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교회, 자연장 합동 안장식 가져

교회가 친환경 장묘 문화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서울 제기동의 청량교회(송준인 목사)가 최근 자연장으로 장묘하는 ‘청량동산’을 열었다. 교회 수련원 언덕에 80평 규모의 장묘터를 추모 공원 형식으로 지은 것. 골분을 땅에 묻어 무덤과 우뚝 선 비석이 없는 형태로 구성, 그동안 매장 문화가 중심이었던 교회 장묘 문화에 좋은 모델로 발을 내디뎠다.
지난 6월 24일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청량교회 수련원 언덕 ‘청량동산’에서 합동 안장식이 열렸다. 이번에 새로 연 ‘청량동산’에 골분을 이전해 안장하기 위해 세 가족과 교역자 등이 함께 모인 자리로, 송준인 목사는 안장 예배를 집례하며 “부모님이 안장된 교회에 후손들이 계속 찾아올 때 신앙의 연대감이 생겨 대대로 신앙이 이어질 것”이라며 공간의 의미를 설명했다.
예배 후, 세 가족은 친환경 한지로 만들어진 함에 고인의 골분과 석회를 섞어 채웠으며, 50cm 깊이의 구덩이에 골분함을 묻고 흙으로 덮은 후 고인과 가족의 이름이 새겨진 대리석판을 15cm 각도로 세워 안장을 마무리했다.

시대 변화와 함께 자연장으로
청량교회는 1991년부터 묘지를 조성하려고 준비해오던 중 매장만 고집하던 교인들의 의식이 화장도 가능하다고 바뀌며 수목장과 자연장으로 초점이 옮겨졌다. “수목장은 나무도 등급화 되며 또 차별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자연장으로 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청량동산’은 시작되었다. 동산과 더불어 언덕 아래에 지은 수양관은 동산의 관리사무소 겸 식당이 되어 이제는 공기 좋고 양지 바른 ‘청량동산’에 모든 교인들이 오고 싶은 곳이 되었다.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총 90기로 허가를 받은 청량동산은 1평방미터 공간에 가족이 모두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가로 30cm, 세로 30cm, 깊이 50cm로 판 공간에 부부 혹은 한 사람 단위로 골분을 매장하기 때문에, 한 가족의 골분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 직계 가족의 이름이 새겨진 대리석 비용도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다. 송준인 목사는 이제 시작 단계인 자연장이 한국교회에 하나의 모델이 될 것을 내다보고 있다.

“청량동산은 혐오스럽지 않게 꾸몄지요. 자가용으로 단출하게 가족과 목회자만 와서 안장식을 하고 가기로 했고요. 처음에는 지역주민과 갈등이 있었는데 그들에게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몇 가지를 협의했어요. 마을 발전 기금을 내놓거나 시설을 개방해 상생하는 식으로요. 공사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교회가 인내하며 선한 인상을 보여줬어요. 앞으로 한국 사회가 이런 장묘 문화로 가야 하고 교회도 마을에 도움이 되어야 하니까요.”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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