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녹색교회로 선정, 주민과 소통하며 환경 가꿔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녹색교회운동을 전개하며, 매년 녹색교회를 선정하고 있다. 올해 선정된 대한성공회 포항교회는 나무와 텃밭을 가꾸며 이웃들과 어우러지는 인상적인 녹색 실천을 보여줬다. 만물이 부쩍 자라서 가득 찬다는 소만(小滿)에, 그 실천의 중심에 서 있는 조명숙 부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 텃밭 가꾸고 친환경 밥상 차리기
교회 옆 텃밭에서 손수 키워 막 딴 채소와 아침 시장에서 떠 온 생선회로 정성스레 차린 점심 밥상을 받고 보니, 이곳이 포항의 녹색교회라는 것이 실감났다. 수박 껍질도 버리지 않고 무침으로 내놓은 이 밥상은 그야말로 ‘녹색 밥상’.
“우리 부제님은 수육 국물 하나 안 버려요. 그 국물이 다 돼지국밥 만드는 국물이 되거든요.”
마침 식탁 옆 보드에 ‘녹색교회 원칙’으로 ‘친환경 밥상 차리기’, ‘빈 그릇 운동’, ‘인스턴트 식품 안 먹기’ 등의 6가지 원칙이 적혀 있다. 교회가 이렇게 텃밭에서 수확한 풀과 채소로 친환경 밥상을 차리게 된 계기는 교회에 오는 한동대 학생들 때문이었다.
“학교식당 음식이 너무 달더라고요. 하루 세 끼 그런 음식을 먹으면 안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가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대학생 선교를 위해서 집밥을 만들어주자고 했죠. 거기서 텃밭을 착안하게 되었고, 밭에서 나온 것들로 밥을 먹였어요.”
또한 포항 교회는 교회 옆에 넓게 펼쳐져 있던 쓰레기 매립지를 개간해 텃밭으로 일구었다. 그리고 이웃들에게도 나눠주었다.
“녹색교회는 혼자 힘으로 이룰 수 없어요.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나누고 조화하면서 이루어지는 거예요. 우리 주변 이웃들에게 텃밭을 다 나눠서 이렇게 넓은 밭을 가꿀 수 있게 된 거죠.”

#2. 교회 마당과 정원 가꿔 주민과 공유
포항 교회의 널찍한 마당과 정원은 조 부제가 4년 전 부임하면서부터 푸르게 되살아났다. 농학을 전공한 조 부제가 썩은 나뭇가지로 부엽토를 만들어 토양을 만들고 나무는 가지치기로 키를 맞춰 가꾸며 그동안 관리되지 않던 교회 정원을 살린 것이다.
마당과 정원 사이에 난을 심어 구획을 나눈 것도 눈에 띄었다. 정원에는 장미와 옥빛 수국, 포도나무 등이 종류별로 있었다. 교회가 설립될 때 심겨진 오래된 측백나무 아래에는 나무 벤치가 조성되어 지역민들의 쉼터가 되고 있었다.
“시각장애인 교우분이 여기는 온갖 새 소리가 다 들리는 참 아름다운 곳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나무가 주는 생명력이 대단해요.”

제초제를 뿌리지 않고 키운 정원의 열매와 풀은 교회 살림에 살뜰하게 쓰인다. 온갖 풀들로 봄 반찬을 만들고, 여름에는 비빔국수로 무쳐 먹는다. 포도로 포도주를 만들어 교회예식 때 쓰고, 앵두는 축하할 일이 있을 때마다 직접 만드는 케이크의 마지막 장식이 되며, 매실과 측백 열매로는 액기스를 만들어 여름에 시원하게 마신다. 나무는 교회 살림에 보탬이 될 뿐 아니라, 이웃과 연결되는 다리가 되기도 한다.
“석류꽃이 피면 지나가는 사람마다 다 너무 예쁘다고 탄성을 보내요. 알로에나 사철나무 묘목을 주민들과 나누기도 하고요. 사람들과 접촉하려면 그 사이에 ‘물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기른 화초도 교회 앞에 두면 다 가져가세요. 나중에 교회 나무 가지치기 할 때 이웃 주민들이 오셔서 도와주시기도 하고요. 나무 열매들로 여러 가지 먹거리를 만들어 나누는 이런 모습이 환경운동 아닐까요.”

#3. 쓰레기 무단 투척 방지 운동과 주민 교육
포항 교회에는 오래된 골칫거리가 있었다. 교회 울타리 밖 전봇대에 무단으로 쓰레기봉투를 버리고 가는 주민들이 너무 많았던 것. 교회는 싫은 소리를 못할 것이라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쓰레기들을 앞에 두고 가는 사람들에게 조 부제는 너그럽고 지혜로운 방식으로 대응했다.
“울타리 앞에 테이블을 놓고 그 위에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면 어떤 불이익을 당하는지 적어놓은 동사무소 리플렛을 두었어요. 이 앞에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도록 화분들을 쭉 진열해놓고요. 일종의 시위를 한 거죠. 그러면서 주변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아름다운 거리로 만들어달라고 애원도 하고, 불이익 당한다고 경고도 하면서 주민 교육을 한 거죠.”
그 외에도 교회 앞 테이블은 물건 나눔의 장이 되기도 한다. 버리기 아까운 물건들을 지역민들에게 기증받아 잘 세척하고 고쳐서 필요하신 분들 가져가라고 내어놓는 것이다. 그저 테이블을 세팅하고 물건들을 진열하는 단순한 나눔이다.

조명숙 부제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에서 보내준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고 설교문을 참조하며 환경주일을 만들어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신대원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 신학과 과학의 관계를 공부하며 우주에 대한 식견이 열렸는데, 컨퍼런스를 계기로 사람만을 상대하지 말고 사람이 사는 환경을 어떻게 가꾸고 보존할지에 대한 책무를 더욱 가지게 된 거죠. 그렇게 공부하면서 청년들하고 환경부서를 만들어서 실천하고 있어요. 예산이라야 얼마 되지 않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죠.”
조 부제는 자신보다 앞서 나무를 심고 건물을 수리하며 교회를 가꿔온 선배들의 노고를 늘 기억했다. 그 터 위에서 오늘의 녹색교회를 가꿀 수 있었던 거라며.
“이번에 녹색교회 상을 받으면서 서로 같은 생각과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새도 첫 성을 탁 터뜨리면 다른 새들이 따라 지저귀듯이 그렇게 누군가가 자각을 가지고 귀한 마음을 나누자고 외치면 이후에라도 따르는 교회들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요.”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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