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년 전 YMCA 간사로 서울 고덕지구에서 지역사회운동을 벌였을 때 이야기입니다.
지역주민들에게 어려운 이웃 돕는 일에 사용하기 위해 입던 옷, 쓰지 않는 장난감, 헌책 등이 필요하니 기증해 달라는 포스터를 붙이는 일부터 했습니다. 며칠 후 트럭을 몰고 아파트 단지를 돌며 수거하였더니 고맙게도 물건들이 가득 모아졌습니다. 이것들을 자원봉사 주부들이 분류하고 일일이 가격표를 달아 길가에 펼쳐놓고 장을 열었습니다.
장 이름은 물건을 사면서 이웃도 돌보는 장이라 하여 ‘장보고 돌보고’라고 하였습니다. 이웃과 만나서 사귀는 자리가 되고, 물건을 나누고 바꾸어 쓰면서 재활용하고, 모아진 기금은 지역주민의 이름으로 고스란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내졌으니 참 따뜻하고 흐뭇한 행사가 되었지요.
그림에서 보듯이 우리 딸은 거기서 직접 물건을 팔고, 아들도 엄마의 등에 업혀서 함께 했습니다. 이제 장성하여 모두 결혼한 딸 아들은 그 때 일들을 행복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는 손자들과 함께 텃밭에서 이제 막 여물기 시작하는 방울토마토, 고추, 상추를 따서 동네 사람들에게 팔아 보도록 하려고 합니다. 엄마가 만들어준 수박화채가 곁들여지면 금상첨화이겠지요. 이렇게 하여 몇 천원이라도 모아지면 ‘이 돈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라는 새롭고 행복한 고민거리가 생길 겁니다.
여러분도 아파트 단지에서 이와 같은 놀이를 할 수 있답니다. 몇 집이 모여서 놀이터에다가 집에서 쓰던 옷가지, 책, 장난감, 가전제품, 물건들을 내놓고 팔아보는 일을 벌여보는 겁니다. 이런 놀이를 하는 가운데 우리 자녀들은 이웃과 더불어 사는 넉넉하고 풍성한 사람으로 성장해 가게 됩니다.

전국재
평생의 관심사는 초지일관 ‘놀이’다. 현재 청소년과 놀이문화연구소(www.ilf.or.kr) 소장과 장신대 초빙교수로 일하면서 지도자 양성과 저술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쁨과 행복으로 초대하는 명랑 가족 놀이 166’ 등 30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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