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걷는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스피드시대에 ‘뚜벅이’라니, 시대착오적이라고 여겨지십니까? 하지만, 지금 그 ‘스피드’ 때문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고 불안해졌는지요. 다음 세대의 주인공들이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어깨에 짐이 너무나 많은 세대입니다. 자칫하면 낙오자가 되어버릴 것만 같은 긴장에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꼭 찾게 하고 싶습니다. 디지털 문화에 깊이 빠져 있는, 아니 빠져 살 수밖에 없는 이들이 정서적 안정을 찾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동행의 사역은 늘 이 천천히 가는 시간을 제안하게 됩니다. 아름다운동행이 지령 200호를 맞고 또 열 돌을 맞으면서 사역의 지향점을 깊이 묵상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신문을 읽지 않고 텔레비전에서만 뉴스를 듣는 사람들, 성경도 찬송도 스마트폰에서 해결하고, 책읽기도 스마트폰 속에서 하는 사람들, 다시 말해서 전혀 ‘종이’를 만지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늘어갑니다.
이런 이상한 문화(?)가 자리잡게 된 시간이 길지 않은데, 세상은 온통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문학이 있고 역사적 성찰이 있고 가치관이 확립된 건강한 세상을 몰라서 이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성공을 향해 내달리다보니 기본이 무너지는 것을 놓쳐 버렸습니다.
의도적으로 ‘스피드’를 피해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걷는 하루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의도적으로 스마트폰을 끊고 사는 하루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스마트폰으로 내가 원하는 주제의 세상 속으로 쉽게 들어가 그 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네 삶이 너무나 옹색합니다. 우리가 궁금해 하는 것은 무엇이든 내 손안의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세상 속에서 그것을 정답으로 삼고 규격화된 세상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요즘 사람들은 어쩌면 자아를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한 가지부터 생각해 봅시다.
생각있는 사람들이 작은 물길을 만들어가면, 그 물길들이 모여 큰 물길을 만들 수 있다는 꿈, 그것이 ‘감동세상’이 되리라는 믿음을 가져봅시다. 아름다운동행이 10년동안 한결같은 걸음을 걸으며 포기하지 않는 가치, 이것이 바로 ‘감동세상’을 향한 꿈입니다. ‘성공’이 아니라 ‘승리’를 향한 ‘가치’를 심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특집으로 ‘종이매체가 주는 선물’을 꾸려봅니다. 정서적 삶이 정신적 건강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천천히 오감으로 느끼며 생각하며 살도록 돕는 일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를 32면으로 엮으며, 애독자 여러분과 함께 느림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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