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 해양 생태계 파괴

배우 류준열이 얼마 전 허핑턴포스트지에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에 일으키는 문제’에 관한 편지를 보내 주목을 받았다. 그는 평소 그린피스 후원자로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배부른 영양실조로 굶어 죽는 낙타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며, “일상 속 작은 변화로 환경보호의 첫걸음을 걸어보자”고 당부했다.
편지에 언급된 해양 생태계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미세 플라스틱(Microplastics)’은 크기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입자나 알갱이를 말한다. 생활용품의 원료로서 생산 당시부터 작게 만들어진 1차 미세 플라스틱은 ‘마이크로비즈(Microbeads)’라고 하는데, 이는 치약‧세안용 스크럽‧바디워시 등 생활용품과 화장품에 두루 사용된다.
그런데 유엔환경계획(UNEP)의 보고서에 따르면, 바다로 흘러든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뿐 아니라 잠재적으로는 인간의 건강에 치명적 영향까지 끼칠 수 있다는 것. 플라스틱이 바다의 먹이사슬을 타고 결국 사람의 입속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매일 바다로 마이크로비즈 흘려보낸다
바다로 유입되는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치약이나 화장품‧세제 등에 마이크로비즈 형태로 포함되어 있다. 이 마이크로비즈는 대부분 하수 정화 시설에서 걸러지지 않은 채 하천과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해마다 800만 톤이나 바다로 유입되는 이 작은 플라스틱은 자연분해 되지 않은 채 수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글로벌 화장품 회사들은 마이크로비즈를 쓰지 않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소비자들도 마이크로비즈에 대한 거부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화장품과 생활용품에는 미세 플라스틱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
여성환경연대는 전성분표시를 조사, 확인하여 ‘미세 플라스틱이 사용된 화장품 목록’(ecofem.or.kr/facetofish)을 만들었는데, 이 목록을 보면 국내 유명화장품 브랜드 제품이 다수 포함되어 있음을 본다(2015년 기준).

미세 플라스틱 규제 위한 구체적 실천 필요
사실 우리나라의 화장품 업계도 마이크로비즈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는 있다. 2016년 4월 대한화장품협회가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2017년 7월까지 화장품 제조사들이 자율적으로 마이크로비즈 사용을 중단할 것을 권고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과 엘지생활건강은 마이크로비즈 사용 중단을 약속하고 있다.
기업의 참여 외에 더 확실한 방법이 있다. 일상에서 우리가 미세 플라스틱 규제를 위해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➊ 미세 플라스틱 규제 법안 요구 청원서에 서명을 할 수 있다(greenpeace.org/korea).

➋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 테레프타레이트(PET),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 나일론 성분 등이 함유된 제품은 사용하지 않는다.

➌ ‘미세 플라스틱이 사용된 화장품 목록’을 통해 가지고 있는 화장품 사용을 고려해 본다.


미세 플라스틱 금지 법안 마련 요구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모든 종류의 고체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한다’, ‘하수도를 통해 씻겨 내려갈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제품에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한다’와 같은 항목이 들어있는 규제 법안이 상정되도록 함께 청원해 달라고 밝히며, “환경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그린피스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김혜린 씨는 “도시민은 비교적 환경 감수성에 둔감한데, 초미세먼지‧옷‧화장품 같이 우리가 매일 먹고 마시고 입는 문제가 자신의 환경과 직결됨을 깨달아야 합니다. 미세 플라스틱 규제 캠페인을 SNS에 올리든, 화장품 회사에 직접 연락해서 항의해서 환불을 요청하든 시민들의 적극적 액션도 필요합니다. 불매하기보다 천연 재료로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밝혔다.
우리 밥상에 플라스틱이 올라오기 전에, 바다 생물들이 플라스틱을 먹기 전에,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 속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가기 전에 생산단계에서부터 미세 플라스틱 사용을 막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확실한 해결책 아닐까?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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