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슬로푸드’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많은 준비가 필요한 어려운 음식 만들기? 저 멀리 자연 속에서만 가능한 시골밥상 느낌? 이런 생각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슬로푸드’의 삶은 의외로 거창하거나 어렵지 않다. 일상의 작은 먹거리에서부터 실천해 볼 수 있다. ‘슬로푸드’를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 책, 영화제, 축제 등 다채로운 방식을 소개하려고 한다. 가장 구미가 당기는 방식으로 ‘슬로푸드’를 배우고 즐겨보자.

* 영화 <카모메 식당>
‘슬로푸드’의 여러 의미 중,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직접 다듬고 손질해 요리하는 음식이라는 의미를 깊이 느낄 수 있는 영화. 핀란드라는 낯선 이국땅에서 한 일본 여성이 음식을 먹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손수 정성들여 음식을 만들어 건네고, 각자의 슬픔과 고통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찾아와 그 음식을 느리게 음미하며 먹는다. 특별한 사건 없이 느릿느릿 펼쳐지는 이 단정한 영화는 그 음식이 커피 한 잔, 시나몬롤 한 조각, 오니기리(일본식 삼각김밥) 하나도 만드는 이의 ‘태도’가 달라질 때, 음식이 어떻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나가는지 잘 형상화한다.

* 책 <슬로푸드 슬로라이프>, 김종덕, 한문화.
“음식에 대해 생각하고, 음식을 만든 사람에게 감사하며, 음식을 음미하면서 먹는 것이 슬로푸드의 핵심이다.” 책은 이 짧은 선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슬로푸드’를 둘러싼 다방면의 사람, 실용적 레시피, 직접 생산 실천 방안에서 재래시장 문화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끼니를 대신할 수 있는 간단한 먹거리 7가지’ 레시피를 제시해 ‘한 끼 때우기’의 슬로푸드식 실천을 알려준다. 한 끼를 ‘때우더라도’ 패스트푸드가 아닌 슬로푸드로!

* 서울국제음식영화제 부문 상영작들
지난 7월 제1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가 열렸다. 국내 최초로 음식을 주제로 열린 영화제였던 만큼, 기존의 ‘먹방’, ‘쿡방’과는 다른 관점에서 음식과 식문화를 성찰하는 작품들로 채워졌다. 슬로푸드 운동의 창시자 카를로 페트리니 이야기를 담은 <슬로푸드 이야기>, 식재료가 아닌 살아 숨쉬는 돼지의 일상을 지켜보며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황윤 감독의 <잡식가족의 딜레마>, 대형 마트 등 거대 유통기업이 지배하는 유통 구조 아래 저임금에 시달리는 플로리다 농장 노동자들의 땀을 담은 <푸드 체인스-착취의 역사> 등 올해 상영된 작품들은 충분히 따로 찾아볼 가치가 있다.

* 2015 슬로푸드 국제 페스티벌
11월 18일에서 22일까지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는 ‘2015 슬로푸드 국제 페스티벌’이 열린다. 슬로푸드의 가치를 공유한다는 목적 아래, 160여 개 국가로 이루어진 슬로푸드 네트워크의 농업지식, 미각교육, 조리법 등을 교류한다. 소멸 위기에 처한 음식문화유산을 찾아 ‘맛의 방주’에 등록하고, 슬로푸드 농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행사 또한 예정되어 있다. 국내 셰프가 추천하는 슬로푸드 메뉴 소개와 그 맛을 보는 디너 데이트, 30명의 국내외 셰프의 슬로푸드 요리 워크숍, 미각 교육, 이유식 등 우리 아이들의 먹거리 공간인 베이비 푸드관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더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2015slowfood.modoo.at) 참고.

박혜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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