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숲 이형철 대표

환상숲에는 이형철 대표(57·저청중앙교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34세에 ‘세상에서 제일 예쁜 정원’을 갖는 것이 소원이었던 이 대표는 1만2천평 환상숲 곶자왈의 대지를 구입했다.
“그때만 해도 곶자왈은 땔감 할 나무나 구하는 땅이었어요. 그런 땅을 23년 전 돈도 없는 상태에서 산다고 하니 부인이 많이 반대했지요.”
그렇게 진 부채를 갚느라 은행 간부 일을 하면서도 열심히 양봉과 농사를 지었다고. 성실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예쁘게 정돈할 미래의 정원을 위해 식물 공부나 세계의 정원에 대해서도 틈틈이 공부해 왔다.

뇌경색으로 쓰러지다
“10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지고 말았어요. 그때 제 나이 47살이었지요. 그 전에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갑자기 당한 일이었어요. 왼쪽 뇌 혈관이 막힌 거라 말도 어눌하고 다리도 절고, 오른손으로 칫솔질하기도 어려웠지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싫었다고. 직장에 사표를 내고 동네에도 나가지 못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하나님도 원망했지요. 숲속에 들어가 주먹으로 나무를 치기도 하며 화를 내고 억울해 했어요.”
갈 곳도 없어 간 곳이 지금의 환상숲. 길도 없는 그곳에 들어가 돌을 옮겼다. 가시덤불도 치우고, 데구루루 구르기도 여러 번. 응급차에 실려 간 적도 몇 차례나 된다.
“성치 않은 몸으로 들어가 무거운 돌을 나르고 길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2년이 흘렀는데 어느덧 제 몸은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어 있었고, 사람 다닐 길 없었던 숲에는 650미터의 산책로가 생겼지요.”
처음 숲에 들어갔을 때는 절망과 분노의 마음을 가지고 들어갔는데, 숲은 그에게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암석을 뚫고 힘 있게 버티고 있는 나무뿌리, 여기저기 서로 얽혀 있는 덩굴들은 그에게 ‘힘을 내라’고, ‘그래도 살만하다’고 말해주었다.
“숲속에 있으면 새소리, 바람소리가 들려요. 너무나 편안해요. 숲은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줘요. 하나님께서 미리 허락하신 축복이었어요. 나의 꿈을 이루게 하셨어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정원
세상에서 가장 예쁜 정원은 단순히 ‘소유하고, 보는’ 개념이 아니었던 것이다. 자신을 살리고, 다른 사람들을 살리는 정원. 그것이 사실 제일 예쁜 정원 아닌가.
숲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공개해서 들려주기 시작했다. 자신이 깨달은 것들을 들려주었다.
“하나님께서 나무마다 스토리를 깨닫게 하셨어요. 그냥 깨달아지고 느껴지고 채워졌어요. 하나님께서 알려주시지 않았다면 저는 혼자서 절대로 못했을 거예요.”
이야기를 구성하고 이름붙이는 일에는 딸 이지영 씨가 동참했다. 서울서 잘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함께 숲 해설가가 되어준 고마운 딸. 작년에는 그 딸에게도 동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지영 씨의 해설을 듣고 며느리 감으로 눈여겨 본 한 노신사가 자신의 아들을 소개하고 나선 것. 한국전력을 다니다 지금은 함께 환상숲을 지키고 있는 사위 노수방 씨와 딸의 결혼은 그래서 환상숲에서 거행되었다.
“딸이 숲에서 결혼을 한다고 해서 신부대기실, 앞의 연단 모두 돌로 제가 직접 만들어줬어요. 당연한 거지요.”

(사)곶자왈사람들을 중심으로 곶자왈 보존운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이 대표는 이렇게 얘기한다.
“사람이 자연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지요. 덩굴식물 아이비에 감싸인 소나무가 괴로워 보여 덩굴을 잘라주었더니 콩짜게덩굴이 말라죽은 것을 보고 이치를 깨달았어요. 자연은 그대로 충분하지요. 우리는 그래서 그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태도를 갖춰야 해요.”
이 대표는 또한 말한다.
“숲이 제게 준 선물,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요. 숲이 힘든 시기 제게 친구가 되어주었던 것처럼 다른 이들에게도 친구가 되어줄 것입니다. 여러분도 숲의 친구가 되어주세요.”
제주 환상숲에 가면 친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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