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집에서 하는 일은 엄청 많습니다. 집안 청소, 빨래, 식사준비 등 일이 보통 많은 게 아닙니다. 일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 가사 일입니다. 이래선 도무지 안 되겠다 싶어 하루는 엄마가 긴급 가족회의를 열고 이렇게 말합니다.
“얘들아, 내가 하루 종일 집안일을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구나. 아무도 집안일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아서 솔직히 서운하기도 하구…. 그리고 나 혼자 집안일을 모조리 도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의논해 보기로 하자.”
엄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만 아니라 아빠도 뜨끔했습니다.
“엄마, 미안해요. 앞으로 잘 할게요.”
“직장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내가 너무 무심했어요. 여보, 정말 미안해요. 얘들아, 우리 집 일을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는지 의논해 보자. 먼저 너희들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한 가지씩 얘기해 보기로 하자.”
“나는 설거지를 하겠어요.”
“나는 신발정리 할게요.” 빨래 널기, 쓰레기통 비우기, 장난감 치우기, 쓰레기 줍기 등 아이들 입에서 좋은 의견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고맙다. 우선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정해 보기로 하자. 무엇보다도 이것은 엄마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야. 우리 집 일이니까 당연히 스스로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거라.”
일을 마친 후 아빠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희들이 이렇게 하니까 우리 집은 더욱 행복하고 편안해지겠구나. 고맙다. 그런데 엄마 아빠는 일일이 검사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 너희들 스스로 점검해 보도록 하는 점검표를 만들어놓겠다.”
‘내가 장하다!’ 점검표에는 가족 수만큼 바구니를 그려놓고 각자 이름을 적어놓습니다. 예를 들어 신발정돈을 했을 때마다 직접 바구니 그림에 스티커를 하나씩 붙이게 됩니다. 주목할 점은 깜빡 잊어버리고 신발정돈을 하지 못했을 경우 바구니에 붙인 스티커를 도로 떼어서 점검지 하단에 스스로 옮겨놓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처음에는 스티커 붙이는 재미로 붙이다가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스티커를 스스로 떼어놓게 됩니다. 자기주도적인 어린이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지요.
“얘들아! 너희들이 스티커를 바구니에 30개 붙일 때마다 누군가에게 주고 싶은 선물을 모을 수 있도록 하겠다.” 이렇게 하여 스티커가 모아지면 온 가족이 마련한 선물을 가지고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사랑을 나누는 큰 기쁨과 재미를 누려보세요.

전국재
평생의 관심사는 초지일관 ‘놀이’다. 현재 청소년과 놀이문화연구소(www.ilf.or.kr) 소장과 장신대 초빙교수로 일하면서 지도자 양성과 저술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쁨과 행복으로 초대하는 명랑 가족 놀이 166’ 등 30여 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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