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그리는 화가 ‘바이블 박’ 박성경

어릴 적 뛰어놀던 동네골목이, 추석 온 가족이 모여 마루에서 오손도손 송편 빚던 모습이 그리울 때가 있다. 추억 속 필름같이 남아 있는 일상의 기억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사랑스럽다.
왜 우리는 어디를 놀러가서만 사진을 찍어놓았을까. 진짜 다시 보고 싶은 모습은 저런 일상의 풍경인 것을.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그리고
소소한 일상과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을 그리는 박성경 씨(www.bibleparkart.com). ‘바이블 박’이라는 작가명을 가지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박 작가에게는 그런 ‘일상’과 ‘보통 사람들’을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다.
“여행 도중 우연히 호떡 장사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었어요. 배우가 꿈이셨던 그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그림을 그려드렸지요. 그때 정말 열심히 살고, 가치 있는 삶을 살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한 사람의 스토리를 그림 속에 녹여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사회적기업과 ‘꿈을 그려드립니다’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꿈을 그려주었으며, 작년 12월에는 소아암병동의 어린이환우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꿈을 그려주었다. 항암치료로 머리카락 하나 없는 아이는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다고, 헤어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해맑은 모습으로 이야기했고, 일러스트를 받아들고는 너무나 행복해 했다. 병원 근무자 한 명은 박 작가에게 “일 년 반 여기서 일했는데, 이렇게 아이들이 밝은 것은 처음 봅니다”라고 말해주었다.
“그림을 매개체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니 소통하기가 쉬운 것 같아요. 하나뿐인 그분의 삶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그림을 그려드리면 많이 좋아하셔요.”

희망과 위로를 전하는 그림
“모태신앙이에요. 아버지가 성경 안에서 가장 좋은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고 찾으시다가 결국 ‘성경’이라고 지어주셨어요.”
미국에서 커뮤니케이션아트를 전공하며 유학하던 시절, 박 작가는 자신이 왜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수상 경력도 많고 미국에서도 많은 전시회를 했지만 성공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도하며 묵상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모세의 삶을 기억하게 하셨어요. 사람들이 보기에는 왕자의 삶을 살았던 시절의 모세가 성공한 것처럼 보였겠지만 하나님 보시기에는 아니었거든요. 하나님이 원하시는 성공,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가 아닌, 소리 없이 있다 가더라도 그림을 통해 희망을 전하고 위로를 전하는 그 자리에 있고 싶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박 작가는 최근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박 작가가 거주하고 있는 안산의 모습을 매주 그려 올리는 ‘드로잉 안산’.
“세월호 사건 이후 안산을 ‘슬픈 도시’로만 보는 시각이 많아요. 그래서 안산을 매주 하나씩 그려보자고 결심했지요. 오히려 안산이 대한민국을 위로하자는 측면에서. 굿붐 스퀘어(goodboomsquare.com)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지난 3월부터 오이도 빨간 등대 앞 바닷가를 그리기도 하고 건물 옥상에 올라가 내려다보이는 안산 도시 풍경, 공원 벤치 등을 그리고 있어요.”
또한 드로잉 강좌를 지난 3월부터 안산에서 계속 진행하고 있다.
“맨 처음에는 수강생들이 자기가 정말 그릴 수 있을까 걱정들을 많이 하는데, 일상을, 가족을 그리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며 기뻐하셔요. 똑같이 그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들의 그림을 그리니까 아들과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것, 이게 더 중요하지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전 세계 사람들과 만나서 소통하며 그림을 그리는 ‘드로잉 여행’이 계획 아닌 계획이라며 “일상의 컷 하나 하나가 작품이 됩니다. 우리 모두가 일상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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