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희방 안수집사, 두루마리 성경필사본 길이만 1.6Km

사는 것이 어려워 인생이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노희방 안수집사(수색교회)에게도 그럴 때가 있었다. IMF 때 건축 관련사업이 무너지고, 전 재산을 잃게 되었을 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빛을 잃어가는, 그래 딱 동굴 속 같았다.
그때 기억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1986년 직장에 한 시간씩 일찍 출근해 썼던 성경을 말이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쓰지 않았는데…’ 잊고 있었던 성경필사종이를 뒤져서 찾아내고 펜을 들었다. 붓펜 살 돈도, 화선지 살 돈이 없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성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쓴 두루마리 신․구약의 길이가 1.6km의 방대한 성경필사본이 되었다.”

신・구약 4번 필사
“총 4번 신․구약 필사를 했어요. 3번은 대학노트와 A4용지에 필사를 했는데, 첫 필사가 제일 오래 걸렸지요. 1986년부터 2006년도까지 19년 11개월 걸렸네요. 통신용 전송지로 시작해서 나중에 화선지로 바꿨는데 그 길이로 지난 2007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필사본으로 한국기록원의 인증도 받았어요.”
두루마리 성경이라 노 집사는 나무로 된 함을 제작하여 보관하고 있으며, 그 한쪽에는 사용한 붓펜 300자루도 고스란히 남겨두었다.
“친구들이 지원해주었어요. 고맙고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겠더라고요.”
성경필사는 여유 있는 시간에 한 것이 아니었다. 장교 출신에 은행간부까지 지낸 그가 사업실패 후 시작한 것은 주차요원일. 하루에 12시간 넘게 일하면서 남는 시간은 꼬박 성경필사에 매달렸다.
“다른 이유 없었어요. 친구의 자녀들이 결혼을 하는 걸 보니 우리 아들놈 둘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물질로는 물려줄 것이 없어도 내가 신앙의 유산으로 물려줄 것이 있어야겠다 싶어서 그렇게 열심히 썼어요.”
성경필사를 마친 후 번듯한 직장을 얻게 되었다고 말했다. 형을 보며 동생들도 성경필사를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절망으로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이 어려움은 끝이 있다,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다. 성경을 필사하는 그 시간 동안 삶은 소망으로 다가왔다.

노인복지과 입학, 새로운 시작
노희방 집사는 현재 직장을 은퇴하고, 환경미화원 일을 다시 시작하였다. 그리고 또 하나,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숭실사이버대학 노인복지과에 올해 입학하게 된 것.
“고령화 사회이기 때문에 노인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그동안 관련 자격증을 따고 책을 읽어왔어요.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노인으로서 노인을 돕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힌다.
“옛날 같으면 환경미화원 한다고 하면 기가 죽었을 거예요.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성경을 쓰고 난 후에는 제 자신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어요. 앞으로도 성경 말씀대로 살고 싶습니다. 요즘 ‘갑질’이란 표현이 부정적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만약 우리가 성경을 읽고 쓰면서도 성경 말씀대로 안 산다면 그것도 일종의 ‘갑질’이라고 생각하며, 겸손히 살겠습니다.”
또한 노희방 집사는 “신앙생활을 미래로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시간 있을 때, 여유 있을 때가 아니라 바로 지금 없는 시간과 여유를 쪼개서 하나님을 섬겨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또한 성경필사도 저처럼 하다가 멈춘 분들이 있다면 다시금 용기를 내어 시작하세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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