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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의 마지막 축제
[186호] 2015년 05월 03일 (일) 박보영 @
   
죽음을 앞둔 엄마
며칠 후면 이 세상에서 더는 볼 수 없을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노래하다 길을 걷다 사랑하다 울다가
언젠가 당신 앞에 서리다”
(노래하다 길을 걷다/좋은날풍경)


이 노래를 부를 때 엄마 없는 하늘 아래를 살게 될 초등학교 1학년과 3학년인 두 아이가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성경 속 한 장면과 오버랩 되었습니다. 한 여인이 옥합을 깨뜨려 그 향유로 예수님의 장례를 미리 준비했던 것. 철모르는 아이들의 춤이랄까…. 그러나 엄마의 눈에는 다시는 보지 못할 순수한 아이들의 마지막 재롱이 되었겠지요. 아이들의 엄마는 암이 온 몸에 번져 소망이라는 단어가 햇살 앞의 이슬처럼 하늘에 가까운 영혼입니다. 그런데도 그녀의 미소는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건지 제 가슴을 쿵 울립니다. 삶을 마감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장해 보였습니다. 죽음을 건너 뛴 것 같은 평온함마저 느껴지는 담담한 영혼. 그저 고마웠습니다.

남편의 감사편지와 다함께 부른 노래
남편은 아내에게 감사편지를 읽어주었습니다. 감사 내용이 지극히도 평범해 새로울 것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일상의 소중함이 얼마나 위대한 선물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놀라운 편지였습니다. 아내의 얼굴은 한가득 미소였지만 맑은 눈물줄기가 끊임없이 흘러내렸습니다. 사랑은 그렇게 죽음을 이기고 있었습니다.
저는 기타를 꺼내들며 인생은 신의 선물이라 말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예술은 추억이라고. 그렇게 인생은 영혼의 추억이라 말했습니다.
우리 사는 별은 사랑별이고 돌아갈 천국은 고향별이라 말했습니다.
어떤 노래를 부를까. 천상병 시인의 ‘귀천’에다 붙인 노래. 앞뒤로 동요를 붙여 영혼의 소풍과도 같은 지상의 나날들을 병실에 모인 이들과 함께 불렀습니다.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 지상에서 하던 어떤 일들…’,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하나님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난다….’
훗날 천상에서 지상의 나날들을 떠올릴 때 그리울 수 있도록 우리 잘 살자고 말했지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파란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우리 다시 만나는 날 그날을 기약해
지상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슬픈데 아름다운 풍경
어느새 하나가 된 우리는 그렇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부른 찬송가의 한 절.
‘이 후에 천국 올라가 더 좋은 노래로 날 구속하신 은혜를 늘 찬송하겠네.’
침대에서 겨우 일어나 앉으신 환우분의 얼굴엔 하얀 미소가 그려졌습니다. 그 모습에 함께한 이들의 울음보는 한 번 더 터졌고, 눈물로 이어지는 우리들의 시간은 슬픈데 참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사랑하기에 눈물짓고 사랑하기에 웃음을 보여주는. 인생 끝에 남은 이들에게 하얀 웃음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렇게 함께한 지상에서의 마지막 축제 같은 호스피스 병상에서의 콘서트는 끝이 났습니다. 지상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그분과의 만남. 천상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저는 병원을 나왔습니다.
산길이어서 먼지가 폴폴 날렸습니다. 봄 세상. 여지없이 꽃은 피어 있었고, 맑은 새소리가 지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캄캄한 밤이 되어 집에 도착했을 때, 밤하늘엔 별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별이 반짝이는 건 별도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던 어느 시인의 말이 적잖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알퐁스 도데의 ‘별’이 생각났습니다.
별똥별을 ‘천국으로 들어가는 영혼’이라 말했던 소년 목동의 말.
하물며 한 사람일까. 하물며 한 영혼일까요.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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