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K의 에코살림일기 - 먹거리 바꾸기

일상에서 생태적 실천을 한다는 것이 복잡하고 어려운 일은 아니다. 방법을 모르거나,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는 일에 훈련되지 않았을 뿐. 여기, 어떤 당위와 신념 때문이 아니라 아이를 기르며 생긴 고민으로 살림 하나하나를 생태적으로 바꿔 간 주부의 이야기가 있다. 그의 살림일기를 통해 생태와 맞닿은 일상이란 어떤 것인지 들여다보았다.

첫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주부 K의 살림은 하나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내 한 몸만 보전하면 되던 때와 다르게 모든 것을 아이와 연결해서 생각하게 된 것. 그러다보니 먹을 것 하나, 가공품 하나 쉽게 고르지 않게 되었다. 아이 이유식을 시작할 때였다. 아이에게 먹일 음식이다 보니 재료가 신경 쓰였다. 그러던 중 마침 집 주변의 한 농산물 직거래 매장을 알게 되었다. 생명농업을 바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 운동을 펼치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었다. 수입 먹거리는 취급하지 않고, 제철 먹거리를 고집하며, 농약과 화학비료·성장조정제(성장호르몬)를 쓰지 않은 농산물, 항생제·성장촉진제가 들어있지 않은 사료로 자란 축산물을 판매했다. 안심하고 아이에게 먹일 수 있는 먹거리를 만나니 기뻤다.

유기농 먹거리, 처음에는 어색하고 부담
하지만 기쁨도 잠시. 막상 유기농 먹거리를 이용하려고 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농약과 촉진제를 쓰지 않은 농산물들은 먹음직하거나 보암직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 먹을 것만 조금씩 구매했다. 아무래도 내 입맛은 이미 대형마트가 제공하는 맛에 길들여진 것 같다.
자주 매장을 들르며 조금씩 유기농 농산물의 겉모습에 익숙해지면서 하나 둘 씩 다양한 먹거리 구입을 시도해봤다. 사실 대형마트에서 단지 원 플러스 원이라는 이유로 대량구매하면 다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바엔 유기농 식품을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구매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 생각은 옳았고, 필요할 때마다 신선한 제품을 조금씩 사다 먹는 데 점점 익숙해졌다.
이사를 가게 되어 집 근처에 매장을 이용할 수 없게 되었을 때는, 온라인 매장을 이용하려고 조합원으로 가입도 했다. 생활협동조합의 정신을 하나하나 읽어보고 동의했다. 땅을 살리고, 이 땅의 농민을 살리고, 식량주권을 지켜가는 정신에 다시 한 번 감복했다.
이제 대형마트는 되도록 가지 않는다. 소비를 부추겨 필요 이상의 먹거리를 사게 되고, 결국에는 다 먹지도 못하고 가공품과 음식물을 버리는 패턴이 아이들 교육에도 좋을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나의 변화, 곧 아이들의 변화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환경 교육을 받는다. 그래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함께 대화하며 같이 장을 본다. 학교에서 배운 생태적 삶을 우리 집에서도 소박하게나마 실천하고 있다는 것에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한다. 물론 이런 일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볼품없는 유기농 과일 모습에 아이들이, “엄마, 이 사과 왜 이렇게 생겼어요?”라고 묻기도 하고, “엄마, 왜 다른 데서 먹던 것과 맛이 달라요?”라고 물을 때마다 농약과 성장 호르몬 없이 자연이 허락하는 기후에 따라 이 정도로 과일을 수확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하나하나 설명해주어야 했다.
과정 하나하나가 수고스러웠지만, 아이들과 대화할 거리가 풍성해진 것은 또 다른 ‘수확’이었다.
아이들과의 대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도시에 살아도 가족 모두가 기후에 민감해져서, “올해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풍작이 아니겠다”, “올 가을엔 사과가 맛있겠다”, “올해는 이상 기후로 농작물이 잘 못자라서 우리가 먹을 과일 모양이 좀 찌그러지겠다” 같은 대화를 나누며 농가의 마음을 함께 공감하게 되었다.
조미된 맛, 인공적인 맛에 길들여진 내 입을 즐겁게 하는 걸 포기한다. 조금의 불편함이다. 매해의 기후에 따라 자란 제철 먹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연습한다. 때론 날씨 때문에 볼품없는 과일이 배달되더라도 감사하며 먹고, 때로 자연스러운 맛있는 맛이 발견되면 또한 더욱 감사하게 된다. 작은 맛에 감사하는 것을 배우게 됐다고나 할까.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나중에 아이들에게 해 줄 말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작은 불편을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소비자 생협, 알고 계신가요?
먹거리 유통을 위주로 하는 협동조합을 소비자생활협동조합(소비자 생협)이라고 부른다. 산지 직거래에 기초한 환경농산물과 축산 및 수산물이 판매되고 있으며, 직판매장도 있으나 회원제로 운영되어 인터넷 주문이 모두 가능하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꼼꼼히 살펴보고 직판매장과 집과의 거리 등을 비교해서 선택하면 된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살림 노하우들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한국의 대표적 소비자 생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한살림(hansalim.or.kr) ▲iCOOP생협(icoop.or.kr)▲두레생협(dure-coop.or.kr)
▲에코생협(ecocoop.or.kr) ▲행복중심생협연합회(happycoop.or.kr)

박혜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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