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산교회 조정희 목사·전미나 사모의 공개입양 이야기

주께 받은 사랑을 어떻게 나눌까!
재능으로, 물질로, 마음으로 기회를 따라 주위에 흘려보내는 것이 보통 크리스천의 모습이라 한다면, 그 모두를 합쳐 삶 자체로 사랑을 나누는 일이 아이를 입양해 가정에서 양육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시간과 에너지, 물질과 마음을 다 열어놓아야 가능한 ‘사람 기르기’. 아비의 마음으로 시작해 진정한 부모가 되어야 하는 ‘입양’.
입양에 대한 이런 접근에 조정희 목사(신부산교회)와 전미나 사모는 조금 부담스러워하며 ‘함께 사는 것’이라고 담백하게 이야기한다. 남매를 낳아 기르며 두 남자 아이를 입양해 홈스쿨링(home schooling)까지 하고 있지만, 그 애들을 통해 자신들의 부족한 모습을 깨달아가며 그럴 때마다 하나님의 사랑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고 겸허히 말한다.
음악을 전공한 전 사모가 “하늘은 맑고 푸른데 내 마음은 왜 이리 더러워요. 주님의 세계는 높고 넓은데 제 마음은 왜 이렇게 좁아요”라고 노래하자 막내가 질문했단다.
“엄마 마음은 왜 더러워요?”, “엄마 마음은 왜 좁아요?”
가슴으로 낳았다 하고 주의 사랑으로 보살핀다지만 순간순간 나타나는 복잡한 일들 앞에 자연스럽게 나온 말들로 이렇게 노래가 만들어졌단다.

오랫동안 품어온 ‘입양’
아이들의 입양은 목사님보다 사모님의 뜻이었다고 한다. 30대 유학 시절,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 지낼 때, 한국 어린이들을 입양해 따스하게 돌보는 미국 크리스천들의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고 한다. 얼굴색이 달라 설명하지 않아도 친자녀가 아닌 것을 알 수 있었고, 심지어 장애를 가진 아이를 입양해 적절하게 보살피며 자연스럽게 애정을 표현하는 그들을 보며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지나친 사랑으로 호소하지도 않으며, 인격적으로 대화하는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기회가 되면 우리도 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 한두 번 스치는 것으로 지나쳐지지 않고 계속 마음에 남아 기도하는 가운데 유학생으로서는 입양 자격이 되지 않았고, 외국 임시 거주자로서는 여유가 생기지 않아 해를 넘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4년, 신부산교회에 부임하면서 8년간 기도해온 과제를 실천하게 된다. 입양 모델이 미국인들이었기에 그들처럼 공개 입양을 생각했고, 우리가 죄인으로서 하나님의 자녀로 입양된 대로 ‘입양은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심기 위해서 용기를 내게 되었다.

“나는 왜 엄마가 안 낳았어요?”
입양 대상 아이에게도 더 좋은 조건이 있다. 유교적 가치관이 바탕이 된 우리나라에선 생후 얼마 안 된 여자 아이가 우선 대상이 되고, 예쁜 얼굴을 가진 대학생 미혼모가 낳은 아이라면 1순위로 뽑힌다. 그러다보니 부모를 알 수 없는 남자 아이는 입양에서 밀리고 돌이 되면 보육 시설로 옮겨갈 준비를 하게 된다. 그래서 조 목사 부부는 첫입양으로 11개월 된 남자 아이를 선택하고, 2년 후에도 다시 남자 아이를 데려왔다.
언젠가 알려질 입양 사실. 굳이 숨겨야 할 일도 아닌데 비밀로 하다가 어느 날 충격을 받게 되는 일이 허다해,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는 만큼씩 알려주며 키웠다.
아이가 열 살이 되면서 물었다.
“나는 왜 엄마가 안 낳았어요?”
“그래, 엄마가 낳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치? 하지만 하나님이 우릴 만나게 해주셔서 얼마나 좋아.”
“근데 진짜 엄마가 오면 어떡해요?”
“지금은 찾으러 올 수 없어. 그런데 네가 20살이 되면 선택할 수 있어.”
“다행이다. 난 여기가 좋아요.”

이런 일도 있다. 교회에서 누군가 “너 담임 목사님 아이지?”라고 물을 때, 옆에서 “쟤 진짜는 아니에요”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그럴 때 어땠어?”라고 했더니 “그 애가 입양이 뭔지 몰라서 그러는 거예요”라며 자신의 정체성을 건강하게 지닌 대답을 하더라는 것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담임목사의 입양에 힘을 얻어 성도들의 공개 입양이 7가정이 되었다. 그래서 분기별로 모임을 가지며 어려운 얘기, 감사한 얘기도 나누고 식사도 함께 하다 보니 아이들은 ‘즐거운 입양’ 모임을 기다리게 되었고, 주변에 있는 입양 가정들도 참여해 10가정이 뭉치고 있다.

우리도 모두 입양아다
이렇게 국내 입양이 늘어나면 아이들이 해외로 덜 나가 ‘고아 수출국’의 오명을 덜 들어 좋고, 대내적으로 우리 아이들을 통해 인구를 유지하니 좋고, 무엇보다 미혼모들이 생명을 존중히 여기며 새 삶을 살아가게 될 소망이 생긴다. 지금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 ‘피는 못 속여’라며 입양에 대해 거북하게 말하는 사람들을 향해 조 목사는 “우리의 피가 무슨 피인가. 죄인의 피가 아니었나. 그 피를 주님이 깨끗하게 해 자녀 삼으신 것이 입양”이라고 설명한다. 창조 때 인간의 시작이 혈연이 아닌 사랑의 관계였음을 지적하며, 최근 입양 요건과 절차가 까다로워 시설로 가는 아이들이 늘고 있음을 관계자들이 직시하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입양. 아이를 아이로 보살필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아닌가.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서는 막내가 말한다.
“아빠는 그래도 내 맘 몰라요.”
“그래, 아빠가 네 맘을 어떻게 다 알겠니?”
“그렇지만 형은 내 맘 알거예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이렇게 대화하며 살 수 있는 게 가정 외에 어디 있겠는가.

행복한 엄마의 노래

아빠 엄마에게 가장 큰 선물인 너희들을
품에 안고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른단다.
너희는 정말 하나님께서
아빠 엄마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시려고
아빠 엄마에게 인내를 알려 주시려고
아빠 엄마를 성숙시키려고
보내주신 하나님의 선물이야.

아빠 엄마의 도움을 구하며 우는
너희들의 눈망울을 보며
내가 주님 한 분 밖에
날 도우심이 없음을 고백할 때
기뻐하실 아버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지.

사랑 받을 자격도 없고 사랑할 능력도 없는
이 엄마를 사랑해 주신 은혜
엄마의 작은 고백, 작은 눈물,
작은 헌신을 받아주신
하나님의 헤아릴 수 없는 그 은혜
너희들도 느끼고 고백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날마다….

- 전미나 사모의 일기 중에서

전영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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