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 공원부터 똥박물관까지

가족과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생태를 테마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말로만 환경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기보다 실제로 아이들과 함께 습지를 거닐며 청개구리를 만나고 수생식물의 내음을 맡아보는 여행. 도심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생명체를 직접 오감으로 느껴보는 것 말이다.

#1. 서울 종로 백사실 계곡
그러나 우선 생태 여행에는 다른 곳과 달리 ‘생태 보존 태도’가 필요함을 알려둔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서울의 숨겨진 비밀정원으로 소개되어 널리 알려지게 된 백사실 계곡은 광화문에서 불과 2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도심 속의 1급수 계곡이었다. 1급수에만 사는 도롱뇽, 버들치, 가재 등 다양한 생물체가 서식하던 계곡은 인증샷을 찍거나 생태체험활동을 한다고 몰려든 인파로 점차 오염되기 시작했다. 이에 서울환경연합은 2015년 봄부터 백사실 계곡의 도롱뇽을 살려달라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생태체험학습이라는 이름으로 도롱뇽을 잡으러 백사실 계곡을 찾는 이들이 있다. 생태 여행지를 떠나기에 앞서 한 번 우리의 태도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2. 수원 밤밭 청개구리 공원
옛날부터 밤나무밭이 많다고 하여 율전(栗田)이라 이름 붙여진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 밤밭 저수지 주변을 꾸미면서 멸종 위기에 놓인 청개구리 서식처를 공원으로 조성했다.
‘밤밭 청개구리 공원’에는 수원 고유의 생물종이자, 1급 멸종 위기종인 ‘수원 청개구리’가 서식하고 있다. 꽃창포와 미나리가 자라는 생태 습지에는 봄이면 기린초, 미역취, 엉겅퀴와 같은 야생화와 원추리와 노란 금계국까지 피어난다. 초여름에 찾아가면, 고풍스럽게 지어진 육각 정자 주변 연못에 피어난 연꽃과 더불어 청개구리 소리가 가득해진다. 수원환경운동연합에서는 수원시내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2016년 4월부터 11월까지 일곱 번에 걸쳐 ‘밤밭 청개구리 탐험대’를 모집해 물속 생물과 밤밭에 서식하는 식물들을 알아보는 활동도 하고 있다.

#3. 똥 박물관 ‘해우재’
우리 선조들이 ‘똥’으로 생태적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웠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실제로 똥이 재생되는 옛날 방식의 뒷간을 직접 보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화장실’을 주제로 지어진 박물관 ‘해우재’에는 그 애칭인 ‘똥 박물관’에 걸맞게 다양한 요강과 변기들, 왕의 요강인 ‘매화틀’, 돼지우리위에 지은 화장실인 ‘통시’까지 온갖 종류의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내부 전시관으로 들어가면 세계의 화장실 이야기 전시와 어린이 체험관을 경험할 수 있다. ‘똥 도서관’이 있어 똥에 관한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곳에 머물며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을 수도 있다. 해우재는 수원시 장안구에 있다.
www.haewoojae.com

#4. 성남 탄천 태평 습지원
5월이면 유채꽃이 만발하고 푸른 보리밭이 펼쳐지는 탄천 태평 습지는 2만 4000㎡의 규모로서 그 안에 민물고기, 잠자리, 수서곤충을 관찰할 수 있는 5개의 인공 습지가 있고, 산책길 등 시민휴식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멸종 위기 야생 생물 2급으로 지정된 금개구리가 발견된 이후 금개구리가 자리를 잡아 서식하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생태연못 주변에서는 노랑어리연, 가시연꽃 등 갖가지 수생식물을 만날 수 있고 야생화 군락지 속에서는 메뚜기, 여치, 풍뎅이 등을 관찰하며 생생한 자연을 즐길 수 있다. 4월부터 11월까지 성남시 차원에서 자연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www.ecosn.or.kr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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