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마을의 젊은이가 들려준 '핍박 받는 성도들'의 이야기

한때 소련이라는 거대한 나라에 속했다가 독립한 중앙아시아 시골의 작은 마을. 이곳에 캐나다의 어느 한인교회가 단기선교팀을 보냈다. 말도 모르고 길도 모르는 이런 지역에까지 성도들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전혀 복음을 접촉한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한 번만이라도 복음을 들려 주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팀이 마을에 도착하고 일주일 가량 지났을 때였다. 현지인 젊은이가 절뚝거리며 들어왔다. 발이 심하게 다쳐 있었다. 더운 여름에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진물이 나고 상처가 깊어 쉽게 치료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팀원들이 가져온 비상약으로 정성스레 치료를 한 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절뚝거리며 젊은이가 찾아왔다

그는 1년 전 예수님을 영접하였다. 외국에서 온 한 무리의 사람들과 만나 그들에게서 전도책자를 선물 받았다. 이 책자는 온 우주를 만드시고 주인이신 하나님이 그를 사랑한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랑을 경험하지 못하는 이유가 죄 때문이었고, 그 죄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기록해 놓았다. 그는 책자 속 이야기들이 사실이라고 믿었다. 예수를 믿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그는 전도책자에 소개된 대로 예수님을 영접하는 기도를 했다. 그는 너무 기뻐 자기만 간직하고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자기의 홀어머니에게 책자를 읽어 주었고, 어머니도 예수님을 믿기로 했다. 여동생과 남동생에게도 책자를 읽어 주었다. 온 가족이 일주일 만에 모두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젊은이가 사는 동네는 전통적으로 무슬림 마을이었다. 작은 마을이었지만 이슬람 사원이 세 개나 있고, 교회에서 목사에 해당하는 물라도 네 명이나 살고 있었다. 동네사람들은 날 때부터 무슬림이고 다른 종교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여건을 봐도 복음을 들을 수 없었다. 이런 마을에까지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올 리도 없었고, 인근에는 교회도, 선교사도 존재하지 않았다. 외지 사람이 잠깐 들러서 갔다고 해서 동네 사람들이 영향을 받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우연히 만난 복음이 온 가족에게로

젊은이의 가정이 예수를 믿고 나서 한동안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들의 변화된 삶을 이웃 사람들이 수상하게 생각했고, 그러다가 개종사실을 알아냈다. 그러자 동네 청년들이 이 가정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슬람을 버리고 개종을 하면 죽여서라도 종교적인 순결을 지키는 것이 신실하다고 자부하는 무슬림들이다. 개종자를 죽여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이를 명예살인이라 한다. 청년들은 ‘알라’를 위해 그 가정을 몰살시키겠다고 협박했다.
그러나 젊은이의 가정은 예수를 버릴 수가 없었다. 오히려 이 기회에 자신들이 만난 예수를 한 명에게라도 전하자며 책자의 이야기를 찾아오는 청년들에게 전해 주었다. 그것이 죽음을 부를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그렇게 했다. 자기들이 만난 예수가 진정한 주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화가 난 청년들이 이 집안으로 몰려 들어 남동생을 끌어 냈다. 청년들은 동생을 죽일 듯 때려댔다. 남동생은 집단폭행을 당하다가 너무 고통스러워 어디론가 도망을 갔다. 청년들은 여동생도 끌어냈다. 그리고 집단 강간을 했다. 이슬람 세계에서 강간은 여자의 인생을 사형시키는 것보다 더 수치스럽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홀어머니도 끌어냈다. 청년들은 돌을 들어 어머니를 향해 내리쳤다. 청년들이 던진 돌에 맞은 홀어머니의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 내렸다. 그리고 쓰러졌다.

# 폭행…강간…돌팔매질까지…

마지막으로 이 젊은이를 죽이려고 했다. 그때 소란을 듣고 동네 어른들이 들어왔다. 동네 어른들은 아무리 이슬람 법으로 처리한다 해도 같은 동네 사람으로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설득했다. 분노에 찬 청년들은 마지못해 어른들의 설득을 받아 들였다. 그러나 그냥 물러설 수 없었다. 한 청년이 낫을 들어 젊은이의 다리를 찍었다. 그 고통에 젊은이는 정신을 잃었다.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발목에서 흘러내린 피가 마당을 붉게 적시고 있었다. 어머니는 머리가 깨져 깨어나지 못한 채 마당 한가운데 드러누워 있었다. 여동생은 수치심으로 문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남동생은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온 집안이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다. 그러나 식구 중 누구도 예수를 믿었다는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너 달이 지나 이 젊은이는 인근 마을에 외지 사람들이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젊은이는 그들이 예수 믿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는 낫에 찍힌 다리를 끌고 그 마을을 찾아갔다. 8킬로미터도 더 되는 길을 썩어가는 다리를 질질 끌며 걸어온 것이다.
젊은이의 말을 들으며 팀원들은 믿겨지지 않았다. 이 지역은 이슬람이 강하고 지금까지 십여 명의 기독교인들이 이사를 왔다가 쫓겨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더욱이 우리는 그저 이 지역을 잠시 왔다 가는 줄 알았는데 성령께서는 우리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은밀히 역사하고 계셨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 젊은이는 치료를 받고, 그렇게 만나고 싶었던 믿음의 형제들과 교제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팀원들도 두 주간의 사역을 마치고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 1년 뒤 지하교회가 세워지다

그리고 1년이 지나 이 젊은이가 살던 마을 인근에 지하교회가 시작되었다. 누구의 계획도 아니었고, 의도한 바도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 형제의 주님을 향한 사랑은 피가 되어 땅에 떨어졌고 그 피 위에 교회가 세워졌음을. 모두가 믿는다는 예수가 어떤 이에게는 목숨과도 바꿀 수 없이 가치 있는 분인 반면에, 또 어떤 이에게는 목에 건 액세서리 십자가만도 못하게 취급된다. 신앙의 깊이도 없고, 우리가 보기엔 믿을 수 없는 사람들로 치부해버리기도 하지만, 아니다, 어쩌면 우리가 가서 배워야 할 가장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것을 가장 순수하게 간직한 사람들이 그들인지 모른다.

박태수
CCC 국제본부에서 개척선교 책임자로 사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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