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운 십자가 작품전

우리의 미, 우리의 신앙
장정웅 작가(보름산미술관 관장)의 ‘The Humble Man : 한없이 낮은 자’ 십자가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174호 아름다운동행에 보도된 대로 장 관장은 평생 전통 기와 암막새인 ‘망와’를 수집하고 전시하는 등 전통문화에 대해 마음을 기울여왔다.
그랬던 마음으로 이번에는 전시회를 준비한 것.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두릅나무가지와 지푸라기 등으로 십자가를 손수 만들었다.
“우리 전통 문화와 우리 기독교 신앙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곰곰이 생각할 기회가 많았다. 주변을 돌아보면 서양 흉내를 낸 종교화와 십자가가 대부분이어서 어쩐지 마음에 가깝게 와 닿지를 않았다. 교회 건축부터 음악, 성직자 예복도 우리 것이 배제된 채로 우리 땅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우리의 미감으로 우리 것, 우리 신앙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지로 만든 예수님 수의
장 작가는 주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짚, 풀, 소나무, 버드나무, 아카시아, 오동나무 등 친근한 재료를 가능한 한 그대로 사용하여 십자가의 절망과 부활의 기쁨을 표현하고 설치하였다. 또한 한지로 지푸라기 예수님의 수의를 만들어 입혔고, 봄을 맞아 가지치기 한 나무토막으로 예수님을 형상화 하였으며, 선조들이 집을 짓거나 나무가구를 만들 때 쇠못 대신 나무못을 사용하던 방식으로 나무토막을 연결하여 예수님의 얼굴과 팔과 다리를 이은 것.

예술가처럼 시작해 장인처럼 마무리
장 작가는 “기본적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농사를 짓고, 쌀을 수확하고 남은 지푸라기로는 새끼줄을 꼬아서 짚신, 멍석, 삼태기, 둥구미, 종다래끼 등을 만드는 농민이 겨울 농한기에는 장인이 된다. 장인의 노동은 내면의 열등감을 벗어던지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래서 이렇게 만들어진 물건을 ‘공예(工藝)’, 즉 ‘장인이 만든 예술품’이라고 부른다. ‘노동-장인-예술’로 이어지는 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탄생한 인간형을 ‘humble man’이라고 부르고 싶다. ‘humble man’은 예수님처럼 죽을 때까지 애쓰며 검소하고 온유한, 이름 없는 영웅상이다.”
가장 낮은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모습을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소박하게 표현한 십자가 전시회는 오는 5월 26일까지 계속된다.
장소 : 보름산미술관(www.boroomsan.com), 경기 김포시 고촌읍 수기로 10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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