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현 교수와 이하늘 목사, 기독교공연예술 콘텐츠 제작

여기 한 남매가 있다. 오빠는 연극을 전공한 대학 교수이며, 한살 터울 여동생은 목회자이다. 서로 다른 길을 걸을 것만 같은 남매는 그러나 ‘같은 꿈’을 갖고 함께 걷는다. 기독교 연극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것, 그래서 우리만의 기독교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함께 꾸는 ‘꿈’이다.
이대현 연출가(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부교수·드라마교회 권사)와 이하늘 목사(드라마교회 담임) 남매는 그래서 콤비이며, 동역자이다. 이 연출가는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하고, 이 목사는 작품에 대한 신학적 자문을 하고 기획을 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것. 2012년 ‘드라마교회’라는 특별한 교회를 함께 개척한 후 매년 한 작품씩 무대에 올리고 있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목회
“원래 선교사로 나가려고 준비했어요. 그런데 하나님께서 교회 개척으로 방향을 바꾸셨고, 드라마교회를 시작하게 되었지요. 고민이 많았어요. 문화사역을 주 사역으로 하는 교회가 쉽지 않다는 것 잘 알고 있었거든요. 그러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교회’가 아니라 ‘사람을 많이 만나는 목회’를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이곳은 ‘흐르는 곳’이어야 한다, 땅 끝까지 가라는 말씀 따라서 계속 흘러가야 한다고.”
그런 마음으로 교회를 개척한 바로 그 해, 연극 <홀리하고 코믹한 요나이야기>를 문화공간 엘림홀에서 올렸다. 혹여나 추억 속 교회 문학의 밤 수준의 기독교 연극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드라마교회에서 만드는 공연들은 모두 전문 연극인들이 투입되어 만드는 제대로 된 연극이다.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 그동안 생각해 나가는 ‘방법’이 다르니 그 차이를 좁혀 가는 작업이 녹녹치 않았지요. 매 작업마다 그래서 토론을 많이 벌입니다.”
이하늘 목사가 이야기하니 웃으며 이대현 연출가가 연이어 말한다.
“제가 전문 연극인이니까 진보적으로 표현하려고 해 갈등이 있을 것 같지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일반연극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신앙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정확히 말하면 고정적으로 생각하는 프레임이 작용하더군요. 그동안 교육받았던 예수님만 묘사하려고 했지 깨달으려고 하는 몸부림이 적었던 것 같습니다. 그럴 때 ‘땅에서 사람들과 함께 사셨던 예수님을 좀 더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성경을 열린 마음으로 보도록 고민해보세요. 끊임없이 질문하세요’라고 조언해주어 고마웠어요.”

재미있게 ‘바이블테인먼트’
첫 해 올린 연극이 요나의 이야기였다면, 이후에는 삭개오의 이야기인 <여리고의 봄>이 올려졌고, 올해 4월에는 마리아의 이야기가 올라간다. 그러나 드라마교회에서 올리는 연극은 평면적이지 않다. 재미있고 다이나믹해 크리스천이 아닌 관객들까지도 좋은 반응을 내놓는데 이들이 표방하고 있는 것이 바로 ‘바이블테인먼트’(Bibletainment)이기 때문.
영어로 성경 ‘BiBle’과 오락 ‘Entertainment’를 조합해 만든 말로, “성경에는 개인과 사회에 유익한 사상들뿐 아니라 아름답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이 넘쳐나는 현대인들이 이 이야기들을 접하기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현 시대에 대중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요소들인 드라마, 음악, 무용, 영상, 서커스 등을 바이블 스토리텔링에 도입하여 성경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또한 무대를 만드는 과정 자체도 드라마틱하다고 말한다. 매일 함께 기도하고 토론하고 연습하면서 배우나 제작진들에게 변화가 일어나는 것. 새롭게 신앙을 갖게 된 이들도 있고, 자신의 역할을 위해 성경을 뒤져서 읽다가 기도를 하기 시작하는 이들도 있다. 그 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

문화창조자 되어야
“누군가 말하더군요. 한국 기독교공연문화는 어떤 것이 있냐고요. 한국 기독교인들만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기독교 공연 콘텐츠로 나와야 해요. 광의적인 차원에서 ‘문화창조자’가 되어야 하지요.”
“그러려면 기독교인들도, 비기독교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극을 만들어야 합니다. 성경은 하나님 사랑의 신비를 노래한 이야기지요. 끊임없는 갈등과 극복, 기쁨과 감동이 있는 우리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그러한 감동의 이야기를 모든 이들에게 들려주며 함께 춤추기를, 하나님의 피조물인 우리 모두가 함께 어울려 놀기를 소망합니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교회에는 4월에 올리는 모노드라마 <피에타> 공연연습이 한창이었다. 벽면에 연습을 위해 붙여놓은 거울이 보인다. 거울 속에는 적나라한 자신의 모습들이 비춰지고 있었다. 연극만이 아니라 믿음이라는 것이 어쩌면 그렇게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이 어찌 할 수 없는 삶의 무게에 대하여 ‘은혜’를 구할 수 있으니. 그렇게 끊임없이 사람을, 예수님을 바라보고 성찰하며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모습과 땀방울은 그래서 가치가 있다.

아들 예수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
모노드라마 <피에타>

드라마교회와 약속의연극레퍼토리가 오는 4월 12일부터 17일까지 대학로 동숭무대소극장에 올리는 연극 <피에타>는 마리아 한 명이 끌고 가는 모노드라마이다.
이대현 교수가 연출과 극작 및 작사를 한 이 작품은 노래와 춤, 라이브 연주를 통해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들려주는 예수의 생애 이야기로 제작자측은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어미의 사랑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엿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엄마에게 보여주는 이 모습, 아들에게 작별하는 이 순간
주의천사 찬미했던 저 생명, 하나님께 감사했던 그 아들
죄인처럼 십자가에 못 박혀, 피 흘리며 신음하는 내 아들
이 두 손도 못을 박아 영원히 눈물 닦지 못하게 하소서
이 가슴도 창을 찔러 영원히 슬픔 잊지 못하게 하소서
이제 막 태어난 핏덩이 아기처럼, 아들이 하늘 향해 웁니다.
어둠이 빛을 삼키듯, 저 해맑은 눈망울을 눈꺼풀이 덮어 가네요.
이 어미가 할 수 있는 것, 하나님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귀한 아들, 하나님이 거두신 귀한 아들
부디, 이 아들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기를.
- 극 중 노래 <피에타>


일시 : 4.12~17(화, 수, 목 8시/금 6시, 8시/토, 주일 3시 6시)
장소 : 대학로 동숭무대소극장
등급 : 만 13세 이상
문의 : 02)6053-3121 예매처 : 인터파크 티켓, 예스24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