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가비양’ 대표 양동기·정현숙 부부

국내 커피 시장은 2000년부터 연평균 9%씩 고성장을 보이며 현재 5조4천억 원 정도의 규모를 보인다.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아메리카노 한 잔 기준으로 338잔에 달한다니 한국은 지금 그야말로 ‘커피 열풍’이다. 그러나 ‘커피 문화’의 성장은 어떨까. 커피 마시는 행위를 뛰어넘어 하나의 문화로 잘 정착하고 있을까.
스페셜티커피 전문 카페 프랜차이즈 ‘가비양’(www.gabeeyang.com) 대표 양동기·정현숙 부부(사진 오른쪽)는 이에 대해 고개를 갸웃한다. 지금의 문화는 커피 맛을 조용히 음미한다거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종의 ‘차문화’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여전히 빨리 빨리 커피를 마시며, 각자 스마트폰을 하든지, 노트북으로 개인 작업을 하는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성찰한다거나, 다른 이들과 삶을 나누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것.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 위치하고 있는 가비양 카페는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된 ‘커피문화’를 알리고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플랫폼이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쓰고 있는 양 대표 부부를 만나보았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어때요? 커피 맛이?”
예쁜 찻잔에 담긴 커피. 아내 정현숙 부사장(연정교회)이 묻는다. 커피 향이 좋고 맛이 부드러우며 깊은 맛이 난다고 하자 이렇게 말한다.
“원두가 갈릴 때 향이 나는데, 그 향이 한 개의 커피에 700여 가지가 있어요. 그런데 기계로 커피를 내리면 그 많은 향들이 나지 않지요. 핸드 드립으로 커피 내리는 이유 중 하나예요.”
둘러보니 넓은 공간에는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이 와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바리스타 앞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듣는 사람, 핸드 드립을 직접 체험해 보는 사람, 한쪽에서는 플라워 아트 강의도 진행되고 있었다.
다이나믹해 보인다는 말에,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셔요. 또한 평일 오전에는 아카데미에서 커피 강좌도 열리고 이외에도 커피클럽을 통한 다양한 강의도 열리고 있으니 그렇게 보이실 거예요”라고 설명한다.
아카데미 경우는 연 지 20년이 되어간다. 배출된 수료생만 해도 6000여 명에 이르는 것. 그 수료생들이 전국 곳곳에 퍼져 바리스타가 되기도 하고, 가정에서는 대화를 이끌어내는 커피문화를 전파하고 있단다.

