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원교회의 에너지 절약 및 생태목회

서울 서대문구 봉원동에 위치한 봉원교회(박용권 목사)는 보기 드문 자연친화적 예배당을 가지고 있다. 27년 전 예배당을 짓기 시작할 때부터, 자연광이 비치도록 천장과 건물 양편에 긴 창을 내고, 자연바람이 통하도록 건물 통로 천장에 창을 내는 식으로 공간을 설계했다. ‘생태’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지금도, 서울 도심에서는 찾기 힘든 이런 건물을 27년 전에 설계하고 지었다는 점에서 봉원교회의 앞선 생태 의식이 돋보인다.

전자 기기가 없는 예배당
당시에 어떻게 그런 예배당을 지을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박용권 목사는 “전임자이신 이원태 원로목사님께서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분이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그렇게 지어진 예배당 건물에는 전자 기기가 따로 없다. 울림이 잘 일어나도록 설계된 높은 천장이 있기 때문이다.
“예배당 건물이 워낙 울림이 좋다 보니, 찬양대가 가끔 찬양을 못해도 아주 잘 하는 걸로 들립니다. 그래서 찬양 단원들의 자신감이 무척 높아요(웃음).”
복잡한 전자 기기 없이, 필요할 때만 앰프에 마이크를 설치해 사용한다. 예배당에 설치된 스피커도 모두 30년 가까이 된 것들이다. 복잡한 기기가 없으니 따로 음향 담당자를 세울 필요도 없다.
이렇게 단촐하게 유지되는 예배당의 문은 늘 열려 있다. “교회가 마을 회관처럼 되는 게 목회철학”이라는 박 목사의 바람답게, 교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예배당에 자유롭게 들어와 기도하거나, 쉬었다 갈 수 있다. 예배당 안에 가져갈 것이라고는 오래된 스피커뿐이기 때문에, 건물 안에 지킬 것이 많은 여느 교회처럼 자물쇠를 굳게 채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연 친화적인 예배당은 이렇게 사람 친화적이기도 하다.

자연광, 자연바람
늦은 오후에 찾아간 봉원교회 예배당 안은 조명이 없이도 아주 밝았다. 해가 비치는 낮에는 자연스레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여름에도 예배당 곳곳에 있는 창문을 열고 예배를 드려 에어컨을 켤 필요가 없다. 에어컨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켜더라도 실내 적정 온도인 26도에서 28도를 지킨다.
“교회등을 LED로 교체하고, 에어컨을 실내 적정 온도에 맞춰 사용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가 에너지를 아껴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에너지를 쓰지 않는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 예배당처럼 이렇게 지어놓고 30년 가까이 생태적으로 사용하며 에너지를 쓰지 않는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적용해야 하겠죠.”

일회용 현수막과 홍보지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
봉원교회는 어떤 행사를 해도 일회용 현수막이나 홍보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환경을 생각하는 의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러한 홍보 방식이 큰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교회 근처에 신촌의 대학생들이 사는 원룸이 많아요. 여러 가지 이유로 방에만 있는 젊은이들을 바깥으로 나오게 해 함께 어울리는 ‘원룸 축제’라는 걸 하거든요. 그때 많은 홍보지를 뿌려봤지만, 별 소용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전화해 초대합니다.”

빗물저장시설 설치, 십자가 네온사인 제거
봉원교회는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생태 교육을 하기 위해 작년부터 교육관 옥상에서 논농사를 하고 있다. 3평 남짓한 작은 논이지만, 직접 쌀을 재배하는 전 과정을 보며 아이들은 ‘밥’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또한 교회 뒤편에는 구역별로 텃밭을 가꾸어 상추와 감자, 고추, 호박, 피망 등을 수확해 직접 반찬으로 해먹고 있다. 이 때 농업용수는 빗물을 받아 사용한다. 서울시와 협력해 예배당 건물 왼편에 빗물저장시설을 설치하고, 빗물을 받아 활용하는 것이다. 2012년부터는 ‘여름철 전력사용 10% 줄이기 운동’에 참여하면서 예배당 십자가와 교회명에 붙어있던 네온사인을 제거했다.
박용권 목사는 결국 교회의 생태적 실천에는 프로그램보다도 의식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혜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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