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와 현실 속 인물에게 배우는 단순하고 엉뚱한 삶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욱 격렬하게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잘 알려진 한 광고의 카피 문구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이 말이 ‘격렬한’ 공감을 일으키고, 한적한 어촌과 농촌에서 ‘삼시세끼’ 밥만 지어먹는 예능이 마음에 쉼을 주는 시대. 책과 현실 속에서 ‘단순하게 사는 삶’을 이미 실천하고 있는 고수들을 통해 여유로운 삶의 한 수를 배워보자.

# 마스다 미리의 만화 속 ‘수짱’
마스다 미리의 만화는 그 형식부터 최대한 절제된 단출한 선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보는 이의 복잡한 심사를 가볍게 만들어준다.
작가의 분신이라 할 수 있는 ‘수짱’은 소소한 일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풍요롭게 만들어 나가는 30대 비혼 여성. 직장에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을 만한 거리에 작은 집을 얻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길에는 동네 서점에 들러 자기 일과 관련한 책을 보며 저녁 시간을 보낸다. 카페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다른 카페에 가서 새로 나온 케이크를 맛보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그녀의 취미다.
삶에 아무런 큰일도 일어나지 않고 많은 돈을 벌고 있지도 않아 미래에 대한 불안도 종종 느끼지만, ‘지금의 나’를 수용하고 작게나마 주어진 일상과 관계에서 의미와 재미를 찾아나가는 수짱. 그녀는 지금 우리를 둘러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작은 삶’에도 반짝이는 무언가가 있다고 속삭인다.

# 알렉스 륄레
이번에는 실존인물이다. 알렉스 륄레는 독일 뮌헨 한복판에서 일하는 신문사 편집자다. 하루에 평균 60통의 이메일을 받고 50통을 보내는 삶을 살았다. 이메일 기능이 탁월한 휴대폰을 쓰며 하루 종일 이메일에 매달리며 인터넷에 중독된 삶을 살았다. 그랬던 그가 삶을 바꿔보고자 직장과 집에서의 인터넷 없는 생활을 실험하게 된다. 신문사의 문예 담당 편집자로서 디지털 사냥꾼 혹은 자료 수집가로서 살아오던 그가 인터넷 없이 6개월을 지내기로 용감한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금단현상을 겪었다. 동료들에게 자신이 왜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지 일일이 설명해야 했다. 실험 중 두 차례 인터넷의 유혹에 빠지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6개월의 실험을 마친 그가 하는 말.
“분명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해방감을 느끼고 있지요.”
이제 그가 디지털 세상을 그리워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스스로 멈출 수 없다고 생각했던 ‘신경과민’,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던 ‘연속적 정보 수집’에서 벗어난 그는 예전에 잃어버렸던 것을 되찾아 인터넷 없이도 즐거운 시간과 향상된 시간을 누린다. 6개월까지는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 번쯤, 스마트폰을 끄고 노트북을 덮는 날을 잡아보는 건 어떨까?

박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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