분당에 생긴 가비양 커피 생태계
“어떻게 커피에 이렇게 몰입하게 되셨어요?”
20년 동안 한 길을 걷는 것이 어디 쉬운가. 양 대표가 일본유학을 가서 먹거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커피에 대해 배워서 97년도부터 지금까지 커피관련 사업과 카페 및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 들어와서 가장 속상했던 것이 싸구려 원두에 가향을 한 커피를 사람들이 모르고 마시는 거였어요.”
그래서 좋은 커피를 세계 곳곳에서 찾아 수입하고 판매하였다. 그리고 커피를 사러 오는 이들에게 커피를 무료로 대접하며, 내리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카페와 아카데미의 전신이다. 2000년에는 아예 공식적으로 ‘가비양 커피교실’을 만들었고, ‘가비양 커피 생태계’가 분당에 생겼다.
“그러면서 수료생들이 가정에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커피를 대접하기 시작한 거예요. 가족들과 대화가 없었는데 회복되었다는 이야기도 참 많이 들었어요.”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부부의 노력은 분당에 잘 정착하여 2008년에는 지금의 가비양 서현점이 세워졌고, 아카데미 운영 외에도 커피클럽 회원 1700명을 모집하여 함께 문화행사를 나누고, 한 달에 2번 스페셜티 커피를 보내주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매운 맛으로 마비된 혀
그러나 아직도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좋은 맛’을 구분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운 맛 때문에 맛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진왜란 즈음에 들어온 고춧가루의 영향으로 매운 맛에 길들여졌고, 그 음식들이 우리의 미각을 무디게 만들었습니다. 매운 맛은 통각으로 뇌는 그것을 통증으로 인식하고 강력한 마취제이기도 한 엔돌핀을 내보냅니다. 그래서 매운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거지요. 그러나 마취된 혀로는 음식 맛을 제대로 보기 어렵습니다.”
매운맛에 취한 혀는 담백한 차와 맛있는 음식을 구별해내지 못하고 대화를 나누는 차문화도 갖지 못하게 한다는 것.
“그래서 서로 ‘소통’ 할 줄 모르는 거지요. 자기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혀가 살아나야 합니다. 그래야 대화도 나눌 수 있고, 인문학도 살아나고, 문화적으로 다양한 문화가 살아납니다. 아무리 맛있는 커피를 대접해도, 그 맛을 구별할 혀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혀를 살리기 위한, 정확히 말하면 대화를 통해 서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양 대표 부부는 고춧가루나 마늘에 젖어 있는 매운 음식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한다.
“맛을 구분하기 시작하면 정말 맛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돼요. 맛있는 음식은 당연히 좋은 소재를 통해서 가능한 거지요. 그러면 그 좋은 소재를 얻기 위해 환경을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는 소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리는 레시피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세계 농장 직접 방문해
가비양에서는 뉴스레터를 통해 농장주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럴 수 있는 이유는 양동기 대표가 원두를 고르기 위해 일 년에 한 번 이상은 좋은 커피를 찾아 세계 곳곳의 농장을 직접 방문하기 때문이다.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그것이 좋은 원두를 고를 수 있는 노하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서 농장이 얼마나 훌륭한 지부터 보지 않는다고. 먼저 농장주를 만나 대화를 나눠보고 그의 비전과 자세가 옳다고 여겨질 때에서야 원두를 보고 농장을 살펴본다.
“좋은 커피를 만드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래야 합니다. 시간이 걸려도 그럴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바쁘고 빠른 삶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사는지 모르겠다. 가족과 함께 하는 밥상, 부부끼리 차 한 잔 마시며 나누는 대화, 아이들의 피아노 연주 소리를 들어보는 것 등.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비양에서 만난 이야기들은 ‘그런 일상이 중요하고, 그런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커피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

* 커피는 언제 산화되는지
분쇄하는 순간 커피의 산화는 진행된다. 커피 향미가 빠르게 사라진다. 사실 인간이 사물을 인지하는데 동원되는 유전자가 수가 시각은 3개, 단맛은 1개, 감칠맛은 2개이며, 후각은 400개인데 사람의 유전자 2만3천여 개 중 한 가지 기능에 후각처럼 많은 유전자가 동원되는 경우는 없다. 그러니 향을 맡는 것은 중요하다.

- 분쇄는 추출 직전에 해야 한다.
원두 조직 허니컴에는 커피의 좋은 맛과 향기 성분이 가득 들어있다. 분쇄를 하는 순간 이 조직이 깨지면서 향기 성분은 날아가고 맛 성분도 공기 중의 산소에 의해 빠르게 산화되기 시작한다. 따라서 분쇄는 추출 직전에 바로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 분쇄가 맛에 미치는 영향
분쇄도 선택도 중요하지만 추출 방법에 따른 분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과 미세먼지 같은 미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분쇄 시 발생하는 열은 커피의 맛과 향을 변질시키며 미분은 추출을 방해하고 좋지 않은 맛을 낸다. 열과 미분 발생이 적게 되는 분쇄기를 선택하거나, 일반가정에서는 촘촘한 거름망을 이용해 미분을 한 번 걸러내는 것만으로도 더 좋은 맛을 낼 수 있다.

* 갓 볶은 원두를 먹어야 하는 이유
전기밥솥의 밥도 오래 보온을 하면 변색되고 말라버린다. 커피도 똑같다. 아무리 최고급 원두를 사와도 뭐 하는가. 로스팅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원두는 산패되어 기름은 줄줄 흐르고 향은 날아가고 영양소는 다 파괴된다. 밥으로 치면 이천 쌀을 전라도 장인이 가마솥에 지어 봉지에 담아 택배로 보낸 일주일 된 쌀밥이 맛이 있을 리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로스팅하고 1, 2일이 지나 안정된 원두를 15일 이내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비양 클럽 아카데미>
총3회(오전 10:00~11:30) / 6만원(회원 3만원)
▲ 양동기 대표의 ‘커피 원산지로 세계여행’
▲ 로스터와 함께 로스팅 체험
▲ 세계의 커피 맛 특성과 디저트와의 조화
주소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안골로 33(서현동) ☎ 031)707-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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