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소년들과 함께 기적 꿈꾸는 여명학교

북한이탈청소년들을 위한 최초의 학력인정 대안학교인 여명학교(교장 이흥훈)가 개교 11주년을 맞아 지난달 21일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축하행사를 가졌다.
합창과 오케스트라, 에세이 발표 및 뮤지컬 등 순서마다 ‘Miracle(기적)’에 초점이 맞추어진 고백과 감사는 탈북 청소년들의 믿음어린 인내와 기다림, 극복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어 고락을 함께 해온 부모와 교사, 후원자들에게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특히 뮤지컬은 학생들이 실제로 북한에서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해 북한의 암울한 실상이 실감나게 다가왔고, 엄마와 함께 북한을 탈출하다 갖은 고초로 만신창이가 된 정혁이가 격투기선수의 꿈을 갖고 시작한 태권도의 멋진 시범을 보여줄 때는 관객 모두가 환호했다.
긴장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얼굴이 희망과 열정의 얼굴이 된 것이나, 상처투성이로 적응이 어려웠던 학생들이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누게 된 것이 바로 저들이 매일 아침 외치는 ‘Miracle!’ 바로 그것이었다.

꽃제비 소년의 기적 이야기
에세이를 발표한 졸업생 승주 씨 이야기는 또 하나의 활짝 핀 기적의 꽃이다.
북한에서 42세 아버지가 영양실조로 돌아가신 후, 시장에서 음식을 주워 먹던 꽃제비 소년 승주는 수용소에서 슬픈 일을 겪었다. 밥을 먹다가 또래가 쓰러져 죽었는데도 울지도 못하고 남긴 밥을 나눠먹었던 일.
중국 가면 쌀밥을 먹을 수 있다는 말에 15살에 중국으로 탈출했고, 그곳에서 밥 먹으러 교회에 갔다가 말씀까지 먹게 된 이야기. 북한의 무너진 교회를 다시 세우고 싶다는 꿈을 안고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10년의 시간을 보내다 한국으로 온 후, 여명학교에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나니 13년 만에 하는 공부가 재미있었다고. 중·고등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 졸업반이 된 승주 씨는 과정마다 만만치 않았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6월에는 여명학교 야학의 선생님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통일을 준비하는 비전에 합류하여 벅찬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 기적은 자신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될 수 없는 일이었음을 고백하였다.

진주양식장 같은 여명학교
학생들이 과거와 현재보다도 훨씬 멋진 미래의 삶을 그릴 수 있는 것은 통일에의 열망과 그날 맛볼 가슴 벅찬 감격과 학생들의 빛나는 존재감일 것이다.
친정 같은 학교의 행사장을 찾아온 졸업생들을 보니 여명학교가 ‘진주양식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응을 위한 아프고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영롱한 빛을 내는 진주들로 탄생되는 것. 지난 10년간 여명학교를 졸업한 172명의 진주가 사회 구석구석에서 빛을 내고 있다. 기적의 대열을 함께해 온 학생들과 선생님, 봉사자, 후원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여명학교의 차기 10년의 비전으로 ‘통일준비학교’를 선포한 이흥훈 교장의 이야기가 긴 여운으로 남는다.
“정신은 하늘을 향하고, 삶은 십자가를 향할 때 하나님께서 기적을 이루어주실 것”이라고.
그리고 “하나님은 광야에 길을 내시고 사막에 강을 내시는 분”이라고.

이영옥
한국수필을 통해 등단(1996년)한 수필가이다. 신학을 공부하였고, 수년간 교회신문과 큐티선교회 묵상집에 글을 쓰고 편집을 담당했다. 지금은 이 땅의 나그네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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