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대표

‘경쟁 사회’라는 말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요즘, ‘교육 개혁’이라는 말조차 언젠가부터 이상적인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입시 경쟁 교육’의 프레임 안에서 “설마 개혁이 되겠어?”라는 의문과 냉소로 답하고 있는 이들이 많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교육 개혁 할 수 있다”고 답하는 이가 있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온다’고 답하는 이가 있다. 바로 비영리민간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www.noworry.kr) 송인수 대표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2008년 6월 출범한 교육시민단체로, 시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입시 사교육 고통을 끝내고 아이들을 사교육 걱정이 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게 하자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선행학습 금지, 대학 개혁 등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던 영역 안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끌어내며 ‘민간 교육부’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으며, ‘2022년, 대한민국에서 입시 사교육은 사라집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주목, 최근 세계 최대 사회혁신기업가들의 글로벌 네트워크 조직인 사단법인 아쇼카(설립자 빌 드레이튼, 한국대표 이혜영)에서는 올해의 한국 아쇼카 펠로우로 송인수 대표를 선정했다. 본 단체의 활동이 사교육으로 인해 약화되는 공교육 시스템, 늘어나는 가계 부채로 인한 경제의 악순환, 사회적 불평등과 같이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나라들에 주는 의미와 중요성을 주목한 것이다.

하나님이 맡기신 일
“하나님이 제게 맡기신 일입니다.”
사교육과 같은 큰 과제는 사교육을 유발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과 이해관계가 촘촘히 묶여있기 때문에 쉽게 풀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 일에 송 대표가 뛰어들게 된 것은 바로 하나님이 맡기신 일이라는 분명한 확신 때문이었다.
“교직생활을 13년 동안 했어요. 물론 처음부터 교사로서의 사명이 투철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담임을 처음으로 맡았는데, 학급 15등 이내 학생들 집에 전화해서 찬조금을 걷으라는 요구를 받았어요. 회식비, 야간자율학습 수당 등으로 써야 한다고요. 이에 대해 양심 때문에 못 하겠다고 하자 부장교사와 큰 갈등이 생겼어요. 너무나 힘든 시기였지요.”
어려움 가운데 참석한 선교한국대회에서 그는 교사로서 하나님이 자신을 부르신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다. 몇 개월 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사모임을 창립하고, 2000년 기독교사 중심의 새로운 교원 운동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을 시작, 2003년에는 대표직 수행을 위해 교사직을 내려놓았다.
“대표 임기를 마치기 1년 전 입시경쟁과 사교육 문제에 대해 주문을 받았어요. 제가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2007년 5월 교회 중고등부 예배를 드리는중, 학업으로 인해 지쳐 있는 아이들을 향해 목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너희들이 지금 이렇게 입시경쟁으로 힘든 이유는 그 문제를 내 문제로 끌어안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야’라고요.”

사명으로 주신 증거들
이후 하나님께서는 이 길을 걸어야 하는 증거를 달라는 송 대표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하셨다.
“좋은교사운동 대표직을 수행하기 위해 사표를 냈는데, 제 후배들은 그러지 않기를 바랬어요. 그래서 불가능해 보이는 ‘교사 휴직제’를 통과시켜주시면 하나님이 주시는 증거로 알겠습니다라고 기도했지요.”
하나님은 2008년 1월 그 기도를 들어주셨다. 같은 해 6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윤지희 공동대표와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

부모세대에 끊어야 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후원자는 약 3700명. 특별한 이들이 아닌 평범한 학부모들이 대부분이다.
“고도경제성장기에 성공 경험을 한 기성세대가 재생산하고 있는 잘못된 사교육 확대의 악순환을 부모세대에서 스스로 끊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분들이지요.”
그런 이들의 후원에 힘입어 짧은 기간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사교육은 공부를 잘 하거나 못 하거나 또는 잘 살거나 못 살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온 국민이 피해자이기 때문에 이념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는다, 운동의 에너지를 시민들에게서 찾으려면 사람들과 소통할 때 어려운 말을 쓰지 않는다, 통계와 데이터로 말하지, 그냥 주장하지 않는다 등이 그 차별점이었다.
그 결과 2009년 특목고 입시 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해 사교육비 2조원을 경감시키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으며, 2014년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그냥 사교육 반대가 아니라 불필요한, 해로운 사교육을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특별히 선행학습은 개별지도로는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는 학원이 돈을 벌기 위해 만든 고육지책으로, 3개월 이상의 선행학습은 효과 없는 진도 경쟁일 뿐이며, 학원이 만든 실력은 고교 때부터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교육 전문가 22명이 함께한 연구모임과 토론회의 결과물입니다. 같은 주제로만 무려 20~30회 토론회를 열기도 했고, 그런 내용을 자료집과 소책자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아이들을 수학포기자(일명 ‘수포자’)로 만드는 현재의 수능, 대학별 고사, 학교 교육과정 등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운동 ‘수포자 없는 입시 플랜’을 시작했다.

십자가, 우리 삶의 숙제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내 새끼가 이 경쟁으로 살 떨리는 세상에서 자기 식구 먹여 살리며 사람대접이나 받을 수 있을까?’ 입니다. 그런 근원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사람들의 마음을 묶어 버린 지난 십수 년. ‘무엇을 먹을지 마실지 걱정하지 말라’는 예수의 가르침이 기독교인들에게조차 무시되고, 오직 ‘성적과 등수와 학벌이 생존을 결정한다’는 원초적 신념이 종교적 믿음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송 대표는 말한다.
“그리스도는 제자들에게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요? 착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살겠다 정도 아닙니까. ‘돈과 안정성’에 대한 욕구가 아닌 십자가가 우리가 짊어져야 할 것입니다. 교육뿐 아니라 정치, 경제 각 영역에서 자기 역할을 감당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의 참된 의미는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숙제를 잘 풀어내는 일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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