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학교의 채플공연에서 빛나는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저는 기타 하나에 노래 하나로 ‘등대지기’라는 노래를 불렀지요.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등대지기는 어떤 사람이냐고요? 등대지기는 누구냐고요? 자신의 입을 빌어 옆에 앉은 사람에게 서로 얘기해주자 했습니다. “바로 당신입니다!” 그리고 이 노래를 부르며 여기에 모인 등대지기들을 서로 축복하자 했지요. 고맙게도 청년들은 쑥스러울 수 있는 요구에 응해주었고, 함께 부른 노래는 천상의 울림처럼 채플실을 가득 메웠습니다.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 부분을 허밍으로 부를 땐 폭풍이 지나간 날의 고요처럼 평온하기까지 했습니다. 노래가 사라진 정적 끝에 저는 기억 속 아련한 ‘등대지기 이야기’ 한 편을 들려주었습니다.

등대지기의 실수
어느 섬에 한 등대지기가 살았습니다. 등대를 밝히려면 등유가 필요했지요. 정기적으로 등유를 실은 배가 다녀가면 등유가 조금씩 남았습니다. 그래서 등대지기는 측은지심에 추위에 떠는 한 가난한 노부부에게 이따금씩 등유를 가져다주며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보살펴 주었습니다.
어느 날 일기예보에 폭풍이 몰려온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다엔 큰 놀이 일기 시작했고, 산을 이룬 거센 파도가 바다를 덮쳤습니다. 기상악화가 그렇게 오래도록은 등대지기에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해가 없는 날들의 연속은 밤을 더욱 길게 했고, 등대는 평소보다 더 일찍, 더 늦게까지 불빛을 밝혀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튿날이면 등유 실은 배가 오는 날짜인데 기름은 이미 바닥이 나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날 밤 등대는 결국 불빛을 비춰주지 못했고, 때마침 그 섬 가까이 지나가던 큰 배 하나가 그만 캄캄한 등대를 들이받고 말았습니다. 배는 부서졌고, 등대는 무너졌습니다. 등대지기는 결국 당국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그 등유는 등대의 불빛을 밝히라고 준 것이지, 착한 일을 하라고 준 것이 아닙니다.”

자기 사명 하나가
이야기를 나누고 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착한 일 아흔 아홉보다 자기 사명 하나가 더 중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묻겠지요. 그러면 착한 일은 누가 하느냐고. 자기 사명 하나의 뚜껑을 열어 보면 그 안에 자기가 하게 될 착한 일은 다 들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말에 덧붙여 세상에는 크게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하나는 ‘공부할 때 놀 생각하고, 놀 때 공부할 걱정하는 사람’이고, 또 하나는 ‘놀 때는 노는 데 집중하고, 공부할 때는 공부에 집중하는 사람’이라고. 사명이 우선이라고. 분별이 흐린 착함은 생명의 길을 망치게 할 수 있다고. 사명에 충실한 등대지기가 되기 위해 ‘지금 이 자리가 성소’라 여기고 고도의 집중을 하는 특기를 갖추자고. ‘등대지기’ 같은 노래를 어릴 적에 배웠던 과거의 노래로만 묻어두지 말고 현재의 노래로 살려내자고. 우리의 삶은 예수님의 모형이니 세상이 우리를 볼 때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지닌 등대지기로 스스럼없이 인정되는 삶이 되자고.
마지막으로 같이 노래하자 했습니다. ‘정성을 다하는 것이 곧 하늘의 도(天道)’라는 말이 있듯, 2절 노랫말이 바로 우리들의 삶, 등대지기의 삶이라고.

“모질게도 비바람이
저 바다를 덮어
산을 이룬 거센 파도
천지를 흔든다
이 밤에도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한 손
정성이여
바다를 비친다”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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