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사)미래숲 권병현 대표

15년간 사막에 나무를 심다니. (사)미래숲이 황사와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해 중국 내몽고자치구 쿠부치사막에 나무를 심어온 것이 벌써 15년이다. 그리고 그 첫 시작에는 ‘한 사람’이 있었다. 한중수교 이후 첫 주중대사였던 권병현 대표(78). 은퇴 후 편안한 삶을 즐겨도 될 텐데, 오히려 사막으로 들어가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백발의 미친 노인이라고 했어요. 더 이상 사람들이 살 수 없어 떠나는 사막에 오히려 외국인이 와서 나무를 심으니 말이에요.”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해도 그렇게 15년간 심은 나무가 840만 그루. 사막화가 진행되어 자신의 터전을 잃고 ‘사막의 난민’이 되어 떠났던 15가정이 돌아왔고, 사막화를 막기 위해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지역은 ‘녹색장성’이 되었다.
“저도 환경문제가 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1998년 봄 주중대사로 임명되어 베이징시를 찾았을 때 처음 황사를 경험했어요. 하루 뒤 서울에 있는 딸에게 ‘황사 때문에 외출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아, 이게 남 일이 아니구나. 우리 문제구나’ 하고요.”
그래서 쿠부치 사막 가운데 남북으로 16km를 정하고 양쪽 500미터 안에 나무를 심는 일을 진행하였다. 사구 고정틀을 설치하고 바람에 쓸려가지 않도록 1미터 씩 구덩이를 파고 사막에서 잘 자라는 나무종인 포플러와 사막버들을 심었다. 그렇게 6년 정도 심은 2008년, 중국 인민일보에 특집으로 소개될 만큼 나무는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 모든 일은 재정으로도, 노동으로도 뜻을 같이 한 이들의 동참으로 가능했고, 같이 녹색숨을 쉬자는 녹색꿈을 가진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쿠부치 사막은 봄철 편서풍을 타고 450킬로미터 떨어진 베이징과 텐진을 거쳐 한반도로 직접 날아오는 황사의 주요 발원지이다. 우리나라 쪽으로 오는 황사의 40퍼센트 이상이 쿠부치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문제는 계속해서 사막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구글 어스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의 중국과 1970년의 중국을 비교하여 보여주었다. 육안으로 봐도 초록이 짙었던 지역은 현재 누렇게 사막이 되어가고 있었다.
“동쪽으로 사막이 진행되고 있어요. 매년 지구에서는 서울시 면적의 100배에 달하는 토지가 사막이 되고 있습니다. 무리한 개발과 오남용으로 산림들을 없애면서 건조한 지대의 토지가 사막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쿠부치 사막도 200년 전에는 푸른 초원이었습니다.”

권 대표는 이어 “이 사막화가 20세기에 가장 많이 일어났습니다. 결국 우리가 가해자라는 뜻이고, 우리의 아이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 됩니다. 그러니 책임을 져야 합니다”라며, “그런데 이 일이 중국에서 일어난 일인데 왜 우리가 나무를 심어야 하냐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경선은 사람이 그은 경계선이고 결국 우리 모두 ‘붙어서’ 사는 건데 사막화를 막는 일에 동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라고 말한다.
이 일이 중단되어서는 안 되기에 권 대표는 2002년부터 해마다 한중 미래숲 대학생 봉사단을 100명씩 선발해 청년들과 함께 나무를 심으러 사막에 간다. 글과 영상이 아닌 몸으로 체득해야 ‘생태적 깨달음’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봉사단으로 간 한국과 중국, 일본의 청년들이 환경 공동체로서, 생명 공동체로서 문제를 인식하고 함께 해결을 모색해 가는 리더로 서야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0년에는 유엔 사막화방지협약에서도 성공사례로 인정받아 ‘지속 가능한 토지관리 챔피언’과 ‘녹색 대사’로 임명되기도 하였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계신다고 봅니다. 우리의 ‘불감증’은 심각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인 지구를 우리 세대의 전유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왜 못 들은 척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고, 우리 가족의 일인데 말입니다.”
권 대표는 인터뷰 내내 가래를 뱉어내야 했다. 4월에 나무 심을 때 폐로 들어간 미세한 모래 때문이었다. 고령인데 힘들지 않은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것인지 물었을 때, 결연한 표정으로 그는 말했다.
“하나님이 제게 주신 사명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이고, 할 것이고, 기쁘게 할 것입니다.”
녹색숨을 쉬도록 한걸음 내딛는 것은 쉽지 않지만 권병현 대표의 행보를 보며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게 된다.

* 미래숲, ‘주니어 그린코어 사막 워크캠프’ 참가자 모집

미래숲과 유엔협회세계연맹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캠프는 유엔 회원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참여형 영어캠프다.
참가자들은 총 5박 6일의 일정 동안 중국에서 머물며 세계 사막화 방지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받고, 사막화 현장인 쿠부치 사막을 방문, 나무 심기 캠페인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오는 7월 29일부터 8월 3일까지 진행되며, 원서접수는 미래숲 홈페이지(www.futureforest.org)를 통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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