잡다단한 요소들을 깡그리 무시한 채 이성적 떨림과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에 올인되어 이루어진 남녀의 결합이 행복할 수 없다. 예고된 불행이고 섶을 짊어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시도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맹목적인 열정에 자신을 통째로 쏟아 넣는 청춘의 행렬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사실 이런 묘사는 결혼생활의 또 다른 극단적인 풍경일 뿐이다. 이런 풍경의 또 다른 대척점에는 상대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 치열하게 싸우다가도 어느새 화해하고 어루만지는 ‘어쩔 수 없는’ 질긴 애착의 끈이 놓여 있다. 또 아이들에 대한 부모로서의 책임감도 강하게 작동한다. 이 두 개의 극단적 풍경을 한 장의 그림 위에 겹쳐놓고 보아야 부부의 모습은 사실 제대로 보이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 부부는 이런 풀기 힘든 난제를 ‘신앙’이라는 기반 위에서 푼다. 두 부부가 두란노아버지학교와 부부학교의 강사이니 지극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차이점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노력을 통해 ‘천국의 모형’을 결국 이뤄낼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결론을 내린다.

사실 이런 결론은 좀 맥이 빠진다. 두 사람 사이에 놓여 있던 갈등의 요소들이 실제로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부의 문제는 늘 현재진행형이 되기도 한다. 다만 주목할 것은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이해로 나아갈 때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고정적인 존재가 아니고 흔들리고 갈등하기에 노력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 흔들림이 멈춘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싸움을 싸움으로만 이해해서는 사실 희망이 없다. 갈등 속에서 발견하는 희망이야말로 참된 희망이기 때문이다. 부부관계야말로 더욱 그렇다.

객원기자 김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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