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선교사 순교 150주년, 그리고 ‘섭리’의 흔적
조선에 부르심을 받다 / 스텔라 프라이스 지음, 코리아닷컴

장면 1: 1866년 9월 5일, 미국 상선 제너럴 셔먼호가 조선에 통상을 요구하다 대동강에서 불길에 휩싸인다. 이때 마지막으로 남은 성경 한 권을 가슴에 품고 배에서 뛰어내린 로버트 저메인 토마스 선교사는 조선 관군에게 이 성경을 내밀고 대동강 쑥섬 모래사장에서 스물일곱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그가 전한 성경책의 일부는 널다리골 여관의 도배지로 사용되었는데, 후에 이 여관은 평양 대부흥 운동의 중심지가 된 장대현교회로 발전했다.

장면 2: 미국 웬함고든 칼리지 교사였던 스텔라 프라이스는 남편과 영국 여행을 떠났다가 우연히 웨일스 훌라노버에 있는 한 교회를 방문하게 된다. 이들은 이 교회에서 한국 지도와 토마스 선교사의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토마스 선교사의 삶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다. 이들 부부는 미국 보스턴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둘 다 고향이 웨일즈였다.

장면 3: 의사였던 남편 스티븐 프라이스 박사는 토마스 선교사의 이야기를 듣고 토마스 선교사의 발자취를 따라 중국과 한국으로 의료 선교를 가게 된다. 이런 사건들이 중첩되고 스텔라 프라이스는 토마스 선교사의 선교 행적을 추적하게 되었고 그 결과물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지게 된다. 이들 부부는 현재 토마스 선교사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하노버 사택을 구입해 살고 있으며 ‘엠마오 길 사역’을 펼치고 있다.

장면 4: 1644년 설립된 하노버교회는 시골 마을의 작은 교회다. 2013년 11월 이 교회의 담임목사로 부임한 사람은 바울선교회 소속 유재연 목사다. 그가 부임하기 이전 20여 년 동안 이 교회에는 담임목사가 없었다. 유 목사는 이곳에서 스텔라, 스티븐 부부를 만났고 이들이 쓴 토마스 선교사의 전기를 받아들게 된다.

이 모든 사건들이 단순한 ‘우연’처럼 느껴지는가? 우연이라 하기에는 너무 정교하고 치밀하게 짜여진 한 편의 드라마 같지 않은가? 올해는 개신교 최초의 순교자였던 토마스 선교사의 순교 150주년이다. 그리고 그 150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중첩된 사건들의 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섭리’란 단어는 바로 이럴 때 써야 하지 않나 싶다.

고전의 ‘맛’을 한 번 제대로 느껴보자
레미제라블 묵상 / 보브 웰치 지음, 홍성사
제인 오스틴 묵상 / 스테파니 울지 엮음, 홍성사

고전의 미덕? 흔히 인류의 보편적 정서에 대한 포착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묘사, 그리고 당대의 사회상에 대한 정밀한 서술 등을 꼽는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인문적 소양을 쌓은 ‘전문적’ 독자들에게 해당되는 사항일 뿐이다. 대다수의 일반 독자들에게 고전은 엄청난 분량으로 압박감을 주고 지리한 문장과 알 수 없는 이야기로 수면제 역할을 하는 ‘따분한’ 책일 뿐이다.
그래서, 해설이 필요하다. 전문가가 그 고전의 의미와 맥을 짚어주고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을 알기 쉽게 풀어준다면 일반 독자들에게도 고전의 매력은 향기롭게 다가올 것이다. <레미제라블 묵상>과 <제인 오스틴 묵상>은 그 가운데서도 기독교적 프리즘으로 영미 문학권의 고전들을 조명해 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레미제라블 묵상>은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시리즈의 공동 저자였던 보브 웰치가 52가지 주제에 따라 레미제라블을 재해석해주고, <제인 오스틴 묵상>은 104가지 항목에 따라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등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을 설명해준다.
이 두 권의 책은 ‘그 남자의 묵상’과 ‘그 여자의 묵상’이라는 콘셉트에 따라 동시 출간하는 재미난 기획 의도를 갖고 있는데, 좀 주변적인 사항이기는 하지만 두 권 모두 ‘CR번역연구소’에서 번역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 연구소는 올바른 번역 풍토 정착을 위해 각 분야 학자들과 번역 전공자들이 뜻을 모아 세운 전문 연구소라고 한다. 그동안 교계 번역서들을 보면서 정확한 번역의 아쉬움을 많이 느끼던 터인지라 이런 시도가 얼마나 신선하고 반가운지 모르겠다.

오, 알래스카라니…!
디어 알래스카 / 유정아 지음, 가이드포스트 펴냄

여행기의 핵심은 역시 사진이다. 글로는 다 표현해낼 수 없는 이국(異國)의 낯선 풍경은 사진으로 밖에 담을 수 없지 않겠는가! 더욱이 그곳이 알래스카라니…, 얼음과 햇살이 만들어 내는 그 원초적인 풍경을 어떻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겠는가!
앵커리지에서 호머, 수워드, 위티어, 발디즈, 데날리 국립공원, 페어뱅크스 등 아직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을 품고 있는 알래스카의 풍경들이 저자의 발걸음과 함께 펼쳐진다. 저자는 ‘나무를 담아’,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등 다수의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감독이다. 그런 저자의 감각적 뷰파인더에 잡힌 알래스카의 풍경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객원기자 김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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