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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춘 상처, 덧난 자국
[199호] 2016년 06월 05일 (일) 전영혜 @
좀 힘들고 슬픈 얘기다.
전쟁을 겪은 세대가 아닌데 전쟁 비슷한 트라우마를 지니고 산 사람과 그 가족들 얘기다.
80년대 초반에 젊은 군인으로 복무한 김 씨는 말수가 적은 내성적인 사람의 모습으로 결혼을 했다. 무엇을 겪었는지 자신의 사연을 제대로 말하지 않는 가운데 그의 아내는 서서히 술에 의존해가는 김 씨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게 되었다.
남편이 상이용사로 지정되어 받는 얼마의 보조금을 위안삼아 아내는 열심히 아이들을 돌보며 남편을 이해하려 애쓰고 보듬었다. 그러나 김 씨는 점점 술을 마시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상태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알코올 중독~ 그 중독의 늪으로 빠져 들며 아내는 집 안팎의 일을 모두 감당하고 그 치다꺼리를 해내야 했다.

숨고 싶어도~
아이들이 어릴 때는 아빠의 망가진 모습을 감추려는 데에 급급했고, 좀 지나서는 아이들 있는데서 부부가 다투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아내는 참고 참았다. 알코올 중독 병원을 찾기도 여러 번. 그러나 그의 습성은 변하지 않았고 주변에 감출 길 없이 이곳저곳에 쓰러져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술에 취한 채 예배시간에 들어가고 급기야 아내를 위협하는 일까지 생기게 되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했던가. 아내는 어디로 숨고 싶다고 했으나 특전사 출신인 김 씨가 어떤 일을 벌일지 몰라 합당한 대책을 세울 수가 없었다. 김 씨가 알 수 없는 곳에 방을 내어준다 해도 아이들의 학교와 아내의 직장 그 어디도 안전한 울타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더욱이 홧김에 술에 취한 사람이 어떤 일을 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막연히 세월이 가기만을 바라고 있는 심정이었다.
다행히도 그 가운데 아이들은 잘 성장해 희망이 되고 있었고, 주변에선 그 아내의 인내를 성스럽고 고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빠르게 온 결말
그 즈음이었다. 김 씨가 술에 취한 채 길바닥에 넘어져 위독하다는 연락이 왔다.
‘이렇게 한 스토리가 마쳐지는가!’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사연이 한꺼번에 막을 내리는 것 같았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벌떡 일어나 걸어올 것 같은 조바심마저 느끼며 다음 연락을 기다리는 것이 감출 길 없는 진심이었다. 그 아내와 함께 걱정을 나눌 땐 김 씨가 정말이지 ‘람보’같이 못할 일이 없는 인물로 그려졌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그 밤 뇌출혈로 생을 마감했다. 무엇이 그토록 그 사람을 힘들게 했을까. 술에 취하지 않으면 지낼 수 없었던 그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아내가 말했다.
“가여운 사람이에요. 특전사를 제대한 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광경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누구에게 말하기도 힘들고 어쩌면 다시 기억해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었는지도 모르죠.
아내로 살면서 그 모두를 풀어주려고 했지만 저 역시 아이들 낳아 기르면서 경황이 없었고요.
나중에 그렇게 가기 싫다는 알코올 전문병원에 입원시키는 일 외에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게 안타까웠지요.”
우리는 그의 생전에 그의 고민과 두려움을 알 수 없었다. 늘 술에 취한 그와 누구도 가까이서 얘기를 묻지도 듣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의 장례를 치르며 그가 얼마나 외롭고 고독했을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괴로운 인생길 가는 몸이
평안히 쉴 곳 아주 없네.
걱정과 고생이 어디는 없으리.
돌아갈 내 고향 하늘나라

객원기자 전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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