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사)한국알트루사 여성상담소장 문은희 박사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나대로의 삶을 만들어가려 노력하는데 어느 날, 아이를 혼내는 자신의 말소리에 엄마 목소리가 겹친다고 느낍니다. 이렇게 딸이 엄마에게서 독립해서도 여전히 엄마에게 ‘포함’되어 그 영향력을 떨쳐낼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트루사 여성상담소에서 만난 문은희 박사((사)한국알트루사 여성상담소장ㆍ사진)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여기에서 ‘포함’은 우리 문화에서 여성이 자녀를 자신의 일부나 자신처럼 마음속에 ‘포함’한다는 문은희 소장의 포함 단위 이론이다. 자녀를 자기 같을 거라 짐작하고, 나와 다른 자녀의 마음이 어떤지 알아보려 하지 않는 어머니, 그 어머니에게서 충분히 배려 받지 못했다고 느끼며 커온 딸 사이의 갈등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엄마와 딸, 서로를 품고 서로를 살리다
“어머니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마음에 공감하지 않으면 진정한 효도는 어렵다고 봅니다. 딸들 쪽에서 먼저 어머니가 어떤 분인지, 실제의 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알아가자는 뜻에서 어머니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지요.
평범하지만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오신 어머니를 인터뷰한 내용들을 모아 연구자료집 <나의 엄마를 이렇게 모르고 살았다니!>와 <엄마와 딸, 서로를 품고 서로를 살리다>로 묶게 되었고요.”
이 과정을 통해서 몇 가지 중요한 결론을 보여주고 있다. 보통의 어머니들이 갈등을 회피하려는 모습으로 살며, 등 뒤에서 말하는 데에 익숙하다는 것, 삶의 문제를 거의 남편과 경제 탓으로 돌린다는 점, 또한 ‘그땐 다 그랬어’의 일반화나 ‘지난 얘기는 해서 뭐하나’로 덮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살아온 어머니들이지만 마음 통함을 위해 딸들이 두드리며 찾고자 애쓰면 반드시 열매가 있어요. 그것은 여인끼리의 이해와 치유이기도 하고, 긴 세월 속 어머니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새롭게 알게 되기도 하니까요. 예를 들어, 남편이나 다른 가족들과 절충해가며 살기도 하고 자신을 고수하며 살기도 하지요. 오직 가족이 일평생 삶의 동기가 되어온 어머니들이지만 그들에게 자신의 꿈이 있었던 것을 듣는 순간에 어머니가 왜 그토록 ‘~을 하라’고 잔소리를 해왔는지도 좀 받아들이게 된다는 겁니다.”

딸, 엄마의 자리는 축복된 자리
결혼을 앞둔 젊은 여성들, 결혼생활 속 부모와 자녀 돌보기로 어깨가 무거운 여인들에게 위로의 한 마디를 권하자 문 박사는 “딸, 엄마의 자리는 감사하고 축복된 자리로 그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 자리를 ‘일’로 생각할 때 힘들고 무거워 위로가 필요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생명’을 이어가는 흥분과 감사로 살아갈 자리인 거예요. 그래서 기쁘고 즐거운 일이죠”라고 말한다.
삶에는 ‘일’도 필요하지만 ‘사람’을 중심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 둘의 균형을 맞춰 살아야 함을 힘주어 말했다. 그것은 자녀 양육에 있어 무조건적 ‘신뢰’와 함께 ‘필요한 것’을 주어야 하는 것으로, ‘좋은 것’이라 여겨 엄마 마음대로 줄 것이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딸이 엄마에게 관심으로 다가가 서로 이해하고 알아가는 일에 “너무 늦었다”고 할 때는 없다며, 듣고 받을 자세가 있는가가 우선이라고 강조하며 많은 여성들이 이러한 모임에 함께 하기를 권했다.

객원기자 전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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