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아트빌리티 체임버 강미사 대표

복지는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이다. 그 중에서도 장애인복지는 최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분야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여기서 장애인복지의 완성은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의미한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이 일은 힘든 부분이다. 이런 의미에서 코리아 아트빌리티 체임버(구. 에이블뮤직그룹) 강미사 대표는 가히 선구자 중 한 사람이다.


“대단한 일인가요? 만나는 사람마다 그렇게들 이야기하셔요. 그런데 저는 그런 반응이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장애인 가운데 클래식 연주 달란트를 가진 사람이 많거든요. 저희도 함께 공연하는 데 전혀 문제없어요. 오히려 함께 하면 실력이 더 좋아져요.”
이제 서른을 갓 넘긴 앳된 얼굴의 강미사 대표(살롬교회)의 첫 마디는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했다.
2010년 창단된 에이블뮤직그룹은 국내 최초의 장애인전문문화예술 공간이면서 대안예술공동체 ‘에이블 아트센터’에 소속돼 있다가 지난 2014년 1월 분리되면서 독립, 올해 초 ‘코리아 아트빌리티(art+ability) 체임버’로 개명했다. 현재 10명의 장애인 연주자와 강 대표를 비롯한 13명의 비장애인 연주자가 단원으로 활동 중으로, 강미사 대표는 2012년 12월 에이블 뮤직그룹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가 독립 이후 대표직을 맡았고, 이후 꾸준히 단독연주회를 열고 있다.

국내 음악둔재가 해외 음악영재로!
4살 때 피아노를 시작했고, 초등학교 2학년 때 첼로를 시작한 강미사 대표. 국내에서 그녀는 ‘평범’이라는 기준에도 못 미치는 아이였다고 자신을 회상한다.
그런데 미운 오리 새끼였던 그녀를 백조로 자각시켜 준 사건이 일어난다. 1995년 초등학교 6학년 때 두 살 어린 동생과 러시아로 가게 된 것.
“유학이 아니었고요. 그동안 공부하느라 힘들었다고 부모님께서 1년간 자유롭게 배우다 오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그 곳에서 진짜 인생을 찾게 된 거죠.”
러시아인 노부부 댁에서 홈스테이하면서 예비학교를 다녔는데, 국내에서와는 다른 평가가 그녀에게 내려졌다. 만나는 선생님마다 잘 한다고 칭찬해 주셨다.
“가능성을 보신 것 같아요. 오늘 좀 못 하더라도 미래에 잘 할 수 있는 조건의 학생을 뽑더라고요.”
여행 삼아 떠난 러시아 생활 1년 만에 강 대표는 상트페테스부르그 림스키고르샤코프 영재음악학교에 입학하여 수학하게 된다. 이때 만난 선생님들은 그녀의 오늘을 열어준 최고의 스승이었다. 음악으로 모든 것을 보게 해준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다수 음악교육이 많은 교육 중 한 분야로 음악을 가르치는 것이라면 러시아에서 받은 음악교육은 음악이 세상의 중심이었어요. 음악으로 삶을 보고 음악으로 학문을 연구하고요. 그리고 최대한 칭찬해요. 어떻게든 장점을 찾아서 강점이 되도록 이끌어주셨어요. 연습량과 학업 분량은 엄청났지만 동기부여가 확실했기 때문에 하나도 힘들지 않더라고요.”
최고의 기초교육을 받은 후 그녀는 독일로 건너가 베를린음대에 진학해 최고 성적으로 졸업하고 독일의 예후디 메뉴힌 음악장학재단의 장학금을 받으며 많은 초청연주회를 가졌다. 그런 전도유망한 연주자의 돌연 귀국을 생경하게 보는 시각도 더러 있었지만 그녀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한국을 떠날 때 했던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한 특별한 약속
어린 두 딸을 머나 먼 타국에 보내면서 아버지(안양대 신학과 강경림 교수)와 한때 톱 연주자로 활동한 어머니는 특별한 두 가지 주문을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동생과 매일 예배를 빼먹지 말고 드리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공부를 다 마치면 고국에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강 대표의 귀국은 당연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러시아나 독일은 장애연주가에 대한 편견이 없어요. 어려서부터 그곳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면 제 할 일을 찾기 어려웠을지도 몰라요.”
“코리아 아트빌리티 체임버는 전문연주자들이 장애인연주자를 교육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들 안에 이미 존재한 가능성과 상상력 그리고 거침없는 표현을 존중하면서 그들의 음악이 더 멋진 예술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돕고 지원할 겁니다.”

공연전문연주단이 꿈이자 소망
체임버 단원들은 직업이 다들 두 개 이상이다. 장애인연주자의 경우에는 바리스타, 도서관 사서 등 음악과 관련 없는 일들을 하다가 매주 토요일이면 연습에 참여한다.
“지금은 후원을 받고 있지만 저희 꿈은 직업으로 인정받고 달마다 급여를 받으며 활동하는 거예요. 가까운 예로는 시향처럼. 좀 더 안정된 환경에서 공연을 준비할 수 있으면 하는 게 소망입니다.”
가까운 언젠가 자립하는 날을 기대하며 코리아 아트빌리티 체임버는 사회적 기업 신청을 해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걱정하지 않아요. 일을 시키신 분이 하나님이시니까 알아서 길을 열어주실 거라 믿습니다. 저희는 먼저 삶이 예배가 되게 집중하면서 따라갈 뿐입니다.”
강 대표와 코리아 아트빌리티 체임버가 함께 연주해갈 미래가 더욱 궁금하다.

원영선 객원기자
방송작가로 EBS, 기독교TV, KBS, CGN 등 일반과 교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한 베테랑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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