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조상의 지혜 읽는 ‘맑은 눈’
<늙은 개가 짖으면 내다봐야 한다> 한희철 지음 / 꽃자리 펴냄

본지 ‘일상에서 길어올린 풍경’이란 코너를 통해 소소한 일상을 읽어내는 깊고 따뜻한 ‘눈’을 보여줬던 한희철 목사가 새 책을 냈다. <늙은 개가 짖으면 내다봐야 한다>. 구전(口傳)을 통해 굽이굽이 전승되어 내려왔던 우리의 속담들에 짧은 단상을 붙였다.
‘늘 쓰는 가래는 녹이 슬지 않는다’, ‘게으른 머슴은 저녁나절이 바쁘다’, ‘좋은 목수한테는 버리는 나무가 없다’ 등 긴 세월의 무게가 켜켜이 내려앉은 지혜의 문장들에 새로운 온기를 불어 넣었다. 온고지신(溫故知新)!
뭐든 스마트폰 검색으로 일순간에 종결되는 IT 인프라 최강국에서 ‘한 치 갈면 한 섬 먹고 두 치 갈면 두 섬 먹는다’는 경구들은 왠지 서글프다. 빛바랜 낡은 사진 속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추억처럼 아득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늙은 개’가 짖을 수 있는 것은 거기에 삶의 진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빠르고 편리하지만 잘게 부서져 파편화된 지식과, 긴 세월 고단한 삶의 무게를 온 몸으로 밀고 가며 체득한 달관의 지혜는 같은 언어의 옷을 입고 있어도 애당초 다른 무게를 지니고 있다. 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바로 늙은 개가 짖을 때 내다보는 혜안(慧眼)이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우리로서는 참으로 갖추기 어려운 미덕인지도 모른다.
하여, 이 책 중간 중간 끼어 있는 낯선 단어들을 읽는 것은 행복한 경험이 된다. 옛 조상들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냄새를 ‘석 달 가뭄 끝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흙먼지를 적실 때 나는 냄새’라고 했다고 한다. 긴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의 그 눅진한 향취를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보는 것도 괜찮다.

아는 만큼 은혜로운 성지순례
<믿음의 땅 순례의 길> 유성종·이소윤 지음 / 두란노 펴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 교수는 책 속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말한다. 아무리 큰마음 먹고 떠난 성지순례라 해도 유적지에 얽힌 역사와 배경을 모른다면 친구와 떠난 맛집 탐방만도 못한 일이다.
스크랜턴기념사업회 기획실장 유성종 목사(서울 은석감리교회)와 이소윤 작가(방송작가·스토리윤 대표)가 함께 정리한 <믿음의 땅 순례의 길>은 전국의 기독교 성지와 순례길을 지역별로 정리, 사진과 함께 수록해 놓았다. 정동제일교회에서 소래교회, 양화진 외국인선교사묘원에서 전주 선교사 묘역, 광주 기독병원에서 전주 예수병원, 금산 ‘ㄱ’자교회에서 제주 이기풍선교기념관까지 한국 교회 역사가 담긴 주요 시설과 교회, 기념관들을 총 망라했다.
특히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책 뒤쪽에 정리해놓은 ‘한국 기독교 성지순례길 27곳’과 ‘한국 기독교 성지 방문 매뉴얼’이다. ‘한국 기독교 성지순례길 27곳’은 ‘첫 교회길’이나 ‘윌리엄 스크랜턴 길’처럼 총 27곳의 성지순례길을 마치 도보여행길처럼 연결해서 소개한다.
또 ‘방문 매뉴얼’은 각 기독교 유적지의 세부사항들, 가령 위치, 전화번호, 가는 길, 방문 가능 시간 등 정보를 정리해 놓았다. 이 두 개의 챕터만 따로 떼어 가지고 다녀도 충분할 만큼 잘 정리되어 있다.

객원기자 김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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