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억류 735일, 절망에서 소망으로

‘주님, 북한을 외부 세상과 연결시키는 다리가 필요하시다면 저를 사용해주십시오.’
그로부터 5년 뒤,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는 여행 사업을 하는 사업가로 수차례 북한을 드나들게 되었다. 기도가 이뤄진 것이다.
17번째 방문 때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는 북한 정부관계자들과도 안면이 있을 정도로 신망을 얻던 사업가였다. 그러나 18번째 북한을 방문하던 날, 치명적인 실수로 인해 선교사 신분이 노출됐다. 2012년 11월, 북한 당국을 위협하는 반역죄로 붙잡히고 말았다.

억류 이야기 담은 책 출간해
한국에서 태어나 열여섯 살에 미국으로 건너간 케네스 배 선교사. 그의 억류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과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위로와 안타까움을 전해왔다. 그리고 가족들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기나긴 석방 호소 끝에 억류 2년 만인 2014년 11월 기적처럼 석방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지 1년 반 만에 책 <잊지 않았다>(두란노)를 들고 찾아온 케네스 선교사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만나보았다.
“실수로 가져간 외장하드가 문제였습니다. 그 안에는 북한의 실상을 보여주는 동영상과 지난 6년간의 사역 자료가 담겨 있었지요.”
북한 체제를 흔드는 불온한 자료가 담겼다는 이유로 순식간에 덕망 있는 사업가에서 위험인물이 되었다. 강도 높은 조사와 심문이 이어졌지만, 곧 집으로 돌아갈 거란 희망을 버리진 않았다. 하지만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고, 정식 재판 끝에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

두려움, 그리고 찾아온 평안
이후, 노동교화소로 옮겨져 ‘103번’이란 이름으로 노역 생활을 했다고 한다. 콩을 심고 기르는 농사일부터 석탄을 부수는 작업까지. 부족한 식사에 고된 노동으로 영양실조가 찾아왔고, 일과를 바친 후 밤 10시가 될 때까지 TV를 켜고 북한 선전 프로그램을 봐야 했다. 그러다 몸이 약해지면 병원으로 옮겨져 지내다 다시 교화소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시련 속에서도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과 기쁨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 저를 구해주세요’라는 기도를 멈추고 ‘하나님, 저를 사용해주세요’라는 기도를 드리면서 였다”고 그는 고백했다.

2년을 기다린 석방 소식
믿음을 지키는 인내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배 선교사가 ‘미스터 실망’이라 이름붙인 북한의 검사는 찾아올 때마다 ‘당신은 집에 돌아갈 수 없어. 아무도 당신을 기억하지 않아’라는 말로 실망하게 만드는 말들을 퍼부었다.
그런데 얼마 후,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날이 찾아왔다. 석방되던 날 아침까지 아무 이야기도 듣지 못한 채 호텔로 옮겨졌다. 그리고 교화소 소장으로부터 특별사면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죄문과 감사문을 쓴 후 미국에서 온 사절단과 함께 북한 땅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에는 2년이란 시간을 돌아보며 두려움과 자책, 절망을 넘어 파도처럼 밀려온 평안과 기쁨, 소망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는 ‘북한 동포들을 잊지 않고,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 책에 담고 있다.

우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